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부가 허블보다 최소 몇십배 강력한 우주망원경을 개발하는 중이군요. 

통상적인 유리 렌즈 대신 얇은 막의 회절현상을 이용해서 렌즈지름 20미터를 달성. 

허블의 지름이 2.4미터라는 걸 감안하면 무지막지한 겁니다. 우주뿐만 아니라 지상의 모든 망원경을 다 합해도 가장 거대한 규모죠. 

동시에 무게도 훨씬 가볍다고 합니다. => 따라서 비용도 급감. 


하지만 아쉽게도 저 망원경은 별을 보기 위한 것이 아니라 군용 스파이 위성입니다. 

엄청난 분해능을 이용하여 먼 우주에서 지표를 샅샅이 감시하는 장비입니다. 


저 망원경으로 뭘 할 수 있냐면 지표의 약 40%를 실시간으로, 그리고 고해상도로 촬영, 감시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3만5천킬로미터 고도에 띄울 거라고 하네요. 



아래는 뉴스링크 : 

http://www.zdnet.co.kr/news/news_view.asp?artice_id=20131211160426




뭐.... 여기까지는 언론에 나온 내용이고. 이하 사족입니다. 



평소 우주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3만5천킬로 얘기에서 딱 감을 잡았을 겁니다. 


그리고 군사분야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저게 무슨 의미인지도 캐치했을 거구요. 



풀어서 적어보자면 이렇습니다 : 



일반적으로 많이 쓰이는 인공위성 궤도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습니다. 

바로 저궤도 그리고 정지궤도 위성입니다. 


저궤도 위성은 600~1500km정도의 상공을 선회합니다. 

반대로 정지궤도는 수만킬로 밖에 위치합니다. 


지구 자전과 위성의 공전주기를 일치시키려면 위성의 속도가 상당히 느려져야 하는데

속도가 느려지면 원심력도 낮아져서 지구 중력에 잡아먹혀버립니다. 

따라서 정지궤도 위성을 만들려면 지구로부터 멀리 떨어진, 중력이 낮은 곳에 자리잡을 필요가 있죠. 


바로 그 마법의 거리가 3만5천킬로미터입니다. 

즉, 미국은 새로운 스파이 위성을 정지궤도에 올리겠다는 심산인 겁니다. 


그런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냐구용? 



기존 군사 정찰 위성들은 대부분 저궤도 위성이었습니다. 

만약 인공위성이 높은 궤도로 올라가면 충분한 해상도를 확보할 수 없고 

특히 정지위성은 지표의 정해진 부분만 감시할 수 있어서 효율이 낮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 위성 격추기술이 점차 퍼져나가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2007년 중국이 ASAT, 즉 위성 공격용 미사일의 테스트를 성공시키자 

우주는 더 이상 안전한 곳이 아니게 되었죠.

(당시 850킬로 상공의 자국 기상위성을 지상발사 미사일로 격추시켰습니다.) 


그리고 2000년대 후반, 다음 세대 전쟁의 시나리오들이 쏟아져나오기 시작하자 

우주전쟁은 이제 현실의 영역으로 확고히 자리잡게 됐습니다. 


현재, 미 국방부 전쟁 계획에서 개전 초기 시나리오는 우주전쟁으로 시작됩니다. 

무력충돌이 시작되면 가상적국(=중국)과 미국은 경쟁적으로 상대 위성들을 떨구기 시작합니다. 

자국 영공위를 지나가는 위성을 격추하는 걸 저지할 방법은 현실적으로 없기 때문에 

저궤도는 순식간에 부서진 위성들의 잔해만 남게 됩니다. 

이제, 발사체를 대량 동원, 무너진 위성체계를 복구하기 위한 경쟁이 시작됩니다. 

한편에서는 로켓들이 불을 내뿜으며 쉴 새 없이 새로운 위성을 궤도에 올리고 

다른 한편에서는 적국의 위성을 격추해서 숫자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진행됩니다. 

이 경쟁에서 상대를 압도하고 나면 그 이후 전쟁 양상 또한 매우 유리하게 진행됩니다. 

초수평선 공격이 일상화된 근미래에 인공위성 지원이 없는 군대는 일방적으로 학살당하게 됩니다. 


현재까지 개발된 모든 대위성무기는 저궤도 위성을 떨구는 시스템입니다. 

왜냐구요? 스파이 위성들이 죄다 저궤도를 돌고 있으니까. 


만약 미국이 80년대말의 스타워즈 시스템을 정말로 런칭했다면 

지금 우주에는 킬러위성들이 득실거리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와 정반대죠. 

미국의 MD가 그렇고 중국 러시아의 ASAT도 가용 고도는 고작 수백킬로미터 수준입니다. 

현재 중국의 가장 진보된 ASAT인 KT-III미사일도 유효고도 1000킬로미터 내외일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그것과 비교하면 3만5천킬로 밖의 정지위성을 떨구는 건, 그야말로 완전히 격이 다른 이야기인 거죠. 

위성 몇 개 띄울만한 규모의 엄청나게 비싼 신형 발사체를 개발하거나 

또는 정말로 우주에 킬러 위성을 띄우지 않는 이상  새로운 스파이 위성을 잡을 방법이 없습니다. 



또 다른 측면은 바로 <<케슬러 신드롬>>입니다. 

정지궤도를 군사화하는 건, 케슬러 신드롬으로 이어지는 직격탄입니다. 


저궤도의 위성쪼가리 몇 개 떨구는 건 그나마 좀 낫습니다. 

왜냐면 중력이 강하니까 대기권으로 떨어져서 불타버립니다. 


하지만 정지궤도는 아닙니다. 


수만킬로 상공의 정지궤도는 중력이 약해서 일단 거기에 데브리가 형성되면 지구로 떨어지지 않고 

짧게는 몇백년에서 길게는 몇만년까지도 지구 주위를 돌게 됩니다. 


만약, 중국이든 러시아든, 대형 발사체를 개발해서 정지궤도의 미군위성을 공격한다면, 

그 국가는 인류의 우주개발을 봉쇄해버린 원죄를 뒤집어써야 됩니다. 

애당초에 군사 위성을 그 자리에 갖다놓은 미국은 더 말할 필요도 없구요. 


미국은 그걸 감수할 각오가 돼 있다고 얘기하고 있는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