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작품 게시판 - 영화/애니/만화/소설/드라마/다큐멘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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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라디에이터2
싸움구경종교적 논란에 나름대로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 성경을 소재로한 이야기가 어떻게 나올지 내심 깔거리가 잔뜩 나오기를 기대하면서 시청.
그래봤자 3대만 지나면 결국 근친상간인데.....
나는 전설이다(?)
어차피 근친 상간 문제는 거기서 거긴데.
그리고 완전 반대 케이스로 그냥 액션 영화인줄 알고 봤다가 순수한 기독교 영화라 뒤통수 맞은 일라이.
추석통 끝물의 한숨 돌릴만한 시간이 돌아왔을때 딩굴거리다가 적당히 시간 지난 영화중 볼만한게 있을까 하다가 눈에 띈 것이 이것.
의외로(?) 영화 내적인 설정의 틀 안에서 모순이 있다던가 하는건 별로 안 보였습니다.
오히려 그런 상황에 처했을 때의 인간이 할법한 고뇌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참신했음.
(동물도 다 짝이 있는데 왜 나만!! 이라면서 마누라를 찾으러 가출하는 차남의 소박하고도 현실적인(...) 연출 등.)
어쩌면 성경의 내용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 대해서 편견을 갖고 시청을 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현실적으로 모든 종류의 동물을 어떻게 다 싣는가. 먹이와 관리에 관한 공간 문제는 종교계에서도 자주 나오는 수면요법을 쓴 것으로 연출.
뭐 그정도로는 부족하겠지만 사실 제가 기대한(?) 점은 그런 것보다는 도덕적인 관점에서의 논점이었습니다.
모든 인간이 다 죽는데 인류가 장차 다시 번성한다면 그것은 결국 (노아 가족의)근친상간에 의한 것이 아닌가? 라던가.....
모든 인류를 말살하는데 거기에는 모두 나쁜 사람들만 존재하는 것인가?
자기 자신이 창조한 인류를 말살하는 것이 절대자로서 옳은 일인가 아닌가?
과 같은 문제들.
이런 것에 대해선 작품이 쉴드를 친다기보다는 그냥 불가지 영역에 밀어 넣던가 딱히 설명이 없는 식으로 가는 분위기. 뭐 어떻게 쉴드를 칠지......생각해보면 너무 복잡한 문제이기도 하고.....따져보면 너무나 많은 모순이 발생하는 점이라서.
흥미로운 점은 노아는 본래 홍수를 '인간'만 모두 멸종시키고 다른 생물들만 남기는 것이 신의 의도라고 이해했기 때문에 자기 자식들에게도 자식을 나아서 대를 잇는 것을 하지 말도록 한 것.
그래서 자기 며느리(엠마왓슨)가 임신을 하자 아이가 남아라면 살아도 되겠지만 만약 여아라면 자식을 낳아서 불릴 수 있기 때문에 자기가 죽이겠다고 합니다.
원래 며느리가 사고로 불임이었는데 므두셀라가 마법으로 이를 치료해주는 통에 이런 결과가 발생하게 됨.
낳은 아이는 쌍둥이 자매였고(대박) 노아는 결국 자기 손녀를 죽이지 못하고 인류는 다시 번성하게 됩니다.
물론 근친상간 문제는 그냥 인정할 수밖에 없는 거겠죠.
원래 원작(그래픽 노블 말고 성경....)에서는 아들들과 며느리들이 동승하고 직접적인 근친상간 문제는 발생하지 않지만
영화에선 노아가 자기 가족을 포함한 모든 인류를 절멸시키려는 게 신의 목적인 것으로 이해하고 시작한 일이라 일이 그렇게 전개되고 마지막 인류인 동시에 더이상 자손을 불리는 것도 불가능한 최후의 상황........이라는 설정으로 인한 마지막 인류라는 입장에서의 내적 갈등.
그리고 그 와중에 자기 마누라로 데려오려던 여자를 노아 때문에 잃게 돼서 앙심을 품게 된 차남과의 갈등 등등.
설정과 그로 인한 사태는 막장이지만 이야기 자체는 흥미롭게 흘러가게 만드는 장치들이 됩니다.
여튼간 그냥 돈 많이 들인 종교 영화일 거라고만 생각하고 봤던지라 꽤나 깨면서도 의외로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알고보니 감독이 '파이터' 와 '블랙스완'을 만든 감독이었습니다.
오히려 기독교인들이 이 영화에 더 심하게 반감을 가질 거 같고.........실제로 평을 봐도 기독교인들이 훨씬 심하게 까는 거 같습니다.
성경과 많은 점이 다른데 특히 노아가 신의 의도를 '자기 자신을 포함한 모든 인류 말살'으로 이해하고 움직였다는 점, 네피림이 신이 버린 인류를 안타깝게 여겨서 신의 뜻을 어기고 도와주러 내려왔다가 저주받아서 흉측하게 변한 천사라는 설정(게다가 방주 건설을 돕기까지 함), 그리고 근친상간 문제가 기독교인들의 엄청난 분노를 일으키는듯 합니다.
배경을 이루는 설정 자체는 기본 베이스가 성경이라서 그런지 상당히 막장스럽긴 한데 그 막장 위에서 풀어낸 이야기들은 캐릭터나 흐름을 볼 때 상당히 그럴싸했다고 생각함.
기독교 옹호 영화라던가 정말 성경처럼 모순된 이야기던가 혹은 누구나 다 아는 노아와 홍수 이야기라서 이야기 자체가 지루하진 않을까 생각해서 안 본 사람이라면 의외의 재미를 발견할 수도 있을지도. 나는 그랬습니다.
오히려 성경의 내용을 어떻게 풀어냈을까 라던가 기독교인을 위한 종교 영화라고 생각하며 기대를 할만한 골수 기독교인들은 보지 말아야 할 영화.
결과적으로 놓고 보면 영화 자체의 베이스 때문에 비기독교인들은 종교 영화라는 편견 때문에 영화를 안 보고 기독교인들은 기독교인을 위한 종교 영화라고 생각하고 봤다가 분노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시작부터 큰 문제를 깔고 시작한 영화인 거 같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영화의 재미와 연출을 위해 성경 내용상으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설정들과 이야기들을 채워 넣었다는 기분.
근데 기독교인이 아닌 순수 영화팬 입장에서 보자면 덕분에 이야기는 더 쓸만했습니다.
여담.
- CG는 무난한 수준. 스펙타클한 연출들이 곳곳에 깔려 있으나 저렴하게(?) 했다는 기분이 듭니다. 한정된 예산으로 쓸만한 연출을 하기 위해 필요한 부분에 집중을 했다는 기분.
- 촬영지가 어딘진 모르겠지만 북두의 권이 연상되는 저주받은 땅의 연출이 쓸만함. 배경을 보면 '더 로드' 의 분위기.
- 엠마 왓슨이 이쁘지만 연기력은 별로. (반면 여전히 연기를 잘하는 러셀 크로우)
- 중간의 노아가 가족들에게 신이 다양한 생물을 창조했음을 설명하는 나레이션 부분에서 미생물부터 대형 동물까지 커지는 듯한 연출이 나오는데 연출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이게 마치 '진화론' 처럼 보여서 정작 설명 내용인 창조와는 정 반대처럼 보이는 아이러니.
실제로 이거 가지고 뭐라고 하는 기독교인들 보임.
- 방주를 뺏으려고 몰려드는 인류 군대를 네피림들이 나무뿌리 뽑아서 빗자루로 바퀴벌레 잡듯이 때려잡는 장면을 볼 때 머릿속에 문득 떠오른 무스카의 명대사 '사람이 쓰레기같다.'
대략 왕의 귀환에서 나오는 오크들이 연상됨.
- 네피림이 노아를 도와 신에게 용서 받은뒤 승천할때 우주에서 지구를 잠깐 보여주는데 지구의 모든 대기권이 태풍으로 뒤덮인 모습이 깨알 같은 재미. 과학적인데?
저는 노아는 성경과는 완전히 다른 층위의 얘기기 때문에 굳이 기독교인이나 비기독교인들이 반감을 가질 이유가 있나 싶습니다. 영화에서 신은 등장조차 하지 않고 심지어 god이라 불리우는게 아닌 creator라고 불리죠. 그렇다 보니 영화 노아의 신은 성경에 나오는 인격신보다도 자연을 만들어낸 절대적 질서에 훨씬 가깝기에 현재 통용되는 기독교적 감성이 끼어들 여지가 없어 기독교의 시선으로 영화를 까는 기독교인이나 비기독교인이나 둘다 영화를 제대로 보지 않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