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injaejeil.co.kr/report/report01.jsp?uid=775&se=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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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rt01_0901_03.jpg예술가의 창조적인 재능을 보여준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평가되는 대표적인 작품은 추상파 화가로 명성을 누린 영국의 해롤드 코엔(Harold Cohen)이 개발한 아론(Aaron)이다. 아론은 두 종류의 지식을 보유하고 있다. 하나는 외부세계의 대상에 관한 지식이고, 다른 하나는 이러한 지식을 사용하여 그림을 그리는 방법에 관한 지식이다. 아론이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두 종류의 지식은 끊임없이 상호작용한다. 말하자면 아론은 코엔이 화가로서 얻은 경험에서 도출된 규칙으로 구성된 일종의 전문가 시스템 expert system 이다.
코엔이 [구약성서]에 나오는 아론의 이름을 차용한 이유는 흥미롭다. 모세의 형인 아론은 어눌한 동생을 대신하여 야훼가 모세에게 명령한 모든 말씀을 이스라엘 백성에게 전달하는 대변인 노릇을 한다(출애굽기 4장 14-16절). 코엔은 아론이 그가 만든 규칙에 의하여 그림을 그리기 때문에 아론이 모세의 대변자인 것처럼 아론을 자신의 대리인에 비유한 것이다.
아론의 성공은 컴퓨터 프로그램의 창조적인 능력, 곧 인공창의성 artificial creativity에 대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가령 한쪽에서는 아론이 코엔의 창조적 재능의 산물이므로 꼭두각시에 불과할 따름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코엔이 아론이 그리게 될 그림의 내용을 예측하지 못하므로 그림의 주인은 아론이라고 반박한다.
물론 컴퓨터가 셰익스피어처럼 글을 쓰고 베토벤처럼 작곡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컴퓨터의 작품이 제아무리 훌륭한 것이라 할지라도 예술을 창조하고 감상하는 인간의 정신과정을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사람이 예술을 대할 때 마음 속의 수많은 개념과 경험이 대부분 무의식적으로 미묘하게 연합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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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더글라스 호프스태터(Douglas Hofstadter) 교수는 마음의 창조적 과정에서 일어나는 연합과정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본뜨는 데 성공했다. '흉내쟁이'를 의미하는 카피캣(Copycat)이다.
카피캣은 유추 능력을 가진 컴퓨터 프로그램이다. 유사한 점을 찾아내 다른 사물을 미루어 추측하는 것을 유추라 한다. 호프스태터가 유추 능력에 관심을 가진 까닭은 유추가 예술과 과학에서 창조적 능력의 가장 공통적인 원천이기 때문이다. 많은 과학적 통찰력은 강력한 유추의 형태로 나타나며, 예술가들에게 유추는 상상력의 한계를 뛰어넘는 수단이 된다.
물론 카피캣의 유추 능력은 제한되어 있다. 알파벳 연속체 사이의 유추에 국한되어 있는 것이다. 카피캣에게 'abc가 abd로 바뀌면 pqr은 무엇으로 바뀌는가'라고 물으면 'pqs'라고 답한다. 'xyz는 무엇으로 바뀌는가'라고 물으면 놀랍게도 'wyz'라고 답한다. 보통 사람들은 대개 'xyd'라고 대답하기 때문에 카피캣의 유추 능력은 놀라운 수준이 아닐 수 없다.
카피캣의 추리과정은 다음과 같다. abc와 xyz는 알파벳의 시작과 끝이다. d는 c의 다음이지만 z의 다음 글자는 없다. 정상적으로는 정답이 없다. 따라서 카피캣은 c와 d의 관계에 주목한다. d는 알파벳의 첫 글자에서 앞으로 나아가는 순서(ab)에서 c 다음에 온다. 그렇다면 알파벳의 끝 글자에서 뒤로 가는 순서(yz)에서 x 다음에 오는 글자는 무엇인가. w이다.
카피캣이 알파벳 연속체를 판단하는 기능은 그림이나 음악을 평가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카피캣은 wyz라는 답을 내놓은 것처럼 창조성에 필수적인 사고의 유동성을 보여 주었다. 카피캣은 컴퓨터 프로그램이 유추에 의해 미적 판단을 할 가능성이 있음을 암시한 셈이다.
호프스태터의 주장처럼 사람의 창의적 사고방식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모방할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설령 컴퓨터가 그리거나 작곡한 것들이 예술가의 작품처럼 인간의 용기, 사랑, 지혜 또는 고통을 표현하지 못한다고 해서 무시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컴퓨터가 창조한 작품이 예술가의 작품 못지 않게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지 말란 법은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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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력 : 과학 칼럼니스트, 서울대학교 전자공학과 졸업, 과학문화연구소 소장으로 재임중이며 동아일보, 한겨레신문 등 일간지에 과학 칼럼 다수 집필. 「이인식의 과학생각」, 「21세기 키워드」, 「이인식의 성과학사」외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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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TRIZ 방법 같은 '방법론적 창의성'들이 있기는 하지만 컴퓨터의 계산된 행위에서 나오는 이런 결과물들을 창의성이라고 볼 수 있는 걸까요?

인간의 창의성도 수학공식처럼 무의식적으로 계산된 행위에 불과했던가...

하긴 무생물에서 무작위적 자연선택으로 현재의 인간이 나온 걸 보면 컴퓨터가 창의력을 가지지 말란 법은 없겠지만...

먼 훗날 컴퓨터에게 '창의력 교육' 받는 아이들의 모습이 그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