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시점에서 전세계에서 가장 빠른 군용 잠수함을 들라면 러시아(구 소련)의
알파급이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전체를 티타늄 합금으로 만들어서 수심 1000m 이상에서의 활동이 가능한 알
파급은 유사시 최대 40 노트의 속도로 질주를 할 수 있는데,이는 일반적인 원
자력 잠수함의 거의 두배에 가까운 속도로(현재 러시아의 대표적인 공격형 잠
수함인 아쿨라급은 25~30노트. 미국의 로스엔젤레스급은 25노트. 시울프급은
25~27노트를 낼 수 있다고 합니다.) 질주할 수 있으며, 이는 미국이 얼마전까
지 주력으로 사용했던 MK-48 어뢰의 최대 속도인 40노트에 맞먹을 뿐만 아니
라, 그보다 더 날렵한 기동성으로 어뢰를 회피할 수 있습니다.

알파급은 티타늄 합금이라는 거창한 외장을 갖춘 것과는 달리 시끄럽기 짝이 없
는 엔진으로 유명하지만, 만약 어느 정도 거리가 떨어진 상태에서 MK-48 어뢰
를 발사한다면 단순한 직선 항진 만으로 이 어뢰를 회피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알파급의 놀라운 속도로 인해서 서방 진영은 더욱 우수한 어뢰를 만들었
는데, 특히 영국군의 트라팔가급이 보유하고 있는 스피어피시 어뢰는 60~70노트
의 속도로 알파급 조차 제대로 달아날 수 없는 놀라운 속도를 보여줍니다.

현재는 미국에서도 MK-48을 개량하여 50노트 이상의 속도를 낼 수 있도록 만들
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왜 어뢰의 속도를 잠수함보다 두배쯤 빠르게 만들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요?

그것은 수중에서 물체가 어느 정도 이상의 고속을 낼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물의 저항입니다. 공기 중과는 달리 물은 저항이 심하여 제아무리
어뢰의 형태가 유선형을 갖춘다고 해도 낼 수 있는 속도는 한계에 이르게 됩니다.

속도에 대한 저항, 즉 항력은 속도의 제곱에 비례하기 때문에 40노트에서 80노트로
늘리면 속도에 대한 저항은 자그마치 4배. 40노트로 10km를 가는 것에 비해서 80노
트로 10km를 가는 경우 같은 거리를 가더라도 동력은 거의 4배 정도 필요하게 됩니
다.

어뢰는 연료 전지나 배터리를 사용하여 항진하는데, 동력이 4배가 되면 무게도 4배
가 되어야 하므로 덩치가 커지고 다시금 크기가 커지는, 그래서 항력이 더 커져 버
리고 마는 문제를 가져옵니다.

다음으로 수중에서 고속으로 스쿠류를 회전시키면 그 뒤쪽에 저압의 영역이 생기고
거품이 생기는 현상(캐비테이션)이 발생합니다.이 현상은 속도를 저하시킬 뿐만 아
니라 스쿠루 자체를 엉망으로 망가뜨리는데 기여를 합니다.

속도가 높아질수록 캐비테이션 현상이 더욱 심각해 지기 때문에 스쿠루 추진으로
낼 수 있는 속도에 한계가 있어 차세대 추진 방식으로 다양한 시스템이 검토되고 있
습니다.

또 하나, 고속으로 달리게 되면 자체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함께 주변에 발생하는 물
의 급격한 흐름으로 어뢰 자체의 센서. 즉, 소너가 작동할 수 없게 되기 때문에 사실
상 어뢰 스스로가 장님 상태에 빠지게 됩니다.(잠수함의 경우에도 최고 속도를 내면
당연히 장님 상태가 되어 버립니다.)

마지막으로, 어뢰가 충격식 뇌관을 갖추고 있을 경우, 지나치게 고속으로 주행하면
적 잠수함에 부딪치거나 하기에 앞서 발사되자마자 폭발해 버리는 사태가 발생합니
다. 물의 항력이 지나치게 강하므로 당연한 일이겠지요.

이래서야 어뢰를 발사한 의미가 없지요. 현재의 어떤 기술을 동원해도 영국제 스피
어피쉬 이상의 속도를 내면서 어뢰를 정상적으로 작동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합
니다.


아래에, 시속 300노트의 어뢰가 개발되었다고 하는데, 조금 의문이군요. 시속 300노
트란 시속 550km를 넘는 속도입니다. 이 속도로 물에 발사된다면 물의 표면 장력과
항력으로 인하여 물의 강도가 왠만한 나무판, 심한 경우 돌덩이에 가까운 수준이 되
고 맙니다. 그렇다면 어뢰가 앞으로 나간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아니,제 형태를 유
지할 수 있다면 다행이겠지요.

물 속에서 정상적으로 항진할 수 있는 한계 속도는 고작 100노트를 넘어가기 어렵습
니다.(그 이상이 되면 왠만한 것은 발사 순간에 찌그러져 버리고 맙니다.)

더욱이, 200노트가 아니라 80노트만 넘어도 소너를 작동시킬 수 없으며, 어뢰의 작동
시간은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어서 눈 앞의 적을 노리는 것 밖에는 할 수 없게 됩니다.

더욱이 100노트 정도를 넘으면 캐비테이션이 단번에 스쿠류를 날려버릴 정도로 강력
하게 발생하기 때문에(여러가지 수를 쓰겠지만) 스쿠류 방식으로는 견뎌낼 수 없습니
다.(초전도 터널 추진을 사용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이 추진 역시 완벽하지는 않으며
아직 제대로 실용화조차 되고 있지 않습니다.)

차라리 물 위에서는 더 속도를 낼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물 위에서는 물과 부딪치
는 면적이 작아서 항력도 작고, 구현하기에 따라서 얼마든지 항력을 더 낮출 수 있어
더욱 빠른 속도로 고속 항진이 가능하기 때문이죠.(왠지 둔하게 보이는 항공모함이
최고속의 잠수함인 알파급과 맞먹는 40노트 이상을 낼 수 있는건 바로 그 때문입니다.)

최근에 마찰력을 줄이는 타일을 붙이거나 기타 여러가지 방법으로 잠수함과 어뢰의
속도 증강에 노력하고 있습니다만, 아쉽게도 실용성 있는 잠수함과 어뢰의 속도는 더
이상 빨라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기술의 문제라기보다는 자연의 한계와도 같은 것이며, 추진 시스템의 문제, 소너
시스템의 문제, 구조적인 문제, 재료 공학적인 문제 등등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해야만
가능한 것이 되겠지요.


p.s) 일반적으로 잠수함의 크기가 작아질수록 속도,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기동성이
향상됩니다. 영화 크림슨 타이드에서는 아쿨라급과 대결한 오하이오급이 막강한 기
동성으로 활약하지만,사실, 오하이오나 타이푼급과 같은 미사일 원잠은 발견되면 죽
었다...를 복창해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때문에 위기 상태가 높아지면 미사일 원잠 주변에 공격형 잠수함이 배치되어 보호
를 하게 마련이지요. 물론, 오하이오는 블랙홀이라 불릴 정도로 발견이 어렵지만, 크
림슨 타이드처럼 발견되는 상황이 되면 아무래도 공격형 잠수함에 비해서 불리해지
게 마련이지요.
실제로 공격형 잠수함끼리의 전투도 디젤 잠수함 쪽이 유리한 경우가 의외로 많습
니다. 디젤 잠수함은 보다 조용하고 보다 작아서 기동성도 높기 때문에 더 가까운 거
리에서 치명타를 날리는게 가능하다는 점이죠.
다만, 원자력 잠수함만큼 오랜 시간에 걸쳐 잠항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게 단
점이지요. 하지만, 최신식 디젤 잠수함은 연료 전지를 사용해서 기존의 디젤 잠수함
에 비해 훨씬 오랜 시간동안 잠항이 가능하게 되어서 태평양 정도의 원양 항해전이
아닌 이상 충분히 교전이 가능합니다.
이를테면,동해 정도의 바다에서 전투가 벌어지면 디젤 잠수함 쪽이 원자력 잠함에
비해 유리할 수 있다는 점이지요. 우리나라가 태평양. 그것도 태평양 한 가운데서 교
전을 벌일 예정이 아니라면 원자력 공격형 잠수함은 전혀 필요 없습니다. 현재 우리
나라에서 갖추고 있는 장보고급 잠수함은 상당히 우수한 함선으로 한 차례도 보급을
받지않고 하와이의 미드웨이 기지에 도착하는데 성공했으며,팀스피리트 시에는 미국
의 688급(로스엔젤레스급)의 방어망을 뚫고 항모를 모의 격침시키는데 성공했을 정
도지요.(당시 함장의 지극히 적극적인 전술에 놀랐다고 하더군요...^^)

ps2) 참고로, 잠수함 전력은 숫자에서는 북한이 남한이 비해 앞서고 있지만,전체적인 전
력은 우리쪽이 앞서는 상황입니다. 잠수함은 구식과 신식의 차이(특히나 소너와 조용
한 정도의 차이)가 심하게 나기 때문에,잠수함 전력의 숫자는 3배 정도 차이가 나지만
잠수함의 성능, 그리고 이를 지원하는 대잠수함전 능력 등을 고려할때 잠수함 전력은
남한 쪽이 압도적이 유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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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아는 이는 현재를 이끌어가고 미래를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역사와 SF... 어딘지 어울리지 않을 듯 하지만, 그럼 점에서 둘은 관련된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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