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링커 1979년 - 작가 - 요한(windkju)
글 수 29
링커
11.
눈보라가 치고 있었다. 봄이었음에도 한톨의 따스함도 느낄 수 없었다. 얼어붙은 툰드라에 한치앞도 가늠하기 힘든 눈이 흩날렸다. 흡사 바늘같았다. 낮이었음에도 사위를 파악할 수 없으니 밤과 별 차이가 나지 않았다. 희게 떠오르는 풍경은 세상의 끝처럼 현실을 잃어버린 것만 같다.
「아무도 없습니까!」
같은 길에서 나왔을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 벌써 멀리 달아난 것일까. 나는 사람들을 찾을 수 없었다. 자주 소리쳐 부를 수도 없었다. 입을 열때마다 공기마저 얼어붙어버릴 것만 같다. 가방속에서 여분의 옷을 꺼내 입었음에도, 너무나 추웠다. 바들거리는 손가락은 진작에 타인의 것처럼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다.
어디로 가야할지 알 수 없었다. 분간할 수도 없었고, 어디쯤인지도 알 수 없었다. 그럼에도 걸어가야 했다. 망각에 잊혀지지 않게 끊임없이 걸어야 했다.
니나는 어떻게 되었을까.
제때 도망쳐 나왔을까? 아니면 붙잡혀버렸을까. 나는 그녀에 대한 생각을 떨치려 애썼다. 생각하면 할수록 죄책감만이 들었다. 같이 나왔어야 했다. 거부한다고 해도 억지로 데리고 나왔어야 했다. 고작 어린 소녀일 뿐이었다. 나는 도대체 어떻게 된 놈일까. 이런 나의 무책임함을 알면 메리는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메리. 메리. 메리.
그녀가 보고 싶었다.
나는 바들거리는 손으로 가방을 열었다. 감각을 잃어가는 손으로 그것을 꺼내는 것은 너무나 힘들었다. 힘겹게 홀러를 꺼내든 나는 그것을 눈밭에 내리꽂았다. 굴속에 들어가 추위를 피하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홀러는 작용하지 않았다. 쓴 웃음이 흘러나왔다.
「것봐. 작동하지 않잖아. 힉.」
되새김질 하듯 다시 홀러를 뽑아 내리 꽂았다. 얼어붙은 눈밭에 꽂혀진 홀러는 버려진 나뭇가지 같았다. 홀은 열리지 않았다. 두 번. 세 번. 계속 시도 했다. 그러나 한번 열리지 않았던 홀이 열릴 리가 없었다. 실패작이었다. 한번 성능을 발휘했던 홀러는 완전히 기능을 멈춰버렸다.
「하.하. 뭐가 연금술사냐.」
이대로 얼어붙어 죽을 것이다. 웃음만이 흘러나왔다. 오랜 연구는 무용지물이었다. 나는 홀러를 눈보라 속에 던졌다. 더 이상 버티기 힘들었다. 그럼에도 나를 버티게 하는 얼굴이 하나 있었다. 아니 둘 있었다. 메리. 메리......니나.
「죽을 수는 없잖아. 곧 결혼식인데 말야. 하. 힉.」
손으로 눈밭을 해치고 땅을 파기 시작했다. 깊이 쌓여있는 눈은 쉽사리 바닥을 보여주지 않았다. 파고. 파고. 또 파면서 나는 나의 희극성에 대해 생각했다. 호기심에 죽음을 당한 사람의 이름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프랭클린. 그도 벼락을 잡으려다가 그렇게 죽음을 당했다. 오. 고귀한 죽음이여. 희극성에 헌장한 위대한 목숨이여. 눈밭이 땅을 드러냈을 때 나는 그의 죽음에 바치는 시를 짓고 있었다.
그리고 손가락을 땅에 꽂으며 생각했다.
빌어먹을. 던지지 말걸.
얼어붙은 땅은 절대로 쉽게 파지지 않았다. 하다못해 홀러라도 있었다면 그것으로 땅을 파보련만. 그러니까 막대기의 기본적인 용도로 말이야. 하.하. 평생을 바쳐서 땅을 파헤치는 것 같았다. 시간이 탄생에서 죽음까지 흘러가는 것 같다. 그렇게 겨우 나는 몸을 뒤집어 누일 굴을 파낼 수 있었다. 그속에 뱀처럼 몸을 또아리틀어 누이며 생각했다.
나쁘지 않은 죽음이야.
「일어서.」
실눈을 뜨고 바라보았다. 희게 빛나는 눈보라 속에서 누군가의 손이 다가왔다. 나는 방어하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았다. 어쩐지 몸이 들리는 느낌이 들며 잠이 들었다.
12.
오래전 추억이었다. 나는 발전하지 않는 나에게 실망하고 있었다. 그때 나를 가르쳤던 그는 이런 말을 해왔다.
「길을 잘못 선택한게 아닐까? 내가 보기 너는 좀더 기계적인 쪽이 어울리는 것 같은데?」
나는 변명하고, 변명하고 또 변명했다. 내가 생물학쪽에 소질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었다. 항상 기계적인 움직임에 높은 성과를 보이면서도 나는 생물을 연구하고 싶었다. 그런 나에게 그는 그것이 ‘집착’이라고 말했다.
「그게 무슨말인가요?」
「너에게 결여되어 있는 것을 찾는거지. 그게 바로 집착이야.」
나는 그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생물을 연구하고 싶었다. 그래서 결국엔 창조의 길에 손을 닿고 싶었다. 생명의 신비를 밝히고 싶었다. 생명이. 생명이. 그랬다. 나는 집착하고 있었다. 하지만 인정할 수는 없었다.
「좀 더 인간다워 지고 싶은거지? 안 그래? 조슈. 꼭 찾기를 바래.」
답답했다.
13.
삐걱거리는 소리에 잠을 깨었다. 처음 깨달은 것은 내가 더 이상 눈보라 속에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주위는 어두웠지만 적어도 사위는 구분할 수 있었다. 몸을 일으키려던 나는 그제서야 내 몸이 결박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몸이 묶여 있었다. 움직일 수 없었다. 간신히 고개를 돌릴 수 있을 뿐이었다.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잡힌 것이다. 고개를 두리번 거려보았지만 밖으로 나가는 통로는 보이지 않았다. 고개를 들었을때야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천장틈새에서 빛들이 스며들어오고 있었다. 지하실 같은 곳이었다. 내 가방은?
다급하게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없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빌어먹을. 가방에는 ‘그것’이 있는데. 그것만은 빼앗기면 안된다. 그것을 위해서 이 여행을 하는 것이 아니던가.
삐걱.
조각한 빛이 지하실로 스며들었다. 램프같은 것을 들고 내려오던 사람이 주위를 둘러보다가 나와 눈이 마주쳤다. 빛에 의해 조각난 그의 얼굴이 이지러졌다. 그는 고개를 돌려 외쳤다.
「보스. 이녀석 깨어났나 본대요?」
「보스라고 부르지마!」
밖에서 뾰족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자 그는 이죽거리며 웃더니 슬금슬금 나에게 다가왔다. 나는 어찌하려는 것인가 바라보고 있자 그가 대뜸 말했다.
「쓸데없는 저항은 하지않는게 좋아. 목 위가 날아가는 수가 있어.」
그의 협박에는 그의 손에 들린 칼도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는 칼로 나를 잠시 겨냥하더니 한 손으로 나를 일으켜세웠다. 완력이 대단한것인지 나는 쉽게 끌려올려졌다. 나는 저항하지 않았다. 그는 그것이 마음에 든 것인지, 나의 발목에 묶여진 밧줄을 끊었다.
「앞으로.」
나는 계단을 따라 올라갔다. 왜인지 두려움은 들지 않았다. 이상한 기분이었다. 죽이려고 했다면 진작에 죽였을 것이다. 그러니까 그들은 나에게 무엇인가 바라는 것이 있다는 것이다. 아마도 그것은 나의 짐과 관련된 것일테다.
위로 올라가자, 넓은 건물 안이었다. 몇몇 사람들이 주위에 서 있었고, 한 사람만이 앉아있었다. 벽난로 근처에 앉아있는 한사람. 아니 그녀. 붉은 머리카락의 그녀는 팔에 기계장치를 매달고 있었다. 그 기계장치에서 빠져나온 선은 길게 빠져나와 그의 허리춤에 있는 벨트에 꽂혀있었다. 은빛으로 빛나는 벨트. 나는 그것이 연금술의 결과임을 금방 알아보았다. 검은색의 유려한 옷차림을 하고 있는 그녀는 나를 보며 웃어보였다.
「안녕하신가.」
「누구십니까?」
그녀는 대답대신 손가락을 튕겨보았다. 그러자 그녀의 손가락위로 반짝이는 물체가 핑그르르 돌며 허공을 맴돌았다. 곧 떨어진 그것은 데구르르 나의 발치에 부딪혔다. 5펜스. 코인. 나는 숨을 몰아쉬었다.
「코인마스터?」
「그래. 여자라서 놀란건가?」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런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손가락을 다시 튕겼다. 놀랍게도 바닥에 떨어져 있던 동전이 팽그르 돌았다. 그리고 그것은 곧 그녀의 손가락을 향해 튕겨져 날아갔다. 동전을 움켜쥔 그녀는 옆에 있던 남자에게 말했다.
「그것들을 가져와. 아. 그놈도 데려오고.」
「알았어요. 보스.」
「내가 보스라고 부르지 말랬지?」
그러자 남자는 키득거리며 문밖으로 나갔다. 그게 불만인듯 그녀는 남자가 나간자리를 노려보았다. 나는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의외의 모습이었다. 뭐랄까. 쇳조각에서 따뜻함을 발견한 느낌이었다. 코인마스터라고 생각했을 때 떠올랐던 모습과는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그녀가 나를 바라보았을 때 나는 내가 착각했음을 깨달았다.
「넌 누구지?」
그녀의 눈빛은 날카롭기 그지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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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못참고 결국 올립니다. ^^;;;
11.
눈보라가 치고 있었다. 봄이었음에도 한톨의 따스함도 느낄 수 없었다. 얼어붙은 툰드라에 한치앞도 가늠하기 힘든 눈이 흩날렸다. 흡사 바늘같았다. 낮이었음에도 사위를 파악할 수 없으니 밤과 별 차이가 나지 않았다. 희게 떠오르는 풍경은 세상의 끝처럼 현실을 잃어버린 것만 같다.
「아무도 없습니까!」
같은 길에서 나왔을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 벌써 멀리 달아난 것일까. 나는 사람들을 찾을 수 없었다. 자주 소리쳐 부를 수도 없었다. 입을 열때마다 공기마저 얼어붙어버릴 것만 같다. 가방속에서 여분의 옷을 꺼내 입었음에도, 너무나 추웠다. 바들거리는 손가락은 진작에 타인의 것처럼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다.
어디로 가야할지 알 수 없었다. 분간할 수도 없었고, 어디쯤인지도 알 수 없었다. 그럼에도 걸어가야 했다. 망각에 잊혀지지 않게 끊임없이 걸어야 했다.
니나는 어떻게 되었을까.
제때 도망쳐 나왔을까? 아니면 붙잡혀버렸을까. 나는 그녀에 대한 생각을 떨치려 애썼다. 생각하면 할수록 죄책감만이 들었다. 같이 나왔어야 했다. 거부한다고 해도 억지로 데리고 나왔어야 했다. 고작 어린 소녀일 뿐이었다. 나는 도대체 어떻게 된 놈일까. 이런 나의 무책임함을 알면 메리는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메리. 메리. 메리.
그녀가 보고 싶었다.
나는 바들거리는 손으로 가방을 열었다. 감각을 잃어가는 손으로 그것을 꺼내는 것은 너무나 힘들었다. 힘겹게 홀러를 꺼내든 나는 그것을 눈밭에 내리꽂았다. 굴속에 들어가 추위를 피하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홀러는 작용하지 않았다. 쓴 웃음이 흘러나왔다.
「것봐. 작동하지 않잖아. 힉.」
되새김질 하듯 다시 홀러를 뽑아 내리 꽂았다. 얼어붙은 눈밭에 꽂혀진 홀러는 버려진 나뭇가지 같았다. 홀은 열리지 않았다. 두 번. 세 번. 계속 시도 했다. 그러나 한번 열리지 않았던 홀이 열릴 리가 없었다. 실패작이었다. 한번 성능을 발휘했던 홀러는 완전히 기능을 멈춰버렸다.
「하.하. 뭐가 연금술사냐.」
이대로 얼어붙어 죽을 것이다. 웃음만이 흘러나왔다. 오랜 연구는 무용지물이었다. 나는 홀러를 눈보라 속에 던졌다. 더 이상 버티기 힘들었다. 그럼에도 나를 버티게 하는 얼굴이 하나 있었다. 아니 둘 있었다. 메리. 메리......니나.
「죽을 수는 없잖아. 곧 결혼식인데 말야. 하. 힉.」
손으로 눈밭을 해치고 땅을 파기 시작했다. 깊이 쌓여있는 눈은 쉽사리 바닥을 보여주지 않았다. 파고. 파고. 또 파면서 나는 나의 희극성에 대해 생각했다. 호기심에 죽음을 당한 사람의 이름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프랭클린. 그도 벼락을 잡으려다가 그렇게 죽음을 당했다. 오. 고귀한 죽음이여. 희극성에 헌장한 위대한 목숨이여. 눈밭이 땅을 드러냈을 때 나는 그의 죽음에 바치는 시를 짓고 있었다.
그리고 손가락을 땅에 꽂으며 생각했다.
빌어먹을. 던지지 말걸.
얼어붙은 땅은 절대로 쉽게 파지지 않았다. 하다못해 홀러라도 있었다면 그것으로 땅을 파보련만. 그러니까 막대기의 기본적인 용도로 말이야. 하.하. 평생을 바쳐서 땅을 파헤치는 것 같았다. 시간이 탄생에서 죽음까지 흘러가는 것 같다. 그렇게 겨우 나는 몸을 뒤집어 누일 굴을 파낼 수 있었다. 그속에 뱀처럼 몸을 또아리틀어 누이며 생각했다.
나쁘지 않은 죽음이야.
「일어서.」
실눈을 뜨고 바라보았다. 희게 빛나는 눈보라 속에서 누군가의 손이 다가왔다. 나는 방어하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았다. 어쩐지 몸이 들리는 느낌이 들며 잠이 들었다.
12.
오래전 추억이었다. 나는 발전하지 않는 나에게 실망하고 있었다. 그때 나를 가르쳤던 그는 이런 말을 해왔다.
「길을 잘못 선택한게 아닐까? 내가 보기 너는 좀더 기계적인 쪽이 어울리는 것 같은데?」
나는 변명하고, 변명하고 또 변명했다. 내가 생물학쪽에 소질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었다. 항상 기계적인 움직임에 높은 성과를 보이면서도 나는 생물을 연구하고 싶었다. 그런 나에게 그는 그것이 ‘집착’이라고 말했다.
「그게 무슨말인가요?」
「너에게 결여되어 있는 것을 찾는거지. 그게 바로 집착이야.」
나는 그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생물을 연구하고 싶었다. 그래서 결국엔 창조의 길에 손을 닿고 싶었다. 생명의 신비를 밝히고 싶었다. 생명이. 생명이. 그랬다. 나는 집착하고 있었다. 하지만 인정할 수는 없었다.
「좀 더 인간다워 지고 싶은거지? 안 그래? 조슈. 꼭 찾기를 바래.」
답답했다.
13.
삐걱거리는 소리에 잠을 깨었다. 처음 깨달은 것은 내가 더 이상 눈보라 속에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주위는 어두웠지만 적어도 사위는 구분할 수 있었다. 몸을 일으키려던 나는 그제서야 내 몸이 결박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몸이 묶여 있었다. 움직일 수 없었다. 간신히 고개를 돌릴 수 있을 뿐이었다.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잡힌 것이다. 고개를 두리번 거려보았지만 밖으로 나가는 통로는 보이지 않았다. 고개를 들었을때야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천장틈새에서 빛들이 스며들어오고 있었다. 지하실 같은 곳이었다. 내 가방은?
다급하게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없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빌어먹을. 가방에는 ‘그것’이 있는데. 그것만은 빼앗기면 안된다. 그것을 위해서 이 여행을 하는 것이 아니던가.
삐걱.
조각한 빛이 지하실로 스며들었다. 램프같은 것을 들고 내려오던 사람이 주위를 둘러보다가 나와 눈이 마주쳤다. 빛에 의해 조각난 그의 얼굴이 이지러졌다. 그는 고개를 돌려 외쳤다.
「보스. 이녀석 깨어났나 본대요?」
「보스라고 부르지마!」
밖에서 뾰족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자 그는 이죽거리며 웃더니 슬금슬금 나에게 다가왔다. 나는 어찌하려는 것인가 바라보고 있자 그가 대뜸 말했다.
「쓸데없는 저항은 하지않는게 좋아. 목 위가 날아가는 수가 있어.」
그의 협박에는 그의 손에 들린 칼도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는 칼로 나를 잠시 겨냥하더니 한 손으로 나를 일으켜세웠다. 완력이 대단한것인지 나는 쉽게 끌려올려졌다. 나는 저항하지 않았다. 그는 그것이 마음에 든 것인지, 나의 발목에 묶여진 밧줄을 끊었다.
「앞으로.」
나는 계단을 따라 올라갔다. 왜인지 두려움은 들지 않았다. 이상한 기분이었다. 죽이려고 했다면 진작에 죽였을 것이다. 그러니까 그들은 나에게 무엇인가 바라는 것이 있다는 것이다. 아마도 그것은 나의 짐과 관련된 것일테다.
위로 올라가자, 넓은 건물 안이었다. 몇몇 사람들이 주위에 서 있었고, 한 사람만이 앉아있었다. 벽난로 근처에 앉아있는 한사람. 아니 그녀. 붉은 머리카락의 그녀는 팔에 기계장치를 매달고 있었다. 그 기계장치에서 빠져나온 선은 길게 빠져나와 그의 허리춤에 있는 벨트에 꽂혀있었다. 은빛으로 빛나는 벨트. 나는 그것이 연금술의 결과임을 금방 알아보았다. 검은색의 유려한 옷차림을 하고 있는 그녀는 나를 보며 웃어보였다.
「안녕하신가.」
「누구십니까?」
그녀는 대답대신 손가락을 튕겨보았다. 그러자 그녀의 손가락위로 반짝이는 물체가 핑그르르 돌며 허공을 맴돌았다. 곧 떨어진 그것은 데구르르 나의 발치에 부딪혔다. 5펜스. 코인. 나는 숨을 몰아쉬었다.
「코인마스터?」
「그래. 여자라서 놀란건가?」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런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손가락을 다시 튕겼다. 놀랍게도 바닥에 떨어져 있던 동전이 팽그르 돌았다. 그리고 그것은 곧 그녀의 손가락을 향해 튕겨져 날아갔다. 동전을 움켜쥔 그녀는 옆에 있던 남자에게 말했다.
「그것들을 가져와. 아. 그놈도 데려오고.」
「알았어요. 보스.」
「내가 보스라고 부르지 말랬지?」
그러자 남자는 키득거리며 문밖으로 나갔다. 그게 불만인듯 그녀는 남자가 나간자리를 노려보았다. 나는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의외의 모습이었다. 뭐랄까. 쇳조각에서 따뜻함을 발견한 느낌이었다. 코인마스터라고 생각했을 때 떠올랐던 모습과는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그녀가 나를 바라보았을 때 나는 내가 착각했음을 깨달았다.
「넌 누구지?」
그녀의 눈빛은 날카롭기 그지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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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못참고 결국 올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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