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게 말이나돼?!!, 사람의 의식이 무슨 프로그램인줄 알아? 삭제를 하네 마네 하다니!! 도대체 이건 뭐야!! 지금 사람 기절시켜놓고서 이상한 영화 촬영하는거 아니야?!!!”
나는 온몸이 욱신거리는 것을 참으면서 침대에서 몸을 벌떡 일으켜서 내 침대 옆에 서있는 사람의 멱살을 잡았다. 순간 내 침대 주변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남자는 다급한표정으로 한손은 내가 멱살을 잡은 팔을 잡고 다른 한 팔은 허공에 떠다니는 문어같은 기계에 손짓을 하고 있었다.

“제 3종 부적응자 발생, 부적응자 교육 프로그램 가동을 실시한다”
내가 멱살을 잡고 있던 남자의 말이 떨어지자 마자 문어같은 기계가 내 머리위로 날아와서는 여러개의 팔로 내 온몸을 고정 시키더니 다시 목에 주사를 놓았다.

나는 다시 야전침대의 푸석푸석한 쿠션속으로 잠겨들면서 의식을 잃어갔다.

2.
“선생님 일어나십시오”
평범한 복장의 노인이 내 앞에 서있었고 나는 어느새 사방이 하얀 빈 공간에 놓인 안락의자에 앉아있었다.

“저는 재교육 프로그램이라고 합니다.”
자신을 재교육 프로그램이라고 말하는 노인이 공손하게 인사를 하더니 세 군데의 허공을 향해 손가락을 가르켰다. 그러자 허공에 세 개의 화면이 나타났다.
하나의 화면은 내가 이상한 치과의자 같은곳에 앉아있는 모습이었고 다른 하나는 하얗게 지워지는 내가 살던 도시의 모습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그냥 잡음만 들리는 화면이었다.

“선생님께서는 지금 현실과 가상공간을 구분하시기 어려우시리라는 것을 이해합니다. 게다가 친한 분을 잃으셨으니 상심또한 크시겠지요”

나는 갑자기 ‘친한분’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심장이 뛰기 시작했고 그래서 다시 몸을 벌떡 일으키려 했으나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그리고 이상하게 잠시후 기분이 차분하게 가라앉기 시작했다.

“죄송합니다. 지금 선생님의 ‘의지’와 상관없이 선생님을 매트릭스 ‘안’으로 불러내고 선생님의 의식에 약간의 제제를 가했읍니다. 본 재교육 프로그램이 종료되면 이러한 제제를 없애고 선생님을 무사히 ‘밖’으로 모셔다 드리겠읍니다. 그때까지만 인내를 갖으시고 제 설명을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나는 자포자기 하는 심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멍하니 세 개의 모니터를 보기 시작했고 그 노인은 그동안의 ‘역사’를 내게 설명했다. 노인이 자주 사용하는 단어는 ‘인공지능’이니 ‘매트릭스’, ‘네오’, ‘트리니티’, ‘오라클’, ‘아키텍트’, ‘모피어스’, ‘시온’, ‘기계와의 전쟁’ 등이었고 노이즈만 들리던 세 번째 모니터에서 그가 말하는 ‘역사’라는 것이 마치 헐리웃 영화처럼 보여지고 있었다.

“자, 제가 드릴수 있는 설명은 여기까지 입니다. 이해 되십니까?”

‘헐리웃 영화 같은 이야기가 현실이라니....도대체 말이나 되는거야?’ 나는 속으로 생각을 하고는 묵묵히 고개만 끄덕였다.

노인은 안심이라는 듯이 미소를 짓고는 나에게 물어보았다.
“더 이상 질문 없으십니까? 제 프로그램 데이터 베이스 한도내에서 대답해 드리겠읍니다.”

“그렇다면 노인장께서 말하는 ‘센티널’의 조종 프로그램 이라든지 노인장 자체의 프로그램은 누가 만드는 겁니까?”

노인은 잠시 난처한 표정을 짓다가 대답을 했다.
“현재로써는 매트릭스의 메인소스화 된 네오의 의식이 프로그램 코드의 일부를 개방하고 있읍니다. 즉 네오가 개방하는 프로그램 코드의 일부를 활용해서 저와 같은 재교육 프로그램과 ‘센티널’들의 조종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읍니다.”

“그렇다면 현재 도시의 삭제, 재 설정은 누가 하는거고, 재 설정 된후 도시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그건 네오만이 알고 있지요, 저희는 단지 어느, 지역이 삭제 재설정이 있을지 알뿐입니다.”

나는 노인을 시험하기 위해 한가지 더 질문을 던졌다.
“당신이 말하는 ‘역사’에서는 네오가 인류의 ‘자유’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여 네오 자신의 의식자체를 메인 프로그램화 해서 인류를 구했다고 했는데.... 매트릭스와 센티널들을 자유자재로 움직일수 있는 존재는 네오 하나 뿐일겁니다. 그렇다면 지금 현재로는 네오라는 존재 자체가 인류의 ‘자유’와 ‘생존’에 가장 위협적인 존재아닌가요? 그가 아무리 선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해도 말입니다.”

노인은 잠시 고민에 빠진듯한 표정을 짓다가 잠시 귀뒤로 손을 가져가더니 무슨 속삭이는 소리를 듣는 듯한 동작을 취했다.

3.
노인은 갑자기 차가운 표정을 짓고는 나에게 이야기했다.
“지금 제가 선생님께 물어보는 것을 대답해 주시면 저도 답변을 드리겠읍니다.”

나는 어차피 이곳 세계에 대해서도 아는 것이 없고 내가 살아온 세계도 그들 말대로라면 환상이니까 대답할것이 별로 없다는 생각에서 자신있게 대답했다.
“뭐든 물어보시지요 노인장”

“선생님과 함께 있던 헬렌이라는 아가씨가 누구의 도움으로 매트릭스 안으로 들어왔는지 아십니까?”

이제는 ‘헬렌’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화가 솟구치는 것 보다 서글픈 기분이 든다.
나는 덤덤히 대답했다.

“여자랑 같이 즐기면서 그런 어려운 이야기를 할수 있나요? 당신들이 말하는 바대로 하면 저는 그 시간엔 그곳이 현실의 전부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말입니다.”

노인은 다시한번 난처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을 했다.
“실은 시온 정부에서는 매트릭스에서 해방 되신 분들의 매트릭스 재접속을 통제하고 있읍니다. 가급적이면 현재 시온 정부의 정책을 온전히 지지하는 분들에 한해서 매트릭스 재접속을 허용하는 것이지요, 만약의 혼란에 대비해서 말입니다. 그런데 헬렌이라는 아가씨는 시온정부의 승인을 받지도 않았는데 매트릭스에 접속할수 있었읍니다. 게다가 접속장비도 시온정부 소속이 아니라 기계전쟁 이전의 것이었읍니다.”

‘뭐야? 그럼 허가받지 않은 접속으로는 매트릭스내의 위치파악도 안된다는 거야?’
나는 생각이 꼬리를 물면서 노인에게 물어보았다.

“그럼 ‘헬렌’의 본체는 어디서 발견되었고, 지금 어디있나요?”

“그 아가씨는 실은 머신시티 부근에서 발견이 되었고 지금은 시온정부 관리시설에서 보존하고 있읍니다. 그럼 더 이상의 질문이 없으신 것으로 알고 접속을 종료하겠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