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일리언 3> 후반부에 들어가면, 사람들이 도그 버스터를 유인하기 위해 목숨을 겁니다. 이 중에서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인물이 바로 목사 딜런입니다. 죄수들 가운데 한 사람인데, 구원에 대한 맹목적인 믿
음을 가지고 있어서 목사 역할을 하죠. (대사도 그렇고 성격도 그렇고 여러 모로 멋진 인물입니다) 다른 죄
수들이 단순히 유인을 하기 위해서 달리는 반면, 딜런은 직접 도그 버스터와 주먹으로 결투를 벌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딜런이 맨주먹으로 싸울 수 있었던 이유가 도그 버스터의 힘이 약하기 때문이랍니다. 확실
히 도그 버스터는 약하게 보입니다. 별다른 구조물이 없어서 덩치도 작게 보이고, 속도가 빨라서 내구력도
떨어질 것처럼 보이죠. 심지어 어떤 평론가는 도그 버스터를 개미나 꿀벌 사회의 수컷과 비교하기도 했습
니다. (모듬살이 곤충의 수컷은 놀고 먹는 백수입니다. 둥지를 지킬만한 힘도 없죠)

하지만 저는 다르게 생각합니다. 도그 버스터가 겉으로 보기에는 약할 것 같지만, 엄연히 호전적인 지노모
프입니다. 그도 여왕과 둥지를 지키는 전사의 일원이란 것이죠. (숙주가 개라는 점이 특이할 뿐입니다) 따
라서 딜런의 사투는 그의 마음가짐에 달려 있다고 봐야 할 겁니다. 죽기를 각오하고 적과 맞서는 그의 굳은
결심이 우주 최강의 생물체를 붙들어 놓도록 만든 거죠.

인간의 근성, 그것은 참으로 무섭고도 고귀한 것입니다. 딜런이 죽기 몇 초전에 쏟아부은 모든 것이 그 근
성을 잘 말해주고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