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월은 제목부터가 Tough Guide to the Fantasyworld의 패러디입니다. 물론 이는 판타지 세계의 클리세를 비꼬는 내용의 책이었고요. 전에 좀비 서바이벌 가이드 같은 책에 대해 이야기했었죠? 마찬가집니다. 글 자체는 조금 ‘고전적인’ SF에 관한 것이긴 하군요. 그리 대단한 유머는 아니지만 가끔 씹어볼 만한 이야기가 나오는 고로 조금씩 번역해봤습니다.




[[BOXALIGN=CENTER]][[fsize=18]]The Tough Guide to the Known Galaxy[[/font]][[fsize=13]]

알려진 우주에 대한 개략적인 안내서[[/font]][[/font]]


http://ourworld.compuserve.com/homepages/lyonesse/spaceguideA-E.htm [[/BOX]]



[[B]]AI. 인공지능.[[/B]]

알려진 우주에서 널리 유행했었지만, 최근에는 사라져가고 있다. 그 이유는 현재의 AI는 거의 발전이 없기 때문이며, 구글에 넣고 검색해봐도 결과는 수만 개가 나오지만 도움이 되는 건 하나도 없다. 게다가, 만약 뛰어난 AI가 개발되었다면 우주선에 승무원이 타야 할 이유가 전혀 없지 않은가.

황금기에는 AI는 주로 사람 크기의 로봇이 달고 다녔지만, 이후에는 AI의 발전이 워낙 느려 그런 작은 게 나올 가망이 없으리라 봐서인지 주로 방 하나만한 비인간적인 컴퓨터 덩어리로 묘사되었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HAL이 좋은 예제인데, 불행히도 실제 2001년이 지나고 나자 우주 SF물에는 거의 나오지 않게 되었다.

[[B]]ANTIGRAVITY. 반중력.[[/B]]

긴 날개나 시끄러운 추진기 없이도 날 수 있는 기술. AI나 잡다한 다른 기술이 그렇듯, SF 황금기에 비하면 반중력은 요즘에는 별 인기가 없다. 만능기술이 너무 많이 필요한 기술들에 대중들이 싫증난 덕분이다. 사실, 최근의 천문 관측 결과로는 반중력이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불행히도 이를 실행키 위해선 수십억 광년의 거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별 쓸모는 없다. 우주선에 달린 방어막이 가끔 이걸 사용하기도 한다. 관계되는 말로 유사 중력이 있다.

[[B]]ALIENS. 외계인.[[/B]]

인간이 아닌 똑똑한 종족. 하지만 지능이 낮은 종족에게는 어떤 존재건 간에 별로 붙지 않는 단어다. 기술 용어로는 외계 지적 생명체라고 부를 수도 있다. 보통 진짜 외계인하고 앞머리가 특이한 외계인의 두 종류로 구분된다.

1. 진짜 외계인은 진짜 외계인스럽게 생겼다. 에너지 생명체나, 군집 생명체, 거대한 곤충, 원형질 생명체, 우주 바이러스 등등. 가끔 작품에 따라서는 똑똑한 불곰이나 야구공 같은 게 나오기도 한다. 에너지 생명체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인간과 비슷한 탄소 계열이지만, 영하 섭씨 122도에서 메탄으로 호흡하는 종족도 가끔 나온다.

이들의 공통점은 진짜 외계인이라는 것이다. 외계 생물학자와 심리학자들이 이들의 정체를 알기위해 열심히 노력하며, 공통점이 적으므로 인간과의 교류도 제약이 심하다. 직접적으로 인간과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일도 무척 드물며, 무역하기도 힘들고 심지어는 전쟁조차도 벌이기 어려울 때가 많다. 이는 그들이 너무 기술력이 높거나, 아니면 대체 그들이 전쟁의 개념을 알기나 하는가 등의 이유에서이다.

2. 앞머리가 독특한 외계인들은 헐리웃 SF에서 매우 흔하다. 인간과 비교했을 때 앞머리가 독특하거나 귀가 뾰족하거나 등의 특징을 갖고 있다. 가끔씩 인간과 조금 많이 다르게 생기기도 하는데, 인간과 친근한 존재라면 거대한 곰인형처럼 생겼을 가능성도 있다.

이들은 인간과 비슷하게 생겼을 뿐만 아니라 인간과 매우 비슷하게 행동하며, 인간의 문화에도 매우 비슷한 면모를 보인다. 특히 고대 일본 사회와 매우 유사한 문명을 갖거나, 음악을 무척 중시하거나 하는 등의 특징을 갖는다. 하지만 보통은 한 종족은 하나의 통일된 문화만을 갖는다. (예외로서 스타트렉의 발칸이나 로물란이 있다.)

이들은 인간과 비슷하기 때문에 진짜 외계인들보다는 관계하기가 쉽다. 인간은 이들과 대화하고 무역하고 싸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적대적 M&A를 감행하고, 돈 걸고 포커를 치고, 사랑에 빠져 결혼도 할 수 있다.

이러한 앞머리가 독특한 외계인들의 존재는 진화 생물학에 심대한 문제점을 안겨준다. 완전히 다른 종인 상어와 돌고래가 비슷하게 생겼듯이 수렴 진화로 인해 동일한 형태의 인간형 생명체가 지구와 다른 외계 행성에도 생겨날 수 있지만, 보통 이들과 인간은 단순한 형태 이상의 공통점을 갖는 경우가 많다. 앞머리가 독특한 외계인들은 보통 남녀 구분까지 가능하고 인간과 성관계를 맺어 애를 낳기도 한다. 때문에 이들이 지구인의 후손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그 반대로 지구인이 이들의 후손일 수도 있지만, 이 경우에는 침팬지가 어째서 존재하는가에 관련된 문제가 조금 생긴다.)

이 덕분에 최근의 SF 소설에서는 앞머리가 독특한 외계인들의 비중이 줄어들고 있으며, 이런 존재 없이 인간만이 등장하는 우주 SF물도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영상물과 헐리웃 SF에서는 여전히 이들의 존재는 여전히 살아남아 있는데, 이는 다음과 같은 명백한 이유에서이다.

배우 노조가 반대하기 때문이다.

[[B]]APPAREL. 의복.[[/B]]

알려진 우주에서 보통 입고 다니는 것이다. 최소한 인간들은 확실히 입고 다닌다. 이들은 보통 매우 유치하거나 매우 추레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매우 유치하면서 매우 추레하다. 이는 헐리웃 SF뿐만 아니라 SF 소설 책표지에서도 많이 보이는 현상이다.

일반적으로, 기술적으로 발전된 사회에서는 긴 내복만 입는다. 아니면 몸에 쫙 달라붙어서 입거나 벗기 매우 힘들어 보이는 커버올을 입기도 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보통 긴 줄무늬나, 운동화 회사 로고 같은 문양 등이 장식으로 달려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추레하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물론 보다 본격적으로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늘씬한 금발 미녀들이 이런 옷을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도록 입고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그런 여자들은 그것보단 그냥 비키니만 입고 나오면 관객들은 더 좋아한다. 다행히도 오리지널판 스타 트렉에서는 여자들에게 미니스커트를 입히는 과감함을 선보였다.

만약에 전쟁물일 경우 약간 디자인이 좋아지는 경향이 있는데 (그래서 우주 SF에선 맨날 전쟁이 나오는 것인 듯 하다) 절대다수의 경우에 이는 20세기에 볼 수 있는 군복과 동일하게 생겼다. 하지만 불행히도 여전히 긴 내복과 동일하게 생겼다는 점에선 차이가 없다.

이 경우에 있어서 유일하게 복색이 괜찮아 보이는 경우는 신봉건주의 사회이다. 신봉건주의 행성에서는 (적어도 지배 계급은) 남성미의 가장 우수한 상징물인 칼을 휴대하며 여성들은 남성 관객들이 선호하는 길고 꽉 조이며 천박한 의상을 입는다. 값싸 보이지 않고 어떻게 더 폼나 보일 수가 있겠는가. 물론 1차 제국 사회의 최종 단계에서는 - 최소한 제국 궁궐에 사는 사람들은 - 빅토리아 시대에서 걸어 나온 것처럼 입고 다니겠지만, 보통 그 30분 뒤엔 제국은 타락해서 멸망하기 마련이다.

어쨌건 앞머리가 이상한 외계인들은 보통 지구인들보다 패션감각이 좋다. 그 반대인 경우도 있는데, 종합해보면 기술이 발전할수록 패션은 퇴보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우주 SF에서의 의복은 기대할 게 없다.

[[B]]BATTLECRUISER. 순양전함.[[/B]]

항상 거대한 전투용 우주선이고 수상함인 경우는 없다. 이름대로 전함의 화력과 순양함의 고속 능력과 빈약한 방어력을 조합해서 만들어낸 좀 더 폼나는 이름이다. 무슨 드레드넛이니 어나이얼레이터 터보 X니 하는 더 거대한 우주선도 보통 나오지만 항상 카메라빨을 받는 건 이 녀석이다.

별도의 함급 이름이 붙기도 하지만 항상 그 이름 뒤엔 순양전함이라고 붙인다. 미래 시대의 사람들은 1차 대전에나 써먹던 단어에게서 고전미를 느끼는 게 틀림없다. 1차 대전 이야기가 나와서 말이지만, 유틀란트 해전에서 이들이 선보였던 것과 우주 전쟁에서 이들의 계승자가 선보이는 것에는 중요한 공통점이 있다. 맞으면 신나게 폭발한다는 것이다.

[[B]]BATTLESHIP. 전함.[[/B]]

거대한 전투용 우주선으로서 함대의 주력 역할을 했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요즘은 전함같이 생겨서 딱 보면 순양전함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전함은 도무지 찾아볼 수가 없다.

[[B]]BATTLE STATION. 전투 정거장.[[/B]]

제일 거대한 전투용 우주선으로서 수 킬로미터에서 작은 행성 크기까지 다양하다. 보통 궤도기동요새니 죽음의 별이니 하는 이름이 붙곤 한다. 상식적으론 궤도에 몇 개 고정시켜놓고 매우 느릿하게 이동하는 게 고작이겠지만 희한하게도 언제나 필요한 장소에 필요한 시간에 등장하곤 한다. 화력은 크기에 비례하므로, 부포만으로 행성을 동강내고 주포 쏘면 태양계가 없어지기도 한다.

크기에 비례하는 우수한 방어력 또한 갖추고 있어 순양전함이 엄청나게 몰려와도 순식간에 이겨버리게 된다. 하지만 취약한 곳이 반드시 있기 때문에 우주 전투기만 있으면 파괴가 가능하다. 사실 우주 전투기가 주로 하는 일은 그것밖에 없다.

[[B]]BEAM. 광선.[[/B]]

우주 전쟁에서 주로 사용하는 무기이다. 주로 레이저와 같은 전자기 방사 무기가 대부분이지만 대전 입자빔도 종종 나온다. 어쨌거나 이들은 적 우주선의 작은 지점에 엄청난 에너지를 투입하여 다 박살내버리는 원리를 따르고 있다. 레이저는 광속이고, 대전 입자빔도 광속에 가깝기 때문에 보통 전투용 우주선보다 빠르게 날아가고 때문에 광속보다 느린 우주선으로서는 피하기 힘들다. 하지만 초광속 비행을 하는 우주선의 경우엔 어떻게 빔을 쏘고 맞는가는 아직 알려진 바 없다. (광속은 불변하므로, 초광속 우주선이 쏜 빔이라도 속도는 광속일 것이다.)

빔 무기는 HG 웰즈가 삼발이 만들던 시절로까지 거슬러올라가는데, 1960년대에는 헐리웃 SF에서 하품 나도록 써먹은 덕에 거의 멸종 위기에 몰렸다. 그 시절엔 그냥 황당한 만능기술로 취급받았지만 이후 미 국방성에서도 연구를 하고, 레이저가 실용화되면서 갑자기 어느 정도 인기를 끌게 된다. 물론 어떻게 진공 상태의 우주에서 날아가는 빔이 쏠 때 소리가 나고 눈에 보이는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알려진 바 없으며, 요즘은 일반적인 운동에너지탄으로 대체되는 경향이 있다.

[[B]]CE. 공통 세기.[[/B]]

알려진 우주에서 주로 쓰이는 연도 체계다. 최소한 우주 개발 초기에는 인간들이 이걸 쓴다. 이 연도 체계의 기준은 한 고대 종교와 상관이 있는데, 불행히도 그걸 계산할 때 약간의 오차가 있었다는 게 20세기 무렵에 밝혀졌다.

[[B]]CHART. 성간 지도.[[/B]]

별의 위치나, 점프 지점이나, 블랙홀 따위가 나와 있다. 주로 반짝거리는 홀로그램인 경우가 많다.

판타지 소설마다 지도가 꼭 하나씩 나오는 이유는 작가가 대충 그려도 되고 축척 따위는 무시해도 되기 때문이다. 반면에 SF에서라면 축척, 고도, 위도, 경도, 지름, 공전 궤도 반경,  위성 및 행성 종류 등의 골치 아픈 정보들을 써야 하기 때문에 아무도 지도를 그려 넣지 않는다. 물론 2차원적인 책에 3차원 홀로그램 지도를 그릴 수 없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예외인 경우는 배경이 행성 하나의 표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일 때나, 혹은 은하계 전체가 배경일 경우이다. 은하계는 평면 원반이므로 2차원적으로도 그릴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도가 제공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파운데이션을 예로 들면 트렌터는 은하계 가운데 있고, 터미너스는 은하계 가장자리에 있다고 한다. 나머지 행성들은 어디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이런 걸 보면 판타지 소설의 지도가 SF 소설의 지도보다 정밀도 면에서 월등히 낫다.

[[B]]CLOAKING DEVICE. 은폐 장치.[[/B]]

우주 전쟁에서 사용되는 은폐 기술을 보통 이렇게 부른다. 이것이 사용되었을 경우 우주 전쟁은 갑자기 2차 대전 때의 전면 함포전에서 현대 잠수함들의 은밀한 어뢰 전투 분위기로 바뀌게 된다. 물론 이는 순수한 만능기술에 속하며, 아무 문제 없이 스위치만 하나 켜면 자신의 존재를 숨길 수 있다.

이런 방식의 예제로서 극소형 거품 우주를 생성하여 주변에 들러 은폐한다거나 광학 굴절 장비를 이용해 빛의 진행 방향을 바꾼다거나 하는 것이 있다. 하지만 은폐 장치에서 항상 생기는 문제는, 적이 주인공을 못 본다면 주인공도 적을 못 봐야 정상이란 것이다.

어쨌건 켜놓고 있으면 안 보이긴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꼭 버튼을 잘못 누르거나, 폭탄이 터지거나, 우주 해류가 밀려오거나, 스파이가 통신기를 보내거나 해서 위치가 드러나게 된다.

[[B]]COLONIZATION. 식민지화.[[/B]]

새로운 행성을 개척해 식민지를 만드는 작업이다. 하나의 행성이 그 대상일 수도 있고, 전 지구인 문명이 나서서 은하계 하나를 통째로 식민지화할 수도 있다. 보통 지구가 너무 좁거나 핵전쟁이 일어나거나 해서 벌어지게 되는 일인데, 식민지화가 모든 지구인이 겪게 되는 문제의 시발점이 되곤 한다.

알려진 우주에는 최소한 수십 개 이상의 지구인 식민지가 존재하기 마련이며, 연표를 보면 이들이 식민지화되는데 걸린 시간은 수 세기가 안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이 동안 부동산 업계는 비명을 질렀을 것이 틀림없다. 또한 지구인이 살 수 있는 행성이 은하에 의외로 많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는데, 이는 식민지 개척자들이 지구인이 살 수 없는 행성에 이주했다고 보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B]]COLONY. 식민지.[[/B]]

지구 빼고 인간이 살고 있는 모든 행성을 의미한다. 19세기와 20세기 지구에서 쓰였던 의미와 동일하게 쓰이는 경우는 없다. 다시 말해서, 지구인이 외계인이 사는 어떤 행성에 가서 그들을 다 죽이고 가진 걸 모두 뺏어도 그 행성이 지구인의 식민지가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이들은 독립해도 여전히 식민지라 불린다. 심지어는 어떤 우주 제국의 수도가 식민지라 불리는 경우도 있다. 지구 빼고 인간이 살고 있는 모든 행성이니까.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식민지화가 끝나고 시간이 좀 지나면 자신이 사는 행성을 식민지라 부를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B]]COMBAT SPACECRAFT. 전투용 우주선.[[/B]]

보통 승무원이 탑승하는 우주선으로서 우주 전쟁에서 적의 전투용 우주선을 파괴하기 위해 만들어진 존재를 의미한다. 보통 우주 전투기나 순양전함 등으로 구별되지만, 유틀란트 해전에서 써먹었던 것 이외의 거창한 이름이 붙는 경우는 거의 없다.

20세기 후반의 해군만 해도 자동 사격 시스템과, 무인 미사일 등의 장비를 선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전투용 우주선에는 이상하게도 이보다 진보된 것이 등장하는 경우가 드물다. 우주에서는 승조원 장비를 줄이고 그 자리에 뭔가 싸우는데 더 필요한 걸 실을 자리를 확보하는 게 꽤 중요한 일이라 생각되지만, 사실 ‘함장님! 방어막이 20%만 남았습니다!’ 같은 대사 하나 없이 로봇들만 치고 박으면 재미가 없다.

전투용 우주선 이외에도 수리용 우주선, 보급용 우주선, 병원용 우주선 등이 전쟁에 동원되지만 이들이 카메라에 비춰지는 시간은 바다를 다니는 이들의 오리지널들이 카메라를 받는 시간과 비슷할 정도로 짧다.

[[B]]COSMIC BACKGROUND HISTORY. 우주의 역사.[[/B]]

이것은 SF 소설에 흔한, 우주 개발 이후 미래 지구인의 역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알려진 우주 전체의 역사를 의미한다. 하지만 사실 대부분의 경우에 무시되는데, 수백 년짜리 지구인의 역사를 쓰는 것만 해도 골치 아픈데 수억 년 동안의 지구인 이외의 종족에 대한 역사를 쓰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만약 지구인과 조우한 한 외계 종족이 지구인보다 5%만 더 일찍 생겨났다고 생각해보자. 우주 기준으로 보면 거의 별 차이가 없는 시간이지만 작가는 5억 년짜리 연표를 작성해야 한다. 그것만으로 소설책 한 질을 때울 수 있는 분량인 것이다. 게다가 5억 년 동안 이들이 어떤 기술을 인간보다 더 발달시켰을지 생각해보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우주 SF에서 외계인들이 인기가 없어진 것일지도 모른다. (물론 헐리웃 SF에서는 그런 거 신경 안 써도 된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문제가 있는데, 은하계에 식민지화를 감행할 만큼 지구와 비슷한 행성이 널려 있다면 그 행성에도 당연히 수많은 외계 생명체나, 더 나아가서 외계 문명이 존재해야 할 것이다. 또한 만에 하나 지구인이 사는 은하계에 그런 게 없다 쳐도, 5억 년쯤 멸망 안 하고 문명을 발전시킬 시간이 있으면 다른 은하계에서 지구인이 사는 동네로 넘어오기에도 충분한 시간일 것이다.

다들 그냥 무시하고 넘어가는 데는 이유가 있다.

[[B]]DESTROYER. 구축함.[[/B]]

조금 작거나 적당한 크기의 고속 전투용 우주선이다. 이들의 목적은 좀 더 큰 순양전함 등을 호위하는 것이다. 하지만 자기 자신도 방어하기 버거워 보이는 크기의 우주선들이 자신보다 더 장갑이 두껍고 무장도 우월한 우주선들을 대체 뭘로부터 호위하는가는 아무에게도 알려져 있지 않다. 20세기 지구에서는 잠수함이라는 게 존재했지만 우주에는 그런 게 없어 보이니 말이다. 그런 이유로 해서 그냥 좀 약하고 작은 우주선으로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때문에 프리깃과 구별이 거의 불가능하다.

[[B]]DRIVE. 추진기.[[/B]]

우주선을 추진시키는 장비이다. Jet drive나 rocket drive, diesel drive 같은 단어 아무도 안 쓰는데 왜 Engine이 아닌 Drive라 하는지는 의문이다. 어쨌건 보통 통상 추진기와 초광속 추진기로 나뉜다. SF 황금기에는 무관성 추진기가 유행했었지만, 요즘에는 반동 추진식이나 핵융합, 반물질 등이 유행한다. 최근은 헐리웃 영화조차도 이런 패턴을 따르고 있어서 항상 우주선 뒤에는 노즐이 붙어 있다. 물론 움직일 때는 항상 켜져 있어야 한다.

[[B]]EARTH HUMANS. 지구인.[[/B]]

외계인의 반대말이다. 지구에서 안 태어나도 지구인은 무조건 지구인이라고 하기도 한다.

[[B]]ECONOMY. 경제학.[[/B]]

지구인이 밥을 먹고 사는 방식이다. 진짜 외계인들도 아마 이걸로 밥을 먹고 살지도 모른다.

알려진 우주에서 가장 확실한 경제적 사실은 우주 여행이 충분히 저렴하다는 것이다. 안 그러면 지금처럼 달에 탐사선이나 보내는 게 고작일 테고 식민지는 절대 만들 수 없을 것이다. 이를 위해선 엄청난 기술력이 필요하지만, 이런 기술적 발전은 지구인 역사에선 꽤 초기에 벌어진 일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이외의 기술력은 지금과 별 차이가 없는 게 대부분이다. 사실, 황금기 SF 이후로는 시간이 갈수록 작품의 기술이 퇴보한다. 모두의 일을 대신해주는 만능 로봇도 없고 광선총도 잘 안 나오고, 자동차도 유리 돔에 날개 달고 공중을 날아다니는 대신 그냥 조용히 땅 위를 네 바퀴로 굴러다닌다. 물론 이것은 만능기술이 필요 이상으로 남용되는 것을 줄이기 위해서지만 앞뒤가 맞지 않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물론 이렇게 되어야 이야기가 좀 더 재밌어진다. 모두가 리플리케이터를 갖고 있어서 원하는 걸 맘대로 만들 수 있다면 경제학이란 게 성립할 수조차도 없다. 시장, 계급 사회, 정치, 법률, 문화, 국가조차도 성립할 수 없게 될지 모른다. 21세기 초의 인터넷이 공짜로 다운받을 수 있는 MP3 파일 따위나 갖고 논쟁을 벌이고 있는 데 반해 더 발전된 사회에서 그런 이야기가 전혀 안 보이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일지도 모른다.

[[B]]EMPIRE. 제국.[[/B]]

여러 식민지를 지배하는 성간 정치 체계이다. 정복으로 인해 성립되는 경우는 드물지만 제국이라고 보통 부른다. 보통 네 가지 종류가 유명한데, 지구에 과거에 존재했던 제국들과 비교하면 한 가지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일부 반군 따위만 빼고는 모든 지구인을 죄다 지배한다는 것이다.

1. 지구인 제국. 이름대로 지구인을 중심으로 하고 있고 보통 지구를 수도로 삼는다. 식민지화가 막 본격적으로 시작될 무렵에 성립되며 좀 있으면 식민지들이 들고 일어나는 바람에 알아서 무너진다.

2. 성간 제국. 이들은 은하계를 통째로 지배한다. 지구인이 만들 경우엔 엄청나게 오랜 시간이 걸린다. 외계인들이 만들 경우엔 아마 막 성간 제국이 지구인을 집어삼키려고 하는 순간부터 이야기가 시작될 것이다. 물론 이들도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무너지지만, 지구인 제국과는 달리 그냥 오래되어서 사라지는 게 보통이다.

3. 1차 제국. 무너진 제국을 말한다.

4. 2차 제국. 무너진 다음에 또 만든 제국을 말한다. 1차 제국보단 좀 더 질기다.

[[B]]ENCYCLOPEDIA GALACTICA. 은하 대백과사전.[[/B]]

알려진 우주의 모든 것을 다 담고 있는 거대한 사전. 아이작 아시모프가 파운데이션에서 처음 써먹었는데, 그의 묘사로는 마이크로필름 3만 개에 달한다고 했었다. 그 세계관에선 행성만 수억 개는 되니까 목차만 해도 어마어마한 물건이 될 것이라 예상해볼 수 있다. 불행히도 아시모프는 마이크로필름 이후에 하드디스크란 물건이 나올 건 예상하지 못했다. 20세기 후반의 기술을 적용하면 은하 대백과사전은 양복 호주머니에 넣을 수 있는 용량이다.

[[B]]FALL OF EMPIRE. 제국의 몰락.[[/B]]

1차 제국(지구인 제국이나 성간 제국 중 어느 하나이다.)의 몰락을 의미한다. 이게 몰락하는 이유는 작가의 정치 및 사회적 성향과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다. 그래서 늙은 관료들이 너무 많아져서 젊은이들의 자유로운 생각을 막아서 망한다거나, 혹은 제국의 과거를 잊고 타락하고 자유분방한 성생활을 해서 망한다거나, 세금을 너무 많이 걷어서 기업들이 도산해서 망한다거나, 부르주아들이 더러운 짓을 해서 망해도 싸다거나, 기타 등등의 이유가 나온다. 심리역사학적 동역학이니 일반 붕괴 이론이니 거창한 이름이 붙지만 사실 따져보면 다 그런 식이다.

지구인의 미래 역사에서 식민지화 바로 뒤에 따라오는 일로서, 주로 1차 제국이 몰락하면 공백 기간 동안 전쟁과 약탈과 범죄가 신나게 일어났다가, 다시 살아남은 사람들이 모여서 좀 더 질긴 2차 제국을 세우게 된다. 이 점에서 볼 때 우주 SF에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작가는, 줄 베르느도 HG 웰즈도 휴고 건스벡도, 로버트 하인라인도 그리고 (파운데이션에서 이 이야기를 처음 써먹은) 아이작 아시모프도 아니라 ‘로마 제국 흥망사’를 쓴 에드워드 기본이라 할 수 있다.

[[B]]FEDERATION. 연방.[[/B]]

성간 제국 중에 가장 흔한 형태이다. 이름대로 원래 독립되어 있던 행성들끼리 모여서 만들며, 보통 각 행성은 어느 정도 자치를 행한다. 일단 원칙적으론 그렇지만, 불행히도 그 행성들 중에서는 인민 공화제나 종신 대통령 따위는 없이 무조건 공화국 체제만 유지하는 걸 봐선 별로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이상하게도 지구인 제국은 절대적으로 연방이라고 불리는 반면에 성간 제국은 (특히 외계인이 세운 경우엔) 그냥 제국이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둘은 여전히 제국의 몰락을 겪는다는 점에선 차이가 없다.

[[B]]FOOD. 음식.[[/B]]

살기 위해 먹는 것. 황금기 SF보다 최근의 SF들이 먹고 살기 더 좋아졌다. 알약 하나 먹고 때우지 않아도 되고 리플리케이터로 만든 합성 음식이나 해조류 대신 진짜 고기와 야채를 먹게 되었으니 말이다. 이제 의복만 좀 개선시키면 좋으련만.

허나 외계인들이 주로 먹는 것은 그때와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어쨌건 최근의 SF물이나 황금기 SF물이나 잡아먹히는 인간은 동일한 존재니 말이다.

[[B]]FREE TRADERS. 자유 무역업자.[[/B]]

독립성을 띄고 움직이는 성간 무역업자들로서, 특정 행성이나 제국과는 관계가 없다. 하지만 자주 맞닥뜨리게 되는 존재이며, 자존심도 많고 속이기도 잘하며 유동성이 좋고, 우주선을 중무장으로 도배하고 다니기 때문에 우주 전쟁에서 전투 정거장을 파괴하는 데 큰 전과를 주기도 한다. 성간 경제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말이 무역이지 대부분 밀수로 먹고 산다. 어두운 해변가에 물건 실은 보트 한 척 대는 것보단 대기권 재돌입이 월등히 더 감지되기 쉽기 때문에 매우 어려운 일이라 생각되지만, 아마 뇌물 좀 쥐어주면 그 난이도가 대폭적으로 하강하리라 생각해볼 수는 있다.

집시 비슷하게, 외부인들을 거부하고 자기들만의 생활을 유지하며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형태의 자유 무역업자들도 존재한다. 보통 이들은 무역 연합이란 걸 만들게 된다.

[[B]]FRIGATE. 프리깃.[[/B]]

조금 작은 크기의 전투용 우주선이다. 정찰, 호위, 초계 등의 임무에 쓰이며 보통 순양전함을 축소시킨 형태를 쓰고 있다. 이외에도 정찰함이니 초계함이니 같은 단어로 불리곤 하지만 구축함과의 차이는 아무리 봐도 알 수 없다. 주로 철갑선이 설치던 호레이쇼 혼블로워 시절에서 따온 게 아닐까 생각되곤 하지만, 16세기엔 돛 달린 프리깃이 있었고 21세기의 지금도 유도 미사일 프리깃이 나오니 꽤 오래된 개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역사적으로 해전에서 단일한 이름이 이보다 더 오래 쓰인 것은 triremes(로마 시대의 3단 군선) 밖에 없지만, 이들의 추진기는 자명한 이유로 해서 우주에서 사용하기는 별로 적합하지 않다.

[[B]]FTL. 초광속.[[/B]]

우주 SF에서 가장 중요한 만능기술이며, 전쟁과 통신과 무역에 필수적이다. 어딘가에 도착하는데 250년쯤 걸린다면 누가 가려고 하겠는가. 덕분에 하드 SF조차도 과감히 이론적 근거가 없는 FTL을 채택하곤 한다. 지구를 떠날 수 없으면 이야기가 생길 수 없다.

기술 용어로는 하이퍼스페이스 트랜지션이나, 섭스페이스나, 아쉬카가 점프나, 포인트 트랜스퍼나, 온갖 잡다한 이름이 붙곤 한다. 워프는 오리지널 스타트렉이 써먹었을 때도 이미 지겹도록 써먹었던 단어였지만 덕분에 SF에 전혀 관심 없고 FTL을 들어본 적 없는 일반 시민들조차도 워프 스피드가 정말정말 빠른 속도를 의미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FTL은 우주선이 고속으로 이동하기 위한 방법이며, 이는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데 필수적이다. FTL 통신망 또한 널리 등장하지만 (그 흔한 이름으로 앤시블이 있다) 필요하면 나오지 않기도 한다. 이때는 FTL 통신이 없으니 그냥 FTL 우주선에 메시지를 실어 보내게 되고, 덕분에 이야기는 미친 듯이 꼬이며 온갖 갈등과 의문이 메시지를 실은 우주선 승무원들에게 생겨나게 되고 소설책은 1권 분량이 더 늘어날 수 있게 된다. 반면 앤시블이란 단어를 처음 쓴 어슐라 르귄은 그 반대로 FTL 통신은 있지만 FTL 우주선은 없는 반대 방식을 택했다. 이게 전화를 다른 그 무엇보다 중시하는 여성적인 생각이라고 말하면 성차별주의자 취급받겠지.

물론 일반 우주에선 초광속이 불가능한 관계로 FTL은 만능기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오랜 세월 동안 SF 작가들은 광속 근처라도 갈 수 있을 법한 모든 물리학의 허점 비슷한 것이라도 찾아보려고 애썼지만, 사실 실제 물리학자들은 웜홀이나 양자역학 정도나 조금 연구해줬던 것에 불과해서 성과는 거의 없었고 여전히 FTL은 만능기술이며 이것에 대해 따지는 건 별 의미가 없다.

어쨌건 일반적으로 FTL은 ‘비행’방식과 ‘점프’ 방식으로 나뉜다. 전자는 초광속으로 비행하면서도 아광속으로 평범하게 비행하는 것처럼 방향과 속도를 맘대로 조절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이 경우 광속은 그냥 속도의 단위일 뿐이며, 초광속으로 비행하면서 적과 싸울 수도 있다. 특히 스타트렉에서처럼 잘 빠진 우주선일 경우엔 이런 방식이 더욱 더 폼이 나게 된다.

반면 후자는 어느 곳에서 다른 곳으로 그냥 건너뛰는 것을 의미한다. 때문에 항해에 필요한 계산은 FTL을 하기 전에 미리 다 준비해둬야 하며 FTL에 돌입하고 나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가끔은 특정 점프 포인트나 라그랑쥬 포인트 따위에서만 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종종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어떠한 특수한 것만이 FTL을 가능케 해준다고 하기도 하는데, 덕분에 어떻게 완벽히 자동화된 우주선에 인간 승무원이 필요할 수가 있는지 고민하는 작가들을 도와주기도 한다.

한편 최근 들어선 FTL 점프 방식이 유행하고 있다. 웜홀이나 양자 터널 어쩌고 하는 물리학적 이론들은 보통 점프와 비슷하게 들리기 마련이다. 게다가 무엇보다, 이는 스토리에 방해가 덜 된다. 하드 SF 작가라면 FTL의 현실성에 어떻게든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주 진출을 하기 위해서는 FTL이 필수적이다. 그리고 현대 물리학에서 말하는 FTL의 가능성은 아름다운 여자가 흰 긴 옷을 입고 촛불을 붙인 뒤에 웨일스 노래를 부르며 타로점을 치는 것이 로또 번호와 맞을 확률과 비슷하다. 그러니까 FTL은 되도록이면 아주 짧고 간단하게 묘사해도 되는 점프 장면으로 때워버리고, 독자들에게 우주는 실제보다 몇만 배쯤 더 좁은 공간이라고 거짓말하는 동안 물리학자들이 뭔가 좀 이상한 걸 발견해주길 비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B]]FUTURE HISTORY. 지구인의 미래 역사.[[/B]]

21세기 이후(작품이 나온 연도에 따라서는 20세기 이후)의 지구인 역사를 의미한다. 초기 SF 작품이 나온 지 시간이 오래 지난 덕에 이들 중 일부는 이미 지금까지의 역사와 전혀 맞지 않기도 하다. 2001년이 지난지 오랜데 아직 모노리스는커녕 HAL도 못 만들었지 않은가. 그래서 대체 역사니 평행 우주니 하는 해석을 이후에 집어넣기도 하지만, 덕분에 요즘 작가들은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으므로 아무도 자신이 책을 썼다는 걸 기억 안 해줄 2150년쯤부터 자기 소설의 연대표를 시작한다.

다양한 종류의 역사가 존재하지만 보통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일단 지구인이 우주에 진출해 식민지화를 하고, 1차 제국을 세운다. (하인라인의 소설 중에는, 물론 태양계를 벗어나지 못한 규모의 제국이었지만 불과 1970년대에 이런 제국이 형성된다고 한 물건도 있었다.) 만약 이 일이 빠르게 일어나면 지구인 제국이 성립될 것이고 아주 오랜 세월 동안 일어난다면 성간 제국이 될 것이다.

어쨌건 제국은 무척 발달된 문화와 과학을 자랑하지만 오랜 세월 동안 천천히 퇴락하다가 결국은 망한다. 그러면 전쟁과 방화, 약탈이 신나게 일어나게 되는데, 이상하게도 이 과정에선 기술력이 대단히 빠르게 퇴보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결국은 누군가가 남아있는 것들을 잘 긁어모아서 2차 제국을 만들어 문명을 다시 살리게 될 것이다. 불행히도 대부분의 소설은 2차 제국을 세우는 데서 끝나며 2차 제국이 그 이후에 어떻게 되었는지 다루는 물건은 없기에 그 이후에 어떻게 되는지는 알 수 없다.

[[B]]GALAXY. 은하계.[[/B]]

항상 우리 은하계만을 의미한다. 다른 은하계는 이름이 붙어 있으니까.

[[B]]GIANT WAR ROBOTS. 거대 전투용 로봇.[[/B]]

일본 만화에서 많이 나오는데, 1980년대의 디트로이트를 닛산 자동차가 점령했던 만큼의 속도로 SF물들을 접수하고 있다. 그냥 평범한 인간형 로봇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크기가 건물 하나만하다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사실 인공지능이랄 게 전혀 안 들어있고 죄다 승무원들이 조종하는 것이므로 왜 로봇이라고 부르는지는 미스터리다.

이들은 지상에서도, 우주에서도, 바다에서도 싸울 수 있다. 왜 사격 표적 이외의 군용 용도로 이런 물건을 채택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12살 어린아이들을 축소 모형 다리와 기관차, 도시가 놓여있는 곳에 데려다 놓으면 거인이라도 된 것처럼 즐겁게 부수고 놀 것이란 것과 연관시켜 볼 수는 있다. 아마 재밌기는 할 것이다.

[[B]]GOLDEN AGE. 황금기.[[/B]]

20세기 중반의 SF 소설이 잘 나가던 시절로서, 수많은 명작들과 클리세와 SF물의 여러 법칙들이 만들어졌다.

한편으로 SF의 황금기는 12살 때라는 이론도 있다.

[[B]]GRUNTS. 보병.[[/B]]

황금기에는 맨날 우주에서 싸웠기 때문에 거의 나오지 않았지만, 소위 밀리터리 SF와 지상전이 자주 등장하면서 대량으로 등장했다. 우주군이 해군이기 때문에 보통 해병대라고 부른다. 강화복이나, 플라즈마 소총이나, 음파 감지기나 온갖 장비와 무기와 방호구를 갖추는 경우가 많지만 어쨌건 할 수 있는 건 총질뿐이고 총 한 방만 맞으면 죽는다는 점에선 2차 대전 때 노르망디 해안에 상륙하던 것들과 차이가 없는 그냥 보병들이다. 지상전에서 주로 등장하지만 우주에서도 가끔 활약할 기회가 있다. (1942년, 2차 대전 중에 영국 해군이 적함에 보딩을 시도해서 성공한 적이 있긴 하다.)

[[B]]HABITABLE. 거주 가능 행성.[[/B]]

지구인이 우주복이나 산소탱크 없이 살 수 있는 행성을 의미한다. 보통 다음의 두 종류가 있다.

1. 천국. 산업화되기 전의 지구 중미 지역과 완벽히 동일하다. 따뜻한 여름이 무척 길고 겨울은 없거나 그냥 좀 서늘하며 비는 밤에만 와서 흐린 날씨는 결코 볼 수 없다. 샌프란시스코만 비슷한 거대하고 아름다운 해안가에 오클랜드에서 볼 수 있는 깎아지른 듯한 산이 줄지어 세워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구인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온갖 독특한 생명체들로 넘쳐나지만 해로운 세균 하나 없다.

2. 지옥. 행성 어디를 가든 항상 동일한 기후와 계절만이 존재한다. 가장 흔한 건 사막 지형이고, 가끔 빙하기나, 끔찍하게 짙은 정글(보통 베트남과 비슷하게 보인다)이나, 지진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활화산 지대 등이 나온다. 지구인이 먹을 수 있는 토착 생명체는 존재하지 않지만 그들은 지구인을 먹는데 별 지장이 없고 배고프면 언제든 그렇게 한다. 왜 이런 곳에 가서 사는지는 의문이다. 보통 무슨 중요 자원이 묻혀 있거나 전략 거점이거나 하는 설정이 붙는데 왜 그럼 거기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밥 먹고 살기도 힘들어 보이는 것일까.

[[B]]HABITAT. 거주 공간.[[/B]]

인간들이 우주에서 사는 공간으로서 주로 상업이나 군사용도로 전용되지 않는 시설을 의미한다.

1970년대쯤 되서 금성은 펄펄 끓는 지옥이고 화성의 중력은 지구의 1/3이라는 게 밝혀졌을 때 SF 작가들은 태양계 행성의 식민지화를 포기하고 이런 거주 공간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하드 SF에서 특히 흔한데, FTL 없이도 지구에서 충분히 빨리 도달할 수 있는 우주 공간에 대량의 지구인이 거주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와서는 그 인기가 덜해졌는데, 우주에 거주 공간을 건설하는 것 자체가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식민지화된 행성에서라면 최소한 산소나 물, 기본적인 식량 정도는 자체 조달이 가능하겠지만 거주 공간에서는 그것도 어려워서 모든 것을 재활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거주 공간을 건설해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없다면 - 이득이라고 해봐야 기껏해야 소행성 채굴 정도일 텐데 - 대체 왜 그런 걸 짓고 왜 그런 것 안에서 살겠는가?

1970년대에서 유행하던 자유주의 운동의 영향을 받아 이런 거주 공간의 개념이 탄생했던 것도 문제가 된다. 보통 이런 거주 공간은 작은 행성이라기보다는 큰 우주선에 불과하며, 완전히 자급자족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당신이 사는 거주 공간의 외부 격벽이 부서져서 산소가 새고 있는데 자기 땅이니 자기가 알아서 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리고 그건 자유주의와 정반대인, 모순적인 내용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알려진 우주에는 (비록 곧 멸망하고 다시 세워지고를 반복하지만) 많은 문명들이 존재한다. SF에서 거주 공간이 사라지게 된 것은 이러한 결점과는 별 상관이 없다. 초기 황금기 SF에서는 태양계 행성들이 얼마나 지옥 같은 곳인지 잘 알지 못했으므로 태양계 안에서 지구인 제국이 세워졌다 멸망했다 하곤 했었다. 이런 과정에선 만능기술과 FTL 항법 없이도 어느 정도 설득력 있는 이야기를 전개할 수 있었고, 그렇기에 거주 공간은 이것의 계승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바이킹과 보이저 탐사 위성이 나온 이상 황금기 SF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제 FTL은 필수불가결한 것이 되었다. 거주 공간은 그저 과거의 영광을 되살리기 위한 임시방편이었을 뿐이며 현재로서는 그 한계가 드러났다고 봐야 한다.

[[B]]HANDWAVISM. 만능기술.[[/B]]

현대 과학이나 심지어는 하드 SF로도 상상할 수 없는 것들을 의미한다. 20메가톤급 전략핵탄두에 맞고 흠집 하나 안 나는 금속이나, 분자 재조합 장치나, 기타 등등 온갖 마법스러운 기술들을 의미한다. 하드 SF 작가들은 만능기술을 최대한 줄이려고 하지만 사실 FTL부터가 만능기술인 판국에 만능기술 없이는 우주 SF를 쓸 수 없는 게 현실이다.

[[B]]HARD SF. 하드 SF.[[/B]]

좀 더 설득력 있는 과학 기술을 선보이려고 하는 SF 장르이다. 때문에 기술적으론 현대와 비교해 그리 눈부신 발전이 존재하지 않으며, FTL조차도 없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불행히도 설득력이란 건 독자가 받아들이기 나름이고, 현실의 과학 기술은 이런 설득력을 무색하게 만들 만큼 발전하는 경우가 많다. 20년 전에 쓰인 하드 SF도 지금 보면 핸드폰 하나 제대로 묘사 못하는 경우가 많으니.

[[B]]HIVE ENTITY. 군집 생명체.[[/B]]

가장 자주 등장하는 진짜 외계인의 일종으로서 벌과 개미와 같은 곤충과 같이 행동한다. 각 개체는 아무 가치가 없고 별다른 지능도 없으며, 각자의 맡은 기능만을 수행하기 위해 존재한다. 의사 결정을 내리는 것은 퇴화된 다리와 소화기관에 거대한 뇌만이 달린 특화된 존재가 수행하게 되며, 이들은 다른 개체에 의존해야만 살아갈 수 있다. 가끔은 각 개체가 마치 뇌세포와 같은 기능을 수행하여 각 개체는 지능이 없지만 전체적으론 지능이 있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드물게는, 아예 지능이랄 게 거의 없지만 이상하게도 지구인이 만든 전함들을 광선포로 썰어버릴 기술력은 갖는 경우가 있다.

지구인이 이들을 알려진 우주에서 마주쳤을 경우에는 보통 적으로 등장한다. 이런 생명체는 경제가 없으니 무역도 할 수 없고, 예술에 대해 대화를 하는 것도 힘들다. 누구와 평화 협정을 맺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으니 휴전도 힘들다. 이들이 싸울 때에는 그냥 아무 생각도 전략도 없고 무조건 개미떼처럼 (물론 생긴 것도 그런 경우가 많지만) 엄청난 숫자로 밀려오기만 한다. 이들은 각 개체의 생명을 전혀 중시하지 않으며, 따라서 남들(특히 지구인)의 생명도 신경쓰지 않는다.

이들은 특히 20세기 중엽쯤, 2차 대전과 냉전 시대에 유행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군집 생명체들이 전체주의자들을 상징한다는 것을 별도로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들은 나찌고, 스탈린이고, 중공군이며 (영어를 쓰는) 자유주의자 지구인들에 맞서 싸운다. 그걸로 충분하지 않은가?

하지만 사실 군집 생명체는 그보다는 좀 더 탐구할 가치가 많다. 무엇보다 이들은 앞머리가 특이한 외계인이 아니라 진짜 외계인이며, 인간과는 다른 독특한 문화 체계와 지능을 갖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개체를 고려해야 하는 이들은 각 개체의 수명이 의미가 없고, 문장 하나 만드는데 몇 주일이 걸릴 정도로 천천히 사고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럴 경우 그들과 대화를 나누는 데에는 아주 많은 인내심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만약 우리가 지구인이고, 각 개인이 지능이 없는 군집 생명체들과의 차이를 증명해 보이고 싶다면 일단 그들과 전쟁부터 벌이고 보는 것은 그리 좋은 해결책이 아니란 건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B]]HOLLYWOOD SCIFI. 헐리웃 SF.[[/B]]

영화와 TV 쇼와, 그것에서 파생되는 소설과 보드게임 등등을 의미한다. 헐리웃 SF는 사실 SF 소설과는 꽤 동떨어진 길을 걸어왔다. 예를 들어, 1950년대의 헐리웃 SF는 과학 기술에 반대하는 내용을 주로 다루어서 방사능의 부작용으로 거대 개미가 나오는 등의 영화를 찍었다. 반면 그 시절의 SF 소설은 황금기로서 엄청난 기술적 요소들을 써냈다.

스타트렉 무렵에는 어느 정도 변화가 있었다. SF 소설 팬들은 (일부 트레키들을 제외하면) 스타트렉 헐뜯기를 대단히 즐기며, SF가 아니라고까지 말하곤 한다. 하지만 우주선이 날아다니는데 어째서 SF가 아니란 건가? 아주 거창한 물건은 아닐지 몰라도 사이버펑크 이후론 별 거창한 물건도 없었는데 말이다.

하지만 스타트렉이 나오고 나자 바빌론 5 같은 유사 스타트렉 쇼 몇 개 빼고는 헐리웃 SF는 또 자기 갈 길을 갔다. 스타워즈 같은 판타지 SF 삼부작이 생겨났으며, 호러가 유행이기 때문인지 귀신 들린 우주선 따위도 많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훌륭한 SF 소설 치고 제대로 영화화된 건 별로 없다. 데이빗 린치가 만든 듄이나 폴 버호벤의 스타쉽 트루퍼스를 생각해 보라.

하지만 헐리웃 SF도 어느 정도 SF 흉내는 내고 있으며, SF적인 이야기를 종종 하기도 한다. 헐리웃 SF로 인해 SF 소설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경우도 많고, 특히 SF 소설 책표지는 항상 헐리웃 SF에서 디자인을 따오는 관계로 무시해서는 곤란할 것이다.

[[B]]HOMEWORLD. 고향.[[/B]]

1. 누군가가 태어났거나 주소지를 갖고 있는 행성.

2. 제국이 처음 세워진 행성이나 수도 행성. 보통 세워진 곳이 수도가 되긴 한다.

3. 어떤 종족이 생겨난 곳. 지구인에겐 지구이다.

[[B]]INTERBREEDABLE. 이종 교배.[[/B]]

특히 인간 남성과 앞머리가 독특한 외계인 여성간에 주로 일어나는 일이다. 동일성을 갖는 종이 아니면 성립 불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주로 하룻밤 보내고 나면 혼혈이 태어남으로서 이 사실을 확실히 증명해주지만, 피임약을 사용하는지 그냥 외모가 비슷한 덕에 서로 끌린다는 정도로만 해결하는 경우도 있다.

[[B]]INTERREGNUM. 공백 기간.[[/B]]

제국의 몰락 이후에 일어나는 암흑시대를 의미한다. 무역은 없어지고 행성들은 서로간에 고립되며 기술 수준은 바닥까지 떨어져 돌도끼로 사냥을 하러 다니게 된다. 조금 상태가 좋을 경우에는 신봉건주의 사회가 성립하기도 한다.

지구인 제국의 붕괴 이후엔 공백 기간이 존재하기 힘든데, 초기 단계에 있는 식민지들은 어느 정도 지구나 서로간의 교류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히려 수천 년 동안 문화 기술적으로 대단히 발전한 성간 제국이 붕괴했을 때에 왜 사람들이 지난 오랜 세월을 다 잊어버리고 이런 일을 벌이는가는 알려져 있지 않다.

[[B]]JUMP POINT. 점프 포인트.[[/B]]

FTL을 사용할 수 있는 우주의 특정 지점이다. 기술용어로는 게이트웨이나 포털 따위로 부른다. 보통 흔해빠진 곳은 아니고 각 행성에서도 가까운 곳에 한두 개나 있을까 말까다. 언제 어디서든 FTL을 할 수 있다면 점프 포인트는 의미가 없다. 하지만 만약 점프 포인트가 존재한다면 그 중요성은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 주변에는 상업용 우주 정거장이 세워질 것이고, 군사 방어 시설과 상주 함대도 존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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