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폭풍이 지나간 다음날 아침의 하늘은 무척 아름답다. 적어도 메이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티끌한점 없는 청명한 하늘도 아름답거니와, 태양열로 잔뜩 건조했던 대기가 모래폭풍에 쓸려가고 북쪽의 습한 공기가 대지를 촉촉히 적시기에 차가운 사막의 새벽이 더욱더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오늘아침만큼은, 메이의 기분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신디게이트의 무사들이 이른 새벽부터 잔뜩 몰려온 것이다.
"글쎄 이유가 있을것 아니예요?"
잔뜩 찌뿌린 표정을 한 메이가 씹어 뱉듯한 쇳소리나는 목소리로 말을 했다.
"이봐. 우린 신디게이트의 무사들이라구."
"오. 이런. 몰랐어요. 전 당신들이 재이드 팰컨의 맥 워리어들인줄 알았지 뭐예요."
신디게이트 무사의 얼굴이 잔뜩 씹다 내 뱉은 환각제 껌 처럼 구겨졌다. 그러고 보니 이런 말이 통하지 않는 여자들을 상대할땐 한조각 씹어가며 이야기하면 좋을텐데.
"이봐. 정말이지 다치고 싶어? 뭘 믿고 이러는거야? 그저 집구경좀 하고 싶을 뿐이라잖아."
"마룻바닥 한조각 한조각 까지 모조리 뜯어내면서 구경하고 싶으시겠지. 당신들이 유니온이 아닌이상, 난 협조해줄 의무가 없어요. 난 헤븐리 더스트는 커녕 환각제 껌조차 당신들이 관리하는것만 판다구요."
"유니온? 경찰나부랭이가 이 동네에서 뭘 할수 있다고 이러는 거야? 여기서 가장 가까운 유니온 함대라고 해도 적어도 2-3파섹 이상은 떨어져 있을껄? 그런 유니온이 우주의 끝트머리에 잘 보이지도 않는 행성에 살고있는 퍼브 주인이 어떻게 좀 됐다고 관심이나 가질것 같아?"
"오. 유니온이야 관심이 없을지 몰라도 당신네 보스들은 그렇지 않을껄? 여기서는 당신들이 관리하는 물건들만 사용하는 데다가 내 수익의 일부분도 당신들이 챙기잖아? 신타록한텐 상당히 짭짤한 용돈일텐데?"
"신타록 사형이 직접 명령한 거야. 더이상 귀찮게 굴지마."
이런 빌어먹을. 그 돼지자식에게 갖다바친 돈이 얼만데, 이런 식으로 배반을 하다니. 메이는 이해가 안갔다. 신디게이트가 관리하는 값비싼 헤븐리 더스트보다 훨씬 저렴한 사제 헤븐리 더스트를 허용해 줄테니 이익금을 반씩 나누자는 제안을 해온건 신타록 자신이 아닌가? 아무리 유니온 정부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변방의 행성을 장악하고 있는 범죄집단 신디게이트라지만, 데거 엣지스 같은 시골 지부에서 중간 보스가 벌이는 이익사업까지는 눈감아 주는 이상 지금 사제 헤븐리 더스트를 적발하겠다는건 신타록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고 조직을 위해 과잉충성하겠다는 이야기인가? 아니면 내가 신타록이 조직에 대한 충성을 증명하려는 조작극에 희생되고 있는건가? 모르긴 몰라도 거기서 얻는 이익이 사제 헤븐리 더스트의 이익을 능가하진 않을텐데?
퍼브안에서 온갖 깨지고 부서지는 소리는 다 들리고 있었다. 메이는 망연히 퍼브를 쳐다 보았다. 이제 곧 저 녀석들이 사제 헤븐리 더스트를 발견하겠지. 신타로의 농담을 빌면 '아틀라스를 5대정도는 살수 있을 만큼' 많은 양의 헤븐리 더스트를.
"없습니다."
없어? 저 친구. 칡흑같이 어두운 밤에도 2Km밖의 사람이 누구인가를 구분해 낸다는 신디게이트 무사가 맞나? 신타록과 동업하는 이상 궂이 숨겨둘 필요가 없었던 사제 헤븐리 더스트였기 때문에 지하실에 내려가 보면 눈이 휘둥그래질 만치 많이도 쌓아 놓았는데, 그걸 못찾았다구?
행동대장으로 보이는 무사가 무척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한참 메이의 얼굴을 들여다 보던 무사가 메이에게 거친 목소리로 물었다.
"어딨어?"
"지하 창고에 쌓아놨잖아요. 봤으면서 뭘그래요?"
무사는 고개를 갸우뚱 하고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한참 짖고 있더니, 피식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당했군..."
"...?"
"나도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만, 신타록 형님이 네게 뭘 찾는지는 말하지 말라고 하셔서 말이지. 난 사제 헤븐리 더스트를 적발하러 온게 아니야."
메이는 갑자기 기운이 탁 풀렸다. 정말 다행이다. 퍼브가 좀 많이 부서지긴 했지만, 그정도는 사실 포도주 파티가 열리는 날이면 거의 매일 부서진다고 봐도 좋기 때문에 별 문제가 아니였다. 내 헤븐리 더스트가 무사하다면 그걸로 좋은 것이다.다음 순간 울컥 화가 났다. 신디게이트 무사에 대한 예우고 뭐고 다 내던져버렸다.
"젠장! 그럼 너 뭘 찾으러 온거야? 니가 뭔데 감히 내 퍼브를 어지럽히는거야?"
"진정해. 진정하라구. 신타록 형님이 말하지 말랬단 말이야."
"그게 뭔데? 뭘 찾는데?"
신디게이트 무사는 무척 당황스러웠다. 그도 그럴것이 그 스스로는 그 자신이 그다지 가볍지 않은 몸무게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지금 굉장히 가냘퍼 보이는 퍼브 주인의 손에 멱살이 잡힌채 30센티미터는 공중에 떠오른 것이였다! 이를 보고 깜짝 놀란 다른 수행무사들은 메이가 내뿜는 흉흉한 기세에 눌려 꼼짝도 못하고 있었다.
"이... 이것부터 놔. 이것부터 놓으라구."
"입닥쳐. 지금 당장 뭘 찾으러 왔는지 말하지 않으면, 네녀석 목을 부러뜨려다가 오늘 아침 스튜거리로 만들어 버리고 말테다."
무사는 잔뜩 긴장하지 않을수 없었다.실제로 이 퍼브의 주인은 몇번인가, 마땅한 스튜거리가 없자 노예시장에서 싸구려 노예를 구입해다가 스튜거리로 써 버렸다는 소문의 주인공인 것이였다.신타록 사형 마저도 자주 '그여자 무섭다' 고 하지 않았던가.
"아... 알았어. 이야기 할께. 이야기 한다구"
메이는 그를 내려놓지 않았다.이야기를 들어보고 내려주겠다는 기세였다.
"우리는... 우리는 사람을 찾으러 왔어."
"사람?"
"그래. 어젯밤 혹시 피부가 하얀 여자 노예를 거느린 남자 하나 오지 않았어? 모래 폭풍 와중에 녀석들을 쫏던 무사들이 행방불명 되어버리고 말았지만, 그 둘도 죽은것이 아니라면 데거 엣지스 밖에 올만한 곳이 없다구."
"그리고 데거 엣지스 유일의 여관이 여기고 말이지?"
메이는 무사를 던져버리듯 내려놓았다.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져 허우적 대던 무사는 간신히 땅에 몸을 붙일수 있게 되었지만, 다음순간 메이에 의해 가슴을 짖밟히고 말았다.
"커억!"
"그것들이 도대체 누군데."
무사는 이 여자가 정말로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무려 10여년을 수행한 무공으로도 이 스물세살짜리 퍼브 여주인의 발밑에서 빠져 나올수가 없었던 것이다. 다른 수행무사들 역시 메이에게 덤벼들지 않았다. 그들이 그토록 무서워하는 신타록 사형이 이 여자를 굉장히 좋아하는 것을-심지어 두려워하기까지 한다는것을 그들은 알고 있었다.
"몰라... 우리는 들은바가 없어. 그냥 새벽같이 쳐들어가 자고 있는 걸 잡아오라는 명령을 받았단 말이야."
"몰라?"
'우두둑' 하고 갈빗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지금 그녀는 신디게이트 행동대장의 갈빗대를 발끝으로 밟아 부러뜨려 버린 것이다. 보통사람은-만약 그 보통사람이 갈빗대를 발끝으로 밟아 부러뜨릴수 있는 사람이라면- 지금당장 신디게이트에 끌려가 ER PPC 포살을 당해도 하소연할데 없는 무모한 짓이겠지만, 그녀의 판단으로 이 돼지 신타록은 사제 헤븐리 더스트 사업을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이런 행동 대장 쯤 서넛 죽여도 그녀는 신타록의 보호를 받을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데거 엣지스에서 신타록과 사제 헤븐리 더스트 사업을 벌일만큼 간 크고 믿을수 있는 파트너는 메이 한사람 뿐이였던 것이다. 촌장 같으면 얼른 신디게이트 중앙에 신고하고 몇푼 상금에 만족하고 말겠지.
"신타록을 만나야겠어."
그런 간크고 믿을수 있는 파트너에게, 뭘 찾는지 이야기 하지 않았다는 건 찾는게 무었이였던 간에 혼자 차지하고 싶다는 거겠지. 돼지자식!
"앞장들 서."
갈빗대가 부러져 나간 행동대장을 부축하고, 신디게이트 수행무사들이 걸어나갔다. 보통 사람들 같으면 감히 신타록을 만나야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걸 살려둘 수행 무사들이 아니겠지만, 어쨋튼 그녀는 신타록의 동업자인 것이다. 아니, 그들이 목격한 바에 의하면 행동대장 처럼 상대방의 힘을 판단하지 못하고 까불다가는 오히려 저 가냘퍼 보이지만 무시무시한 손에 머리통이 부셔질 판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