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 과학 포럼
SF 작품의 가능성은 어떻게 펼쳐질 수 있을까요? 그리고 어떤 상상의 이야기가 가능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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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답변란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보았습니다. 책에서 우주조종사들이 지구로 돌아와서는 바로 걸어다닐 수 없다고 했는데, 인데버 승무원들의 사진을 보고 의문이 생겨서 질문한 내용이지요.
질문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옛날에 아마겟돈 까댄 책을 본 적이 있었는데 거기서 지적한 옥의 티중 하나가
우주에서 돌아오면 당분간 정상적으로 서있을 수가 없다고 했습니다. 일정한 재활시간을 거쳐야되는데
아폴로13호 조종사도 들것에 실려서 나왔고 그게 맞는 고증이라고 했는데...
오늘 이런 사진을 봤습니다.
엔데버 복귀 직후에 찍은 사진같은데 멀쩡히 승무원들이 서있습니다. 기술이 좋아진것 입니까? 그럼 대략 언제부터 저럴 수 있던 것입니까?
재미있는 이야기이므로 한번 이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합니다.
우주 조종사들이 활동하는 지구 궤도에서는 중력이 매우 미약하기 때문에 사실상 무게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 상태가 됩니다. (무게가 0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 상태에서는 몸에 부담이 가해지지 않기 때문에 가만히 있으면 조종사들의 몸은 약해집니다.
몸의 칼슘 성분이 빠져나가 뼈는 골다공증에 가까운 상태가 되고 근육의 힘이 빠져버립니다. 우주 공간에서는 문제가 없겠지만, 중력이 가해지는 지구에 돌아오면 당연히 문제가 생기겠지요.
이것은 오랜 기간 우주에 머무를수록 더 심해집니다. 그래서 몇 달씩 우주에서 활동하는 국제우주정거장의 승무원들은 매일 정해진 시간동안 운동을 하여 이러한 문제를 최대한 줄이고자 합니다.
이건 사활이 걸린 일이기도 하기 때문에 정말로 열심히 합니다.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애니메이션 [프라네테스]의 주인공처럼 조금 높은데서 뛰어내렸다가 다리가 부러져서 입원하는 사태에 처할 수도 있습니다.
위에서 말한 책의 저자는 그런 점에서 우주에서 활동하고 돌아온 승무원들이 사랑하는 사람들의 품에 달려가 안기는 장면을 이상하게 생각한 모양입니다. 그런데 저자는 굉장히 중요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습니다. 우선, [아마게돈]의 승무원들은 불과 며칠 동안 우주에 산책(?)을 다녀온 것이며, 그것도 굉장한 중노동을 하고 온 사람들이라는 점입니다. (우주복을 벗을 여유도 거의 없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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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오랜 시간 우주에서 놀다 오면 당연히 지상에서 제대로 서 있을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매우 오래 시간"인 경우에만 해당합니다. 고작 며칠 동안 산책(?)다녀온 정도로 제대로 서 있을 수 없다는 것은 이상한 일입니다.
게다가 우주조종사들은 엄청나게 어려운 훈련을 거치고 우주로 올라간 사람들입니다. 보통사람과는 비교하기 어려운 체력을 갖고 있습니다. [아마게돈]의 주역들도 체력만큼은 우주조종사에게 뒤지지 않는 터프가이들이지요. 그런 이들이 고작 며칠 우주에 다녀왔다고 해서 휘청거리며 쓰러져야 할까요?
책에서는 아폴로 13호 얘기를 예로 들었다고 하는데, 아폴로 13호는 매우 특수한 상황이었습니다. 승무원들은 매우 오랜 시간 동안 중독에 가까운 이산화탄소 농도에 노출되었고 전력이 부족해서 난방을 거의 작동시키지 못한 상태로 한참을 지내야 했습니다. 게다가 엄청난 중력을 견디면서 물에 착수해서는 거꾸로된 캡슐 안에서 파도에 휩쓸리며 한참을 보내고 다시 제대로 자리가 잡힌 후에도 역시 한참을 흔들린 끝에 구명보트로 옮겨져야 했습니다.
(이건 아폴로만이 아니라 과거 미국에서 진행한 구출 시스템의 특징입니다. 착수시에 캡슐은 뒤집히기
쉽상이었고, 그래서 고깔모양 위쪽에 큰 부력구를 두어 물에 도착하면 부풀어서 캡슐이 원래대로 돌아오게 도왔습니다. 이후에 캡슐
아래쪽의 부력 장치가 부풉니다. 그후에는 잠수부들이 붙어서 구명보트를 연결합니다. 이후에야 문을 열고 나와서 구명보트로 옮겨타고
다시 헬기로 옮기는 형태로 구출되었습니다. 이건 몇 시간씩 걸리는 지루한 작업이었는데, 때로는 캡슐을 발견하는데 몇 시간이나 걸린
일도 있어서 더 오랜 기간 물 위에서 휘둘려야 했습니다. 캡슐은 크지 않기 때문에 그 안에서 파도에 몇 시간씩 시달리면 당연히
머리가 어지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반면 소련에서는 낙하산을 이용해서 땅에 내려왔는데, 초기에는 착륙 도중 문을 열고 캡슐에서
뛰어내려서 낙하해야만 했습니다. 굉장히 힘든 일이겠지만, 소련 우주 조종사들은 무사히 이 일을 마쳤고 유리 가가린은 직접 걸어서
근처의 농민을 만나서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들것에 들려나오지 않는게 이상합니다. 설사 아무렇지 않다고 해도 몸의 이상을 확인하기 전에는 들것으로 옮기는게 자연스럽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아폴로의 승무원들은 그 흔들리는 바다 위에서 좁은 착륙선을 빠져나와 구명보트로 직접 옮겨탈 수 있었습니다.
아폴로 13호 이외의 승무원든 혼자서 나와서 구명보트로 옮겨탔고 아폴로 13호 승무원들도 나올 때는 도움을 받았지만 사실상
혼자서 구명보트로 옮겨탔습니다. 들것에 실려 간 것은 오랫동안 고생한 이들을 잠시 쉬게 해 주려는 배려일 뿐. 그들이 걷지 못해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참고 - BBC에서 방송한 아폴로 13호 승무원들 구출 장면 (3분~4분 사이에서 직접 구명보트로 옮겨타는 장면을 볼 수 있다.)
물론 이번에 비행을 마친 우주왕복선 인데버의 승무원들도 아무렇지 않게 걸어나왔습니다.
참고 - 인데버호의 마지막 비행 후 인터뷰 (착륙 후 간단한 검사 등을 마친 후에 나오는 모습)
16일 동안의 우주비행을 마치고 돌아와서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승무원들은 팔팔하게 걸어다닙니다. 보면 바람이 꽤 심하게 부는 느낌인데도 아무렇지 않습니다. 약간 어지러워 하는 사람도 있어 보이지만, 가벼운 멀미 같은 느낌으로 아무리 봐도 금방 쓰러질 사람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아마게돈의 문제를 지적한 책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진실은 위와 같습니다. 다른 내용은 제쳐두고 이 내용만을 보면 신뢰성이 높은 책은 아니겠지요.
그렇다면 어느 정도가 지나면 제대로 서 있지 못하는 것일까요? 국제우주정거장에서 10일동안 머무른 이소연씨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인터뷰에 응했습니다. (참고 : YTN http://www.ytn.co.kr/_ln/0105_200804200433407965 ) 우주왕복선 승무원들의 사례도 있고, 10일이나 20일 정도로는 별 문제가 없는 것 같군요.
찾아보니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임무를 마치고 돌아온 이의 구출 장면을 보게 되었는데, 다른 사람의 부축을 받아서 밖으로 나오며 바로 들것에 실려갑니다. 물론 그가 정말로 걷지 못하는 상태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어쩌면 아폴로 13호 승무원처럼 걸을 수 있는데도 장기간의 우주 활동으로 힘든 그를 배려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일단 몸이 정상이 아니라는 느낌이 듭니다.
이 승무원들은 총 187일 하고 20시간 동안 우주에서 머무른 상태입니다. 그러니까 6달이 조금 넘는군요. 몇 달 정도면 이렇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참고 - Expedition 21 소유즈 승무원 구출 장면
그러면 얼마 동안의 재활 기간이 필요할까요. 생각보다는 짧은 모양입니다. 위 동영상에서 처음 구출되는 사람은 로만 로마넨코라는 러시아의 우주승무원인데, 그는 이 임무를 수행하기 전에도 약 5달 동안 우주에서 머물다 돌아왔습니다. 그가 전에 도착한 날짜가 2009년 11월 12일. 그리고 출발한 것이 2009년 11월 29일. 불과 2주만에 우주로 나가서 장기 임무를 수행할만한 상태로 회복되었다는 말입니다.
아마도 제대로 걷기 시작하는데는 고작 며칠 밖에 걸리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우리의 몸은 생각보다 튼튼하게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우주에서 장시간 활동한 후에도 금방 회복할 수 있으니까요. 물론, 우주조종사들이 원래부터 튼튼하고 건강한 사람들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먼 훗날 정말로 오랜 기간 우주에 머무르며 활동하는 사람들은 약한 중력 아래에서 고생해야 할 것이며, 지구로 돌아와서 더욱 힘들어 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가까운 장래에는 너무 오랜 기간 우주에서 활동한 나머지 지구로 돌아오는 상황을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것은 아쉬운 일이지만...
과거를 아는 이는 현재를 이끌어가고 미래를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역사와 SF... 어딘지 어울리지 않을 듯 하지만, 그럼 점에서 둘은 관련된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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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이 약해진 상태에서는 몸의 칼슘이 빠져나가는 이유는 운동부족 때문인데요, 지구의 중력에 맞서 몸을 지탱해주던 뼈가 극미중력(microgravity)의 우주에선 압력과 저항력의 변화로 인해 발생되는 운동부족 현상으로 물러지게 됩니다. 만일 무리하게 긴 우주여행을 강행할 경우 칼슘은 지속적으로 뼈에서 빠져나가 골다공증이 생기게 되고 또 빠져나간 칼슘은 신장 이나 요로에 결석을 만들게 되는데 결석으로 인한 증상은 극심한 통증(pain) 과 고통(distress) 을 수반하기 때문에 인류의 장거리 우주여행을 위해서는 해결해야할 문제로 남아 있다고 합니다.
중력이 약한 곳에서 오래 활동할 때,
운동을 하더라도, 뼈에서 칼슘이 빠져나가는 것은 막지 못한다고 들었습니다.
(근육은 유지 가능하다고 하더군요.)
흐흑 제 글에 이렇게 답변을 달아주시다니 감동의 눈물이 흐르군요. 그 책이 카이스트 박사가 쓴 책인데 표도기님이 더 정확하게 설명해주신 것 같습니다. 표도기님의 전공은 무엇인지가 궁금하군요. 모르시는 게 없으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말씀하신 도중에 중력이 약해진 상태에서는 몸의 칼슘이 빠져나간다고 하는데 그건 어째서 그런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