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묻고 답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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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소설을 보다가 갑자기 떠올랐는데
만약 가상으로 마찰의 수를 극한으로 올린다거나 낮춘다고 하면 작은 마찰로도 불이 붙거나 고속으로 움직이는 게 가능한가요?
마찰이 0에 가깝게 떨어진다면 도리어 이동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가 있습니다. 우리가 이동할 수 있는 것은 마찰을 이용해서 아래의 바닥을 찰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마찰력 자체가 앞으로 나가는 힘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마찰이 0에 가깝다면, 그만큼 앞으로 가는 힘 자체가 줄어듭니다. 그래서 앞으로 가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해질 수 있습니다. 영화나 만화에서 얼음이나 기름 위에서 비틀거리는 사람을 보게 됩니다. 바로 이것이 마찰이 0에 가까운 상황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입니다.
고속 열차의 속도가 어느 정도 이상 빨라지면 점차 떠오르게 되고 마찰이 사라져서 속도가 더 이상 상승하지 않는 결과가 나옵니다. 그래서 고속 열차가 300km 대에서 더 이상 올라가기 어려운 것이기도 합니다. F-1 자동차가 독특한 날개를 달고 있는 것도 너무 빠르게 난 결과 발생한 양력으로 떠오르는 것을 막기 위함이지요.
하지만 사실은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나사는 멋대로 빠져 버릴 것이고, 기계들은 단숨에 분해됩니다. 오직 용접을 한 것만이 그대로 있겠지요. (이는 마찰과는 조금 다른 문제이니까요.)
하지만 일단 어떤 방법으로든 움직일 수 있다면 이번에는 거의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물론 로켓 등의 분사를 이용하면 매우 빠르게 앞으로 날아갈 수 있고 빠르게 멈출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공기의 마찰력은 원래부터 그다지 높지 않습니다. 게다가 운동 속도는 어디까지나 F=MA라는 가속도 법칙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물론 공기의 마찰력이 줄어드는 만큼, 뜨거운 열이 발생하여 에너지가 소비되는 일이 줄어들기 때문에 조금 더 빨라지긴 합니다.
추가로 마찰력이 매우 높더라도 불이 붙기 위해서는 발화점 이상으로 온도를 높일 수 있을 만큼 큰 힘이 필요합니다. 불이 나게 할만큼의 작은 마찰 자체를 일으키는게 쉽지 않은 것이지요.
여담) 사실, 제가 이전에 이야기를 구상하다가 생각한 초인 중에 원하는 지점의 마찰 계수를 무진장 높여서 칼로 불을 일으키는 인물을 생각했는데, 그는 슈퍼맨급의 체력도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게 되었죠. 나름대로 해결 책을 찾아내긴 했습니다만.^^
마찰력으로 불이 붙는 게 아니라 마찰을 시키면, 즉 움직이는 물체를 강제로 정지시키면 물체가 가지고 있던, 혹은 가져야 할 운동에너지의 여분이 어디론가 나가야 하고 그게 열로 발산되는 겁니다. 다르게 말하면 마찰계수가 1보다 크면, 즉 정지마찰력이 운동마찰력보다 크면 말 그대로 그냥 죽은 세상입니다. 불이고 나발이고 아무 것도 못 움직여요.
반대로 모든 마찰계수가 0이면 그 즉시 산이 무너지고 건물이 무너지고 가정이 무너지고 사회가 무너지고 사람을 포함은 모든 생물은 여기저기로 튀고 구르다 곤죽이 됩니다. 물론 너트고 볼트고 못이고 나발이고 지 맘대로 풀리고 빠지므로 생물이 아닌 존재라고 적당히 넘어갈 수는 없겠죠. 좀 다르게 말하자면 자기가 그 조건에서 예외가 될 자신만 있다면 그 기관은 그 순간 사실상의 영구기관이 된다는 거죠. 따라서 역시 불이고 나발이고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은 분해된다고 보면 됩니다.
음... 틀린 부분이 몇가지 있어서...
1. 일반적으로 최대 정지 마찰력은 운동 마찰력보다 큽니다. 정지 마찰력이야 외력하고 크기가 같기 때문에 운동마찰력보다 작을 수는 있지만, 최대 정지 마찰력은 운동 마찰력보다 크죠. 그래서 물건을 끌 때 처음 끌 때 힘이 많이 필요하고, 한번 움직이기 시작하면 그보다는 적은 힘으로도 끌 수 있습니다.
2. 마찰 계수가 무한대라면야 아무것도 못 움직이는게 맞긴 하지만, (그래도 드는 건 가능할 것 같습니다..^^;) 마찰 계수가 1이면 움직일 수는 있습니다. 마찰력은 수직항력 * 마찰 계수 이므로, 1이면 끄는데 드는 힘 하고 그냥 들어올리는데 드는 힘이 같아서 문제지 그 보다 더 큰 힘을 가하면 움직이는건 가능합니다.
3. 마찰력으로 열이 나는 건 에너지의 여분이 열로 발산된다기 보다는 마찰력이 한 일이 열로 나타난다는게 더 정확한 표현일 꺼 같습니다. 예를들어서 100의 에너지로 물체를 끌고 있고, 70의 에너지가 마찰력으로 소모 된다면, 30의 에너지만큼 물체는 가속하고 70의 에너지가 열로 발산되는 거죠. 만약 물체가 등속 운동중이라면 100의 에너지 전부 마찰력으로 소모 된다고 보면 됩니다.
마찰력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면...
불을 붙이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겠죠.
일단 마찰력을 0로 만들어 미끄러지게 만든 다음
마찰력을 올리면..
운동에너지가 마찰력으로 인해 감소하며
감소되는 에너지만큼 열로 변할테니
그 열을 이용해 불을 붙이는 것도 가능하겠죠.
약간 다르지만 비슷한 예를 들어본다면
인화성 타이어를 장착한 차에서 급제동 하여 스키드 마크를 만들면... 불이 붙겠죠.
암만 마찰계수가 높거나 낮아봤자, 에너지 보존 법칙은 못이길 듯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