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셉 캠벨이라는 신화학자가 있습니다. 87년이었나...에 작고하시어 지금은 고인이 된 분이지만

그 분의 수많은 저작은 신화학에 관심이 있다면 정말 필독서라 할 수 있죠.

그 분의 초기 저작중에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 이라는 책이 있는데, 그 중의 한 구절을 소개해 보자면

  ......모든 시대의 영웅들은 우리에 앞서 미궁으로 들어갔고, 미궁의 정체는 모두 벗겨졌으며, 우리는 단지 영웅이 깔아놓은 실만 따라가면 되는데도 그렇다. 추악한 것이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는 곳에서 우리는 신을 발견할 것이고, 남을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하던 곳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을 죽일 것이며, 밖으로 나간다고 생각하던 곳을 통해 우리는 우리 존재이 중심으로 들어갈 수 있을 것이고, 외로우리라고 생각하던 곳에서 우리는 세계와 함께 하게 될 것이다....

(조셉 캠벨, 1948,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 민음사, 38-39)

네, 잘 음미해 보시면, 어디선가 본 듯한 장면을 떠올리실 수 있을 겁니다. 그 장면이 어딘지는 굳이 직접 말씀드리지는 않겠습니다.

제가 여기서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을 소개하는 것은, 조지 루카스 자신이 밝힌 것처럼, 스타워즈의 중심 모티프가 이 책을 통해서 정립되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으로 아버지-아들의 대결 구도는 캠벨이 말한 것처럼 신화적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존재죠. 뭐 수많은 '이야기'들이 그렇지만, 스타워즈는 그 중에서도 캠벨이 밝힌 신화의 전형적인 구조를 그대로 잘 따라가고 있는 구성입니다. 평화로운 삶 - 이것이 깨지고 - 조력자가 등장하고 - 영웅은 본인의 과업을 부정하다 - 결국 그것을 받아들이고 뭐 이런 구조.

보다 자세한 건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을 읽어보시면 잘 나옵니다 ^^; 아 물론 스타워즈 이야기가 나오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캠벨의 PBS 대담집인 <신화의 힘>에 보면 스타워즈 이야기도 나와요. 이 대담은 스타워즈 등장 이후에 이루어진 것이니까요.


뭐 신화학 하면, 프레이저의 <황금가지>도 있습니다만, 황금가지는 사실 읽고 있으면 큰 재미가 있지는 않더군요. 워낙 방대한 자료를 수집하여 그에서부터 주장으로 넘어가는 이 귀납적인 책은, 방대한 자료가 주는 위압감이란게 큽니다. 반면 캠벨의 여러 책들은 방대한 자료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는 자신의 '이야기'속에 잘 녹여서 보여줍니다. 글은 캠벨이 훨씬 잘 쓰신 듯.

굳이 여기서 신화학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은, 감상이든 창작이든 이러한 기본적 상징 체계를 알고 보는 것과 모르고 보는 것, 특히 알고 쓰는 것과 모르고 쓰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여기 나오는 자료들이 기본적으로 '참고자료'의 성격도 되어 주기도 하구요.

캠벨의 책을 처음 보시거나, 신화학 자체를 처음 접하시는 분들은 위에서 말한 대담집인 <신화의 힘>을 먼저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캠벨 본인이 자신의 사상과 저술에 대해 쉽게 설명해주기 때문에, 여기서 시작하면 뒤의 책들이 하나로 엮일 수 있죠.

이외의 번역된 캠벨 책들로는

<신화의 이미지>
<신의 가면> 4권
<네가 바로 그것이다> 등이 있습니다.

아래에서부터 위로 올라가는 순서가 무난하다고 봅니다만, 사실 큰 상관은 없습니다 ^^;

ps. 그러고보면 SF에도 또 한명의 캠벨이 있지요. 존 캠벨... 캠벨 스쿨의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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