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philosophypress.co.uk/?p=466



준-일관적 논리란, 일관적이지 않는 전제 하에서 논리를 진행할 수 있게끔 하는 논리학의 한 분야이다.


준-일관적 논리에서는 비-모순의 법칙(A가 B이고 A가 B 아니라는 두 주장은 둘 다 참일 수가 없다),


그리고 폭발의 원리(만약 어떤 명제가 참이면서 거짓이라면, 그 어떤 결론도 논리적으로 도출해낼 수 있다)가 부정된다.



...



저는 지금 제 친구랑 같이 있습니다.


그런데 저와 친구 사이에는 벽이 있군요.


따라서 저와 친구는 서로를 볼 수가 없습니다.



장난을 치기 좋아하는 제 친구는 이 기회를 활용하여 저를 골탕먹이려 합니다.


바로 저한테 말을 건 뒤 대화 중간에 사라져버리는 것이지요.


그렇게 되면 저는 아무도 없는 허공에다가 말을 하는 미친 놈이 되겠군요.



하지만 저한테는 이에 대한 해결책이 하나 있습니다.


만약 친구가 저한테 말을 건다면,


곧바로 저는 큰 목소리로 "거기에는 아무도 없네? -_-)"라고 외칠 겁니다.



뭔가 제 반응이 이상하다고 느끼실 분도 계실 겁니다.


아니, 만약에 제가 정말로 벽 너머에 아무도 없다고 생각한다면 대체 왜 말을 한단 말입니까?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1) 만약 당신이, 벽 너머에 아무도 없다고 믿는다면, 무엇인가를 말할 이유가 없다.


2) 만약 당신이, 벽 너머에 누군가가 있다고 믿는다면, "거기에는 아무도 없네?"라고 외칠 이유가 없다.


3) 따라서, "거기에는 아무도 없네?"라고 말하는 것은 비논리적이다.



하지만 저는 준-일관적 논리를 들어 위의 주장을 반박할 수 있습니다.


먼저, 제가 처한 상황은 다음과 같습니다.



가능성 1 : 벽 너머에 친구가 있을 확률은 50%이다.


가능성 2 : 벽 너머에 친구가 없을 확률은 50%이다.



수용의 법칙에 따르자면,


벽 너머에 친구가 있을 확률이 50%를 초과하는 경우에만, 벽 너머에 친구가 있다고 믿는 것이 논리적입니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벽 너머에 친구가 있으면서(가능성1) 동시에 없다고(가능성2) 믿는 것이 논리적인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가능성1과 가능성2는 둘 다 참일 수가 없지요.



저의 경우, 벽 너머에 친구가 있다고 믿을 근거가 없으므로, 저는 벽 너머에 친구가 있다고 믿어야 합니다.


하지만 또한, 벽 너머에 친구가 없다고 믿을 근거가 없으므로, 저는 벽 너머에 친구가 없다고 믿어야 합니다.


따라서, 제가 "벽 너머에 친구가 있으면서 동시에 없다"고 믿는 것은 논리적인 것으로 여겨집니다.



이제 제가 왜 "거기에 아무도 없네?"라고 소리를 치려고 하는지 한번 설명해 보죠.


소리를 지르는 행위 그 자체는 벽 너머에 친구가 있다는 저의 믿음에 부합합니다.


하지만 소리가 가지는 내용, "거기에 아무도 없네?"는 벽 너머에 친구가 없다는 저의 믿음에 부합합니다.



따라서 친구가 저를 골탕먹이려 할지라도,


저는 언제나 논리적인 정합성을 지켜낼 수 있는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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