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동물이 인간을 공격하려면, 먼저 그에 걸맞는 환경이 주어져야 합니다. 동물은 인간보다 우위에 설
수 없기 때문에 환경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제대로 싸울 수가 없거든요.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예를 들어볼
까요. 얼마 전에 SF 게시판에서 나온 것처럼 공룡은 결코 인간을 당해낼 수 없습니다. <쥬라기 공원>에서
는 그 곳이 인적이 드문 섬이었고, 폭풍우가 불고, 전력이 차단된 상태였기에 공룡들이 그렇게 활개를 칠
수 있었죠.

이건 상상 속의 동물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고지라처럼 뭘 해도 절대로 죽이기 힘든 그런 동물들도 있긴
합니다. 그러나 대개 동물은 '자연'에 속한 것으로 등장하기 때문에 환경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습니다.
<듄>에 나오는 그 거대한 모래벌레도 모래에 숨을 수가 없으면 고작 몸집만 큰 벌레에 불과하죠. 그렇기에
자연환경이 망가지면 동물들도 죽어가고, 동물들이 인간을 습격할 때도 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습니다.

그렇다면 에일리언은 어떨까요. 에일리언을 동물로 취급하는데 이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만, 에일리언이
인간에게 피해를 주는 걸 보면 동물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그들은 정치적이나 경제적으로 인간을 위협하
지 않습니다. 그저 숙주나 먹이가 필요하면 달려들어서 물어죽이는 식이죠. 맹수들이 인간의 기술을 당해
낼 수 없는 것처럼 에일리언도 결국엔 인간을 이기지 못합니다.

이러한 에일리언들은 '우주'라는 자연환경 때문에 인간보다 유리한 위치를 점한다고 봅니다. 호랑이가 밀
림에서 힘을 얻듯이 우주라는 환경이 에일리언을 맹수로 만들어준 것이죠. 물론 에일리언이 우주 공간에서
서식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고립된 우주선이나 연락이 끊긴 행성은 우주라는 환경의 제약을 받는다고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러므로 에일리언이 인간을 죽일 수 있는 건 그들이 대단한 괴물이기 때문이 아닙니
다. 인간이 우주 공간이라는 환경에 묶여 있기 때문입니다.

전에도 몇 번 그런 이야기가 오갔는데, 에일리언은 이 환경의 힘 없이는 인류를 몰살시킨다거나 하지 못합니
다. 만일 그들이 지구에 떨어진다면, 그것도 대도시에 떨어진다면 큰 소동을 일으키긴 하겠지만 얼마 안 가서
제압하게 될 겁니다. 우리는 지구 밖으로 벗어날 필요가 없기 때문이죠. 여기는 에일리언이 아니라 우리의 고
향별이고, 따라서 인류는 절대적으로 유리합니다. (에~, 지구는 푸릅니다)

SF 게시판의 공룡 이야기를 보고 적어봤습니다. 예전에 올린 게시물과 중복되는 감이 있지만, 종종 이야기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