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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분들도 계시겠지만, 세상에는 PC-FX라는 게임기가 있었습니다.

플레이스테이션, 세가 새턴과 비슷한 시기에 발매된 기종으로 32비트 게임기...

PS, SS 등이 3D 그래픽을 내세우고 있던 시기에 이 기종만큼은 유독 ‘2D’ 기능에 집중된 독특한 시스템을 갖고 있었지요. 그중에서 가장 뛰어난 것이 FX의 하위 기종이라 할 수 있는 PC엔진부터 이어져 내려온 ‘동영상’ 기능이었습니다.

CD-ROM... 아마도 2배속 정도 되는 CD-ROM을 쓰는 상황에서 초당 30프레임이라는 놀라운 영상을 제공했으니까요. 그래서일까요? PC-FX에는 이런 동영상을 활용한 지극히 독특한 게임들이 있었습니다.

(, PC-FX의 게임을 다 합쳐봐야 50개 정도밖에 안 되긴 하지만, 이들 게임은 정말로 PC-FX에서만 볼 수 있는 게임이었지요.)


가령, FX가 나왔을 당시 여기저기 게임기 매장마다 전시용으로 틀어놓았던 ‘배틀 히트(Battle Heat)’ 같은 게임이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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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게임은 당시 유행하던 ‘격투 게임’의 일종이긴 한데, 버추어 파이터나 철권과는 조금... 아니 120% 다릅니다. 뭐가 다른가 하면, 이 게임은 바로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전투”가 진행되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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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의 조작은 일반적인 격투 게임과 별 차이가 없습니다. 다만, 앞이나 뒤, 점프 등 이동하는 동작이 없고 순수하게 공격과 방어 등의 기술 명령 만 있습니다.


  그래서, 조작 명령을 내리면 그에 맞추어 공격, 방어 등 여러 가지 기술이 나가는데... 그 장면이 ‘애니메이션’으로 표현됩니다. 그야말로 “북두의 권”이나 “드래곤볼” 애니메이션을 보는 느낌...

(... 이처럼 아따따 공격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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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따따 공격 - "북두의 권"의 주된 장면? 원래 이소룡의 소리를 흉내낸 것이라는데,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만화에서는 '아따따'라고 되어 있었다.
  성우인 카미야 아키라씨의 박진감 넘치는-그야말로 아무나 할 수 없을 듯한- 연기로 유명...

 
다양한 애니메이션을 뒤섞어 흥미롭게 연출하고 있습니다. 어찌 생각하면 “드래곤퀘스트”나 “파이널 판타지” 같은 RPG의 전투를 연상하기 쉽지만, 그 모든 것이 격투 게임 스타일로 빠르게 전개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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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면 위에 표시되는 두 사람의 거리, 그리고 상대가 쓰려는 동작을 예측해서 공격 등의 조작을 하는데, 타이밍을 놓치면 기술이 어긋나기도 하고, 거꾸로 반격을 당하기도 해서 정말 쉬운 게임은 아니었습니다.

물론 가끔은 ‘도발’ 등의 기술로 상대를 약 올리는 것도 가능하지요.emoticon


보통의 격투 게임과는 많이 달라서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걸리긴 하지만, 일단 익숙해지면 상당히 열혈이 넘치는 플레이가 가능하지요.emoticon


단점은... 일단 캐릭터가 많지 않다는 것. 전투 동작이 전부 애니메이션으로 되어 있는데다 사람이 늘어나면 둘이 맞붙는 기술(던지기 등) 때문에 장면이 늘어나기 때문인지, 보스를 포함 9명 밖에는 안 됩니다. (, 보스가 변신하니 10명이라고 봐도 될지도? ^^) 보스와 사천왕 해서 5, 그리고 정의의 편 4...(, 당시엔 적당한 수준이었을지도 모르지만...^^)


하지만, 정말로 큰 단점은 PC-FX 자체가 희귀한 게임기라는 점이지요. 제가 이 게임기를 살 당시 용산 내에서 딱 한 대밖에는 못 봤거든요. (그 후 몇 대 들어 오긴 했지만, 금방 사라졌습니다.)


그래도 최근에는 매직 엔진 FX라는 에뮬레이터가 워낙 잘 나왔기 때문에 편하게 해 볼 수 있지요. 사실, PC-FX 자체가 단종된 지 오래된 지금, 이제 와서 게임기를 구할 수는 없으니까요. (상태가 좋은 건 꽤 가격이 나가는 걸로 압니다. 물론, 저 역시 팔 생각은 없지만...^^)



참고로, 유투브 동영상(오프닝)...



여담) 무협? 판타지? SF? 장르를 가리기가 조금 힘듭니다. 왜냐하면, 대다수는 '무협'처럼 보이지만, 마법을 주특기로 쓰는 캐릭터가 있고, 보스는 로봇이거든요.^^ 그냥 마법과 기를 쓰는 SF 세계라고 해 둡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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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아는 이는 현재를 이끌어가고 미래를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역사와 SF... 어딘지 어울리지 않을 듯 하지만, 그럼 점에서 둘은 관련된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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