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흐르는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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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아래 오억년 버튼과 관계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어떤 일이 일어났는데,
그 일에 대한 기억도, 증거도, 아무런 흔적도 남지 않는다면 그 일은 없었던 일과 마찬가지일까요?
나 밖에 모르는 일이고 아무런 물증도 남지 않았는데 나 혼자 간직하고 죽는다면..
그 일은 없던 일이 될까요? 아니 없었던 것과 마찬가지가 될까요?
어떤 분은 '아무도 모릅니다' 라는 말에 '자네가 알고 내가 알고 하늘이 안다.' 라는 말을 했습니다만.
이 우주의 모든 일들은 우리의 인지범위 안에서 의미를 갖습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그 뒤의 일은
사실상 우리에게 의미가 없죠.
우리 뱃속에서 용맹한 유산균 무리가 헬리코박터균과 치열한 싸움 끝에 악적을 물리치고 승리를 거머쥐어
수만세대에 걸친 유구한 제국을 건설한다고 해도 황금똥 나오는 거 말고 사실 큰 의미가 없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어떤 일이 밝혀지든, 아니든, 그것이 매우 개인적인 일이든 아니든, 기억에 남든 남지 않든
그것은 어떻게든 세상에 영향을 미칠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환경에 무해하다고 믿었던 일 중 일부는 현재 큰 영향을 미치고 있어요.
환경파괴와 자연재해의 형태로 되돌아오고 있죠.
인지하지 못한다고 거기에 없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은 이 우주와 세상에 대한 경외심과 겸손함을 잊지 말아야 할 것 같습니다.
세상은 원래 비정한 법이야.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이래 사나 저래 사나 한 평생'이라는 말이 많이 떠오릅니다.
잘 사는 사람이든 못 사는 사람이든 몇 십년 지나면 다들 원자 단위로 흩어져 갈 거고,
시간이 흐르면 흔적도 기록도 없어지겠죠.
무슨 종이 멸종하네, 인류가 지구를 파괴하네 뭐네 해도 수십 억 세월의 지구로서는 찰나의 먼지일 뿐이고
그나마도 우주 전체에서는 지구 하나가 또 먼지만도 못할 거고...
빅뱅과 은하와 다중우주가 경외와 겸손 같은 걸 알까요. 그런 추상적인 가치도 아마 無가 되어가겠지요.
중요한 건, 그저 나에게 중요한 것일 뿐, 일 것 같습니다.
지금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하고 싶은 것, 그런 것들을 위해서 추상적인 가치들도 존재하는 거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