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터리/역사 포럼
역사 속의, 또는 현대의 다양한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들과 관련한 뉴스 이외에 국내 정치 논쟁에 대한 이야기는 삼가해 주십시오.
명량해전은 적군이 우리보다 10배나 많은 극불리한 상황에서 겨우 2명의 사상자만 내고 기적적으로 이긴
전투입니다.
역사적으로 명량해전처럼 적이 아군보다 수가 많은 극불리한 상황에서 소수의 사상자만 내고 기적적으로
이긴 전투들 사례 좀 알려주십시오.
관련 사례를 찾기가 힘드네요.
검색해보면 금기병 20명이 수천의 송나라 병사들을 휩쓸었으면서도 사상자 제로가 나온 사례와
술라의 사례 빼고는 명량해전과 유사한 기적적인 전투 사례 찾기가 진짜 힘드네요.
최근 사례로는 이라크전 때 20명 정도밖에 안되는 영국군 소대가 탄약이 다 떨어진 상태에서 총검돌격을 감행해서
100명 이상의 저항군을 사살하고 포로로 잡았다는데도 불구하고 사상자 제로였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사례가 그나마 명량해전과 맞먹을만한 기적적인 전투에 해당된다고 봄)
아무튼 검색해보니 위 사례들 빼놓고는 명량해전과 맞먹을만한 기적적인 전투는 찾기 힘드네요.
잘 아시는 분 댓글로 설명 부탁드립니다.
여담이지만 실제 역사가 픽션보다 더 픽션 같네요.
아마 역사에 대해 관심없는 외국인한테 명량해전 사례와 은하영웅전설의 얀웬리 이젤론 무혈입성-
이 2가지 사례를 들려준 다음 어느 게 소설이고 어느 게 역사냐고 질문하면
명량해전이 소설이고 이젤론 무혈입성이 역사라고 대답할 듯.....
이스라엘전 탱크전 영웅....
이랑..
영화로도 만들어진 2차 세계대전때 먼치킨 스토리랑...(이분은 람보급)
소드마스터 척준경..
등등 전투쪽으로 가면 기가 막힌 이야기들 많죠.
물론 전쟁에선... 물량을 당해내기란 힘든 일입니다만.
소수 병력으로 다수 병력의 물량을 막아내는 건 정말 역사에서도 드문 일인 것 같습니다.
소수의 병력이 다수의 병력을 맞아 이긴 사례는 생각보다는 많습니다.
가장 흔한 건 방어전이죠. 사하라건 라이언 일병 구하기건 전쟁영화 보면 꼭 적들은 새까맣게 몰려오고 소수의 아군이 열심히 막다가 탄 떨어질 때쯤에 지원병력이 꼭 나타나곤 하지만...어쨌건 자리 좋은 데 진지 구축하고 앉은 방자가 공자보다 유리한 상황인 건 고대부터 잘 알려진 사실이고, 그래서 공격측에서는 병력을 더 많이 투입하게 되는데도 실패할 가능성은 존재하는 거니까요. 우리나라만 해도 국사시간에 배우는 행주산성 같은 것부터 시작해서 베트남에서 해병대 1개 중대가 7~8배의 월맹 정규군을 막아냈던 짜빈동 같은 사례들이 많죠.
미국이나 영국처럼 세계 각국을 찌르고 다니는 돈 많은 나라들은 소수의 병력이지만 항공지원 등의 우세를 활용해서 아까 말한 영화 같은 사례들을 진짜로 찍기도 합니다. 가령...흠, 미르바트 전투 같은 거? 1972년에 SAS 대원 9명이 오만에 병력 훈련시키러 갔다가 게릴라 병력 300명에 맞서 방어전을 치른 적도 있죠. 자기들이 훈련시키던 병력은 도망가버리고, 그래서 6명이 쏴야 할 야포를 사람이 없어서 대원 한 명이 혼자서 쐈고, 결과적으로는 9명중 3명이 죽었고 항공지원하고 추가 병력이 와서 살아남기는 했습니다만, 전사를 뒤져보면 혼자서 기관총 하나 잡고 몇십 명 이상의 병력을 막아낸 경우도 있고, 화력의 인플레이션이 일어난 현대에는 아주 드문 일은 아닙니다.
물론 이 사례에서는 그만큼 병력의 질이 더 우수했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찾을 수 있습니다. 병력의 경험과 훈련량, 장비의 차이 역시 무시할 수 없죠. 병자호란의 쌍령전투 같은 데서는 훈련이 거의 안 되어 있던 조선군 4만명이 청 기병 400명에게 박살이 났던 거라던가. 2차 대전 당시 필리핀 해전, 마리아나의 칠면조 사냥에서는 훈련 잘되고 우수한 항공기로 무장한 미해군이 일본군 전투기를 1:10의 교환비로 격추시켜댔고 로데지아 내전에서는 베테랑 다국적 용병들이 다수 포함된 정부군이 반군에 대해 1:8 이상의 교환비를 냈죠. 아니면 잉카 문명을 멸망시킨 콩퀴스타도르들, 식민지 시대에는 소수의 '문명화된 군대'들이 개틀링 기관총으로 창칼로 무장한 원주민들을 쏴댔지만 이건 학살인지 전투인지조차 애매하고.
헌데 명량해전 같은 경우는...물론 함선 자체의 우위가 있긴 했지만 결정적 요소는 지휘관이었으니까요. 그것도 한쪽 지휘관이 엄청 무능해서 진 게 아니라 다른쪽 지휘관이 엄청 유능해서 이긴 사례는 정말 찾기 힘들 거라 봅니다.
심지어 명량해전은 처음부터 13척이 일치단결해서 해협 틀어막고 싸운 것도 아니라 통상 대감 승선한 상선 한척이 혼자서 무쌍 찍다가 나중에서야 한두척씩 슬금슬금 합류했다는 게 함정(...)
술라와 동시대의 인물이긴 하지만, 공화국의 장군 루키우스 리키니우스 루쿨루스가 티그라노케르타Tigranocerta 전투에서 1만명의 보병과 600명의 기병을 이끌고 아르메니아의 25만 보병과 5만 기병을 상대해서 대승한 기록이 있습니다. (Apianus, 12:84-85) 로마군은 부상 100명에 전사자 5명에 아르메니아는 10만 5천 명 이상이 전사했습니다.
한국이 소수에게 대패한 전투는 교과서에 실리지 않아서 그렇지 은근히 많은데 그중에서 top3를 꼽으면, 위에 언급된 병자호란의 쌍녕전투, 임진왜란의 용인전투, 한국전쟁의 현리전투는 굴욕과 비참함 그자체랄까요...
국지적인 전투에서 소수가 다수를 물리친 사례는 워낙 많고, 특히 산악 지형이 많고 화기로 치뤄진 한국전쟁에서는 연합군이 우월한 수의 중공군을 상대로 부족한 쪽수를 화력으로 제압한 사례가 그득합니다.(베티고지 방어, 지평리 전투 등등등)
그 외에 딱히 생각나는 것은 겨울전쟁의 핀란드의 방어전이나 4차 중동전쟁의 골란고원 방어....전쟁의 꽃인 회전은 잘 모르겠네요
명량해전은 지휘자이신 이순신장군도 하늘의 도우심이다라고 할 정도였으니 말 다한 거죠. 물론 장군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는 다 하고 벌인 일이지만 말입니다. 그러기에는 일본이 동원한 물량은 어마어마하죠.
인류 역사를 통틀어 볼때 어떤 전략전술가도 물량앞에서는 무력할 뿐입니다. 내가 100을 상대로 이겼는데, 상대방은 100단위 병력 한다스 이상 준비하고 있으면 말 다한 거죠. 그런 상황을 뒤집어 버린 거니 어쩌겠습니까?
그저 현실은 창작을 능가하는 경우라고 밖에.. 기적은 이런 경우를 설명하기 위해 존재하는 단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