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군에서 사용하는 소너는 일종의 레이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초음파가 아닌 음파를 사용합니다. 즉, 듣는 것이지요.

수중에서는 전파가 금방 흡수되어 버립니다. 그것은 고주파일수록
에너지가 물에 흡수되기 쉽기 때문이지요.(때문에 잠수함용의 통신
은 AM 이하의 저주파를 사용하며, 비교적 해수면 가까이에서만 사
용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바닷 속에서 적을 살펴보고 동향을 파악하는데는 음파를 사
용하는 것입니다. 잠수함 영화 등을 보면 자주 나오는 그 소리지요.

일반적으로 잠수함은 숨는게 임무이기 때문에 패시브 소너(수동 소
너)를 주로 사용합니다. 이것은 단지 듣고만 있는 것으로서 자기 자신
은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고 상대의 소리만을 듣는 것을 말합니다.

미국의 전략 핵 잠수함인 오하이오가 이 점에서 가장 우수하여, 블랙
홀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습니다.(모든 소리를 흡수해 버린다는 의
미지요.)

반면, 잠수함을 찾아내서 공격하는 구축함 등에서는 액티브 소너(능동
소너)라고 하여 소리를 내고 이 것이 반사되어 오는 것을 보고 잠수함을
찾아내는 소너를 사용합니다.

능동 소너의 경우는, 군사용 만이 아닌 목적에서도 사용하는데, 바로 어
선들이 사용하는 어군 탐지기가 그것입니다.


그런데, 왜 군사용 잠수함들은 바닷 속에서 ' 듣기만 '하는 것일까요?

그것은, 바닷 속은 공기 속과는 달리 시계가 매우 제한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맑은 바다라고 해도 수십 m 밖의 물체를 시야로 확인하기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더욱이, 잠수함들이 주로 활동하는 수심 300~500m 정도
가 되면,그곳까지 들어올 수 있는 햇빛의 양도 제한되기 때문에 시야는 더
욱 제약을 받게 됩니다. 이 상태에서 멀리 떨어진 물체는 단지 그 형태를
대충 확인할 수만 있을 뿐이지요.(물체를 ' 보는 ' 것은 광원(여기서는 태
양)에서 나온 빛이 물체에서 반사되어 나오는 것을 우리의 눈이 인식하는
것이므로, 태양빛이 거의 도달하지 않는 상태에서는 눈 앞의 물체도 안 보
이게 됩니다. 때문에, 심해 잠수정은 강력한 광원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시야로 적을 확인하고 전투를 벌이려고 하면 거의 수십 m
까지 접근을 해야 하는데, 이는 말하자면 코 앞이나 다를 바 없는 상태가
되고 맙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투가 가능할 수가 없겠지요. 아마, 바로 근처에 있는 아
군조차 확인할 수 없을텐데요.

또 하나, 물 속에서도 소리는 멀리까지 퍼지는데다 물 속에서의 소리는 공
기 중에 비해서 빠르게 전파되므로(남극에 있는 고래가 내는 소리가 태평
양 전역에 퍼질 수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고래 한마리가 죽어
가는 소리를 내면 사방 수십 km에 걸쳐 고래가 모두 사라져 버린다는 것도
그렇고요.) 멀리 있는 물체가 내는 소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 말은, 마치 레이더처럼 원거리에서 탐지가 가능하다는 것이지요. 더욱이
잠수함의 기동성은 전투기처럼 높은게 아니기 때문에(오하이오급이나 타이
푼급처럼 큰 잠수함은 더욱 기동성이 낮습니다.) 근접 거리에서의 어뢰 회피
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잠수함 체계에서는 매우 근접한 거리에서 격전을 벌
이는 일은 불가능합니다. 설사 가능하다고 해도, 근접한 거리에서 공격형 잠
수함 정도 크기의 물체가 폭발하면 자기 자신도 피해를 입지 않을 수가 없습
니다.(그래서 잠수함의 어뢰에는 자기 잠수함과 가까운 거리에서는 폭발하지
않는 안전장치가 장착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가까운 거리는 거의 1km 정도.
이 정도 거리에서 적 잠수함이 폭발하면 자기 자신에도 큰 피해가 올 수 있습
니다.(급격한 수압의 증감으로 인한 문제입니다.))

때문에 현대식 잠수함끼리의 격투전은 절대로 불가능합니다. 가능하다고 해
도 이를 시도할 바보는 잠수함 지휘관 중에는 없습니다.(경우에 따라서는 대
형의 잠수함이 보다 소형의 잠수함에 몸통 박치기를 시도하는 일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는 '살을 내주고 뼈를 자른다'(자신을 약간 희생하며 상대
에게 치명상을 입힌다.)는 작전이므로 그다지 사용되지 않습니다.)

현대식 잠수함에 외부를 보는 기능이 없는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외부를
보는 것은 망원경 정도로 한정되며, 잠수함의 현재 상태는 소리와 지자기 등
에 의한 위치 판독으로 이루어지게 마련이죠.(지구의 지자기는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어 이를 통해서 현재의 위치를 비교적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만약 수심 100~300m 지점에서 격투전이 벌어진다면 보는 것이 가능
할 수는 있습니다. 시야는 수백m 정도로 제한되겠지만 여하튼 물체가 있음을
판독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이 경우는 밖을 보면서 2차 대전때의 전투기가 싸
우듯 할 수도 있겠지요. 물론, 그것이 어느 정도이냐가 다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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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아는 이는 현재를 이끌어가고 미래를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역사와 SF... 어딘지 어울리지 않을 듯 하지만, 그럼 점에서 둘은 관련된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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