SF / 과학 포럼
SF 작품의 가능성은 어떻게 펼쳐질 수 있을까요? 그리고 어떤 상상의 이야기가 가능할까요?
SF에 대한 가벼운 흥미거리에서부터 새로운 창작을 위한 아이디어에 이르기까지...
여기는 과학 소식이나 정보를 소개하고, SF 속의 아이디어나 이론에 대한 의견을 나누며, 상상의 꿈을 키워나가는 곳입니다.
( 이 게시판은 최근에 의견이나 덧글이 추가된 순서대로 정렬됩니다. )
어머니가 젊었을적에 현재의 아버지가 아닌,
다른 남자가 2년동안 어머니를 좋아한적이 있다고 하시더군요.
그 얘기를 들으니 의문이 생겼습니다.
현재의 아버지가 아닌 다른남자A와 어머니가 결혼했다면,
지금의 나는 A의 유전자와 어머니의 유전자를 가진
지금의 모습과는 조금 다른 '나'가 되었을까요,
아니면 이 세상에 아얘 존재하지 않게 됬을까요?
또다른 의문)
어머니의 자궁에 착상되기전, 지금의 나의 존재를 가능케 해준
그 정자가 아닌, 다른 정자가 수정 됬었다면
(쉽게 말해 1등으로 들어왔을 그 정자가 아닌 2등이나 3등의 정자가 난자와 만났다면)
지금의 나는 그 정자에 맞는 조금 다른 사람이 됬을까요,
아니면 이 세상에 아얘 존재하지 않게 됬을까요?
정답은 없겠지만 심도 깊은 의견들이 기대되는군요.
답변부탁드립니다.
평행세계물에서 궁금한건...나를 정의하는 방법이 무언지 모르겠더군요. 생김새가 같아서 나라고 한다면 쌍둥이의 경우는 자아의 문제가 심각해 지겠지요.
결국 평행세계 물에서는 적어도 두가지 가족관계와 생김새가 유지되면 지금의 나와 다른세계의 나를 동일인물로 취급하는듯 합니다.
나를 정의하는 건 유전자가 아니라 소위 말하는 '자아'죠. 실제 그런 게 있건없건 그걸 환원해 보면 기억과 경험에 의해 형성된 내적감정, 고정관념, 욕구, 사고방식 등으로 설명됩니다.이건 달리 말하면 심지어 지금의 나와 어제의 나조차도 사실은 다른 존재지만 개인적으로 그에 대해 막연한 연속성의 신념을 갖고 있을 뿐이란 거고요.
간단히 말해서 사람들이 '나'라고 믿는 개념이 사실은 생물학적이거나 물리적인 게 아니라 아주 자의적이고 관념적이라는 거고 따라서 본문에 대한 대답은 '조금 다른 나'나, '존재하지 않는 나'에 상관 없이 '어떤 나'는 그런 고민을 하고 있다는 거죠.(특히 사춘기 때 거울을 보면서...;;)
역시 설정의 문제가 되겠습니다만...
저 역시 "나"에 대한 정의는 유전자보다는 오랜 기간 쌓인 경험에 의해 쌓인 "나라는 존재의 인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연결이 주연과 악역을 동시에 맡은 영화 <더 원>에서는 멀티 버스라는 이름으로 평행 세계들을 소개하고 그 세계에 제각기 이연걸이 살고 있다는 설정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처음에 죄수로 갇힌 이연걸이 등장하지만, 누군가(다른 세계의 이연걸)에 의해 살해됩니다.
그리고, 다른 곳에서 이번에는 경찰인 이연걸이 그와 대결을 벌입니다.
죄수인 이연걸과 경찰인 이연걸... 유전자는 같을지도 모릅니다. 외모가 같으니까요. 하지만, 두 사람이 동일한 인물일까요?
두 사람은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았습니다. 그 둘은 외모만 같을 뿐 성격은 완전히 다릅니다. 살아온 기억도 다르고 앞으로 살아갈 길도 다릅니다.
그런데, 한가지 의문... 정말로 유전자가 같으면 같은 외모를 가질까요? 평행 세계에서 유전자가 같을 가능성은 솔직히 기대하기 어렵지만(다른 정자가 수정된다면 외모는 당연히 달라집니다. 심지어 여성이 될 수도 있습니다.) 우연의 일치로 유전자가 같아졌다고 가정했을때, 정말로 그 사람은 같은 외모를 가질까요?
이런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옛날 한 화가가 천사와 악마의 그림을 주문받았습니다. 화가는 그림에 어울리는 모델을 찾아 각지를 떠돌아다녔고 한 마을에서 목동 소년을 발견합니다. 순진무구하기 이를데 없는 소년의 모습에 감동한 화가는 소년을 모델로 천사의 그림을 그렸습니다. 하지만, 악마의 모델은 찾기 힘들었습니다. 오랜 시간이 흐르고 (당시 성당 등은 오랜 시간에 걸쳐 완성했기에 그림도 시간이 걸려도 괜찮았습니다.) 그는 한 마을에서 죄수를 발견합니다. 더 없이 사악한 분위기의 그 모습은 악마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죄수에게 모델이 되어 주길 바라자, 죄수는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말합니다.
"선생님, 제가 바로 천사의 모델이었던 그 소년입니다."
한 사람이 천사의 얼굴과 악마의 얼굴을 함께 가질 수 있다는 것... 그것은 우리의 외모조차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입증합니다.
자주 웃는 사람은 웃는 얼굴이 어울리는 외모로, 자주 찡그리는 사람은 찡그리는 외모로... 그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사실입니다. (조금 다르지만, 안경을 오래 쓴 사람은 이로 인해 얼굴 모습도 바뀝니다.)
그렇다면 죄수인 이연걸과 경찰인 이연걸의 외모는 완전히 달라 보일 수 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유전자가 같아도 선한 삶을 살아온 이와 악한 삶을 살아온 이는 다르게 보이게 마련입니다.
어머니만 같을뿐 다른 사람의 아이로 태어났다면 '나' 라고 할 수 없잖아요.
무엇보다도 원래의 아버지 원래의 어머니로부터 원래의 내 유전자로 태어났어도 자라난 환경이 다르고 기억이 다르다면 그것 역시 '나' 라고 할 수 없을거에요.
'나'라고 하는 자아가 인식하고 자각 할 수 있는 영역밖의 '나'는 내가 아닌거지요. 타인입니다.
뭐, 흔한 SF 오류로 복제인간이 기억을 원본과 공유한다 그러죠. 사실은 신체를 복사한다고 해서 기억과 성격까지 똑같아지지는 않고요.
유전자가 똑같은 복제인간도 이러한데, 그렇지 않은 '그냥 비슷한 인물'이라면 더 말할 필요도 없을 것 같습니다.
SF에 보면 인간 자체를 분자 수준에서 복사한다든지, 인간의 기억과 두뇌능력을 다른 매체에 저장하여 영원히 살 수 있다는 등의 얘기가 많이 나오죠. 후자의 경우를 봅시다. 죽을 때가 다가오는 노인의 모든 정신작용을 다른 매체에 저장, 재생할 수 있다 한들 원래의 노인이 '이제 난 죽어도 살 것이다'라고 생각할까요? 내가 어디에 복사되었든 상관없이 '나'는 죽으면 끝입니다. 전자의 경우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나와 완전 같은 존재가 있다 하더라도, 그 존재와 나의 존재가 별개가 된 순간부터 그것은 절대 '내'가 될 수 없습니다. 위의 좋은 리플들과 더불어 생각해 볼 때 '나', '자아'라는 개념은 정말 철학적이자 모호한 개념이라 봅니다.
같은 배에서 태어났다고 같은 존재가 아니듯이, 같은 정자가 다른 난자에 수정한 존재도 같은 존재는 아니죠.
둘은 완전히 별개의 존재입니다.
물론 평행세계적으로 생각하면 수많은 종류의 '나' 가 있을 수는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