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변을 발견한 것은 어느 아마추어 천체 물리학자였다. 로키산맥에 살고 있던 그는 하늘을 관측하다가 어느날 놀라운 것을 발견하게 된다. 분명 그 지점에 존재했어야 할 별 하나가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그리고 그와 거의 동시에 수많은 사람들이 그 사실을 눈치챘다. 그건 작은 소행성이나 이름도 모를 작은 별이 아니었다. 밤하늘에 가장 밝은 별중 하나인 시리우스였다.


시리우스가 사라졌다. 대체 왜?


과학자들은 뭐라 설명할 수 없는 이 기괴한 현상에 대해 여러가지 추론을 내어놓았다.


시리우스가 폭발했다. 

빛도, 폭발의 징후도 없었다.


블랙홀에 빨려들어갔다.

하지만 그에 준하는 X선 방출은 검출되지 않았다.


그 별을 가로막을 정도로 거대한 암흑 물질이 그 사이에 존재한다.

하지만 그렇다면 그 암흑물질이 다른 별들과의 사이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인가?


이상하고 특이한 이 현상에 대해 수많은 추론이 있었지만 어느 누구도 이해할 수 있을만한 답을 내지는 못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목성이 사라졌다. 


사람들은 패닉에 빠지기 시작했다. 세상의 종말이 다가왔다고 외치는 사람들도 있었고

그것이 있어야만 할 그 자리를 눈이 빠져라 망원경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아무 것도 없었다. 오려낸 것처럼.


하늘은 언제나 마찬가지로 움직였는데, 그들만은 마치 애초부터 없었던 것처럼 사라져 버린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밤하늘에 밝게 빛나고 있던 달이 사라졌다.


순식간에.


감시 카메라에는 찍히지 않았지만 사람들의 증언에 따르면 뭔가 검은 그림자가 달을 덮치더니 다음 순간 사라졌다고 했다.

하지만 그것은 사람들의 착각임에 틀림없었다.


과학자들은 다음 차례는 지구인가 하는 불안에 휩싸였다.

주식은 폭락하고 폭동이 일어나고 세상은 아비규환이 되었다.

종말론이 성행하고 자살자가 속출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세상을 묵묵히 살아가는 이들도 있었다.


"오빠앙~~ 오빠는 정말 나 위해서 뭐든지 해줄 수 있어?"

"그럼.. 지난번에 별도 따달래서 두개나 따줬잖아."

"근데 정말 딴거 맞아?"

"정말이라니까. 왜 못 믿어?"

"그냥 사라지기만 한 건데? 그게 무슨 따준거야."

"못 믿는대서 달도 따줬잖아!"

"그냥 구름 낀 거 아니었어?"

"아냐. 진짜 땄다니까."

"그럼 보여줘. 땄는데 왜 없어."

"그.. 그게 질량이 너무 커서.. 일단 따 놓기만 한 거고.."

"에잇 거짓말! 오빤 구라쟁이야!"

"아니 그게 아니라. 보여줄 수가 없다니깐."


남자는 이번에야말로 세상의 종말을 불러오더라도 진실을 보여주어야 하는가 잠깐 고민에 빠졌다.

저 멀리 불타오르는 시가지 사이로 구급차와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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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원래 비정한 법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