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많이 착각하는 것 중의 하나는, 인간을 그대로 키우면 거인이 된다는 것입니다. 이는 크기의 개념에 있어서 오류가 있기 때문이지요.

  인형 병기 이야기를 할 때 흔히 나오는 이야기지만, 키를 10배로 하면 표면적은 100배. 여기에 중량은 1000배가 되어 버립니다.

  독수리와 같은 날아다니는 생물의 경우, 그 날개의 표면에서 발생하는 양력에 의해서 공중에 떠 있을 수 있는데, 양력은 속도와 표면적에 비례합니다.

  독수리의 크기를 10배로 키운다면, 표면적은 100배가 됩니다. 즉, 양력도 100배가 되겠지요. 하지만, 무게는 1000배. 1000배로 늘어난 무게를 100배의 양력으로 버티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을 듯 하군요.(10배의 속도로 날아다닌다면 겨우 가능하겠지만 말입니다.)

  가장 거대한 새로는 알바트로스(신천옹)가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바보새라고도 부르는 이 새는 날개 길이가 2m를 넘기는데 혼자 힘으로는 절대로 날아오르지 못합니다. 몸무게는 독수리보다 많이 무거운 것도 아니면서 말입니다. 비행기처럼 달려가면서 양력을 발생시켜서 날아오르고, 오직 상승 기류의 도움을 받아서 계속 떠 있는 게 가능할 뿐입니다.

  아메리카에 서식하고 있는 콘도르(두 번째로 큰 새)의 경우에는 몸길이가 1.3m이지만, 몸무게는 고작 10kg. 소문에는 양을 채간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사실 자기 몸무게보다 무거운 것은 들어올리지 못합니다.(그래서, 양을 잘못 습격했다가 양털에 발톱이 엉켜서 날아오르지 못하고 잡히는 사례가 많았고, 과거에는 이를 이용한 덫으로 사로 잡기도 했습니다.)

  독수리는 토끼를 집어 올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토끼는 가장 무거운 종이라도 10kg을 넘지 않으며 독수리가 일반적으로 습격하는 먹이감은 고작해야 3~4kg에 불과한 작은 종들입니다. 독수리 역시 자기 몸무게보다 무거운 먹이감은 들어올리지 못하지요.


  이런 점에서, 판타지에서 등장하는 용이나 와이번, 혹은 그리폰과 같은 생물들에는 과학적 오류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반지 악령이 타는 생물(편의상 나즈굴이라고 해 둡시다.)을 예로 들자면, 그것은 분명 엄청나게 큰 비행 생물이지만, 그 무게는 생각보다 작아서 200kg이 안 될 것으로 판단됩니다.(그렇지 않으면 그 날개 크기로 날아오를 수가 없습니다.)

  중세 기사의 갑주는 40~50kg 정도. 여기에 방패나 칼 등을 지참하고, 앉기 쉽도록 마구를 앉힌다고 가정하면 -기사 자신을 포함한- 전체 중량은 150kg에 가까워지겠지요. 영화 속에 등장한 위치킹의 경우에도 와이번에게 가하는 중량은 최소한 150, 많게는 200kg에 달할 것입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나즈굴은 그 주인을 태우고 날아가는 것만으로도 힘겨운 것입니다. 그 상태에서 자유롭게 날면서 중무장한 기사를 들어올려서 던지는 행위 같은 것은 어림도 없는 일이지요.(사실은, 속이 텅 빈 가벼운 뼈로 몸에 태운 인간의 무게를 유지하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이는 무시하도록 합시다.)

  나그굴 역시 혼자 힘으로는 공중에 떠오르기 어려울 것이므로, 돌격하듯 아래로 내려가 기사를 공격하고 다시 날아오르는 것은 더욱 불가능한 일입니다.(나즈굴은 날개를 충분히 휘저어야 하는데, 지상에 내려올수록 그 공간은 줄어듭니다.)

  더욱이, 일단 아래로 내려오게 되면 올라가는 속도는 매우 느립니다.(동물의 왕국 같은 프로에서 흔히 나오는 독수리가 먹이를 채어 올라가는 장면을 떠올려 봅시다.)

  나그굴 정도의 크기를 가진 물체가 아주 천천히 위로 올라간다면 그것은 그야말로 완벽한 표적 이상의 아무 것도 아닙니다. 활을 처음 잡아본 사람이라고 해도 그것을 명중시키기는 어려운 일이 아니며, 심지어 다비드(다윗)의 돌팔매로도 명중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사거리는 보통 10m)

  때문에 인간을 태우고 날아다녀야 할 비병들은 반드시 높은 고도에 위치하고 있어야 합니다. 100m 높이만 되어도 활로 맞히기 어려울 테니까요.(강력한 노포라면 공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만.)

  이 고도에서는 돌만 던져도 꽤 강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활을 들고 저격을 하는 것도 가능하겠지요. 창을 던진다면 어지간한 방패는 간단히 뚫고 피해를 줄 것입니다.(그 거리에서 목표를 정확히 맞출 수 있는지는 일단 무시하고...)

  하지만, 화살도 창도, 돌도 많이 실을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바보가 아닌 이상, 비병이 나타났을 때 이를 막기 위한 방비를 하지 않는 이가 없을테니 피해를 주기도 어렵겠지요.(쉽게 말하면 우산만 써도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없어 명중시킬 수는 없습니다.)

  비병의 유지 비용 등을 고려할 때 장교 급의 지휘관을 공격하는 게 아니라면 가치가 없겠지만, 장교급의 지휘관은 당연히 지붕을 씌운 곳 밑에서 지휘를 하겠지요.

  이래서야 모처럼 공격을 하려고 해도 목표를 발견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맙니다. 그렇다고 조금만 밑으로 내려가면 화살이 탄막을 펼치듯 올라 올 테니 위험한 상황이 계속될 것입니다.

  이래서야 비병을 써먹을 길이 없습니다.

  정찰 목적으로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만, 대규모 군대의 이동은 비병이 아니더라도 먼 곳에서 포착할 수 있으며(아무리 조심해도 대군이 움직이면 매우 먼 곳에서도 먼지가 피어오릅니다.) 반대로 소규모 군대라면 높은 곳에서 발견하기 어렵고, 그들이 숨기도 쉽기 때문에 찾지 못할 것입니다. 게릴라 부대의 발견은 어림도 없는 일이겠지요.

  연락용이라면 작은 전서구로도 충분할 것이니 거대한 비병을 동원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러니, 비병을 활용할 방법은 하나 뿐. 대략 1km 쯤 높은 위치에서 적진 바로 위를 향해 작은 돌멩이를 잔뜩 뿌리는 것입니다. 그것 하나하나의 무게는 100g이 안 되어도 좋습니다.

  왜냐하면, 중력 가속도라는 힘이 그것에 무게를 실어 줄 테니까요. 1000m 높이에서 100g의 물체를 떨어뜨린다면, 그것이 땅에 떨어질 때의 속도는 약 100m/s(360km/h)

  박찬호 선수의 공보다 2.3배쯤 빠른 야구공을 맞은 것이므로 아픈 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박찬호 선수의 야구공에 맞은 것보다 6배쯤 아픕니다. 게다가 야구공처럼 가죽으로 둘러싼 것도 아니고, 크기도 매우 작아서, 거대한 무마킬 조차 아픔을 느끼고 비틀거릴 것입니다.)

  아예 10g 정도의 쇠구슬을 잔뜩 뿌리는 것은 어떨까요? 그 위력은 과거의 화승총탄에 필적할 것이며 기사의 갑옷이고 방패고 할 것 없이 박살을 낼 것이므로, 진영의 한 부분에 구멍이 뚫리는 동시에 혼란과 함께 사기를 대폭적으로 떨어뜨리는데 기여할 것입니다.(필요하다면 고도를 더 높이는 것도 좋습니다. 고도가 2배 올라갈수록 위력은 4배 강해집니다.)

  여기다 안전에만 주의한다면 그리스의 화염 같은 폭발 병기를 던지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비행 생물 등 뒤에서 불을 붙이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겠지만, 충분한 훈련을 통해 숙달된다면 막강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테니까요.

  생각해 보면, 이런 공격을 하는 데는 성인 장병은 필요치 않습니다. 왜냐하면, 탑승자의 무게가 작을수록 생물에 가해지는 부담도 줄고 더 많은 양의 쇠구슬을 실을 수 있을 테니까요.(승마에서 기수의 몸무게가 적을수록 좋은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아예 어린애에게 탑승을 맡긴다면 어떨까요? 충분한 훈련만 받는다면 아이들이라도 충분한 위력을 발휘할 것입니다.(판타지 세계라면 호비트가 대신해도 되겠군요.)

  여기에, 갑옷이나 투구, 창이나 칼 같은 무기를 갖출 필요도 없습니다. 필요한 것은 오직 적진에 구멍을 내기 위한 쇠구슬 탄 뿐. 그리고 충분한 폭격 실력만 있으면 되는 것입니다.(이를 폭격 비병이라고 부릅시다.)

  이러한 폭격 비병들이 마구 날아다닌다면 병사들의 사기는 엄청나게 떨어지게 마련입니다. 따라서 이 비병들을 요격하기 위한 공중 부대가 필요하겠지요.(편의상 요격 비병이라 부릅시다.)

  지상 부대를 공격하기 위한 폭격 비병과는 달리, 요격 비병은 공중전을 대비한 조치를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탑승자는 충분한 전투 능력을 가진 병사가 되어야 하고 간단하나마 갑주를 갖추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호비트나 드워프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충분한 전투력을 가진 성인이 탑승해야 겠지요.)

  공격을 위한 창과 활을 갖추고, 만약을 위해 칼도 착용해야 할 것입니다. 그만큼 부담이 늘어나지만, 약간의 폭격 무장도 갖출 수 있겠지요.

  물론 폭격 부대 측에서도 이들에 대한 대비는 필요합니다. 충분한 공격을 하기 위해서는 폭격 비병에 별도의 무장을 갖추기 어려우므로(고작해야 얇은 가죽 갑주에 활 정도) 그보다는 요격 비병을 상대하기 위한 별도의 요격 부대를 준비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입니다.

  즉, 비병의 활동은 폭격 비병과 요격 비병이 그룹을 이루어 수행하는 것이 되겠지요.


  폭격 비병의 활약이 계속될 경우, 전투의 상황은 상당히 바뀌게 됩니다. 병사들은 폭격을 대비하여 산개하여 전투를 할 테고 과거에 비해 작은 그룹으로 전투를 수행하게 되겠지요. 때문에 폭격 비병의 활약은 점차 줄어들 것입니다.

  따라서, 폭격 비병의 공격을 보조하는 부대, 속칭 공격 비병을 생각해 봅시다. 이들은 쇠구슬을 뿌리는 게 아니라, 50~100m 정도로 낮게 내려가 작은 창이나 표창, 수리검이나 단검 등을 직접 던지는 정도가 어떨까요? 물론 갑주를 뚫기에는 충분치 않지만 적을 위협하고 피해를 입히는 데는 충분할 것입니다.(기사의 경우, 기사 자신보다는 말을 노리는 게 적합할 것입니다.)

  노(십자궁)를 개량하여 높은 곳에서도 화살이 빠지지 않고 사격할 수 있도록 한다면, 한손으로도 사격할 수 있어 더욱 유용할 것입니다. 100m 높이 만 되어도 적의 공격을 우려할 필요가 없어 사격할 수 있어 정확한 공격이 가능합니다.

  요격 비병은 이들을 상대하는 역할도 맡겠지요. 물론, 하나의 비병이 여러 가지 역할을 맡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투력을 극대화시키기 위해서는 하나의 비병은 하나의 역할만 맡고(약간의 보조 능력은 갖추더라도) 여러 분과의 비병을 갖추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여유가 있다면 한 명을 더 태우는 것이 좋을지도 모릅니다. 조종수와 공격수를 나누는 것이지요. 조종수는 조종만 하면 되므로 몸무게가 가벼운 호비트나 아이들. 공격수는 전투력을 위해서 체력과 완력이 강한 드워프나 인간.(때로는 마법사.) 이렇게 2명이 탑승하여 전투를 하는게 이상적일 수 있겠지요.

  폭격 비병은 밀집된 대군이나 적의 기지, 요새 등을 폭격하는 역할을, 공격 비병은 이동 중인 적 부대에게 타격을 가하고 위협하는 역할을, 요격 비병은 이들을 견제하여 아군을 보호하는 역할을 맡는 것. 그것이 바로 비병에 있어 가장 적합한 형태라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이런 것을 살펴보면 어딘가에서 많이 본 듯한 느낌이 들게 됩니다. 그렇습니다. 바로, 현대의 공군인 것이지요.

  사실, 판타지 세계의 비병은 우리가 알고 있는 공군과는 많이 다른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게임의 경우에는 공군과 비슷한 느낌도 있습니다만) 그것은 군대라는 측면이 아니라, 단지 독특하다는 발상에서 생각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비병이 하나의 병과로서 확립된다면, 그것은 독특한 무언가가 아니라, 군대 체계의 하나가 되기 때문에, 이의 활용 방법을 잘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는 현대 공군이라는 가장 좋은 모델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비록 그들은 판타지 세계의 비병과 차원이 다른 능력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판타지의 비병들도 그와 유사한 기능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으니까요.

  아니, 1차 대전 때의 공군들이라면 판타지 세계의 비병과 큰 차이가 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초기의 폭격기는 조종사가 손으로 폭탄을 들어 던지는 방식이었던 것입니다.)

  과학적으로 볼 때, 반지의 제왕에서 나온 나즈굴 스타일의 비병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화면 상으로는 멋지게 보이는 그들 비병은, 사실 현실적으로 그다지 대단치 않은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과학적으로, 군사적으로 생각한 비병은 의외로 강력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인간 무게의 생물을 태우고 날 수 있는 비행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은 일단 무시하더라도, 판타지 세계에서 비병은 나름대로 활약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런 생명체는 진화론적으로 경쟁 능력이 낮아서 존재할 가능성이 거의 없고, 존재한다고 해도 금방 멸종해 버릴 것입니다. 사실, 고대의 익룡 조차 인간을 태우고 날 수는 없었으니, 역사적으로 그런 생명체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비병은 단독으로 존재하는 그런 무적의 병기는 되지 않을 것입니다. 비병이 활약하는 세계에서 밀집 대형은 자살 행위로 인식될 것이며, 천천히 사라져 가겠지요. 보병들은 평야를 행군하는 것이 아니라 숲과 산악 지형을 타고 이동할 것이며, 공격 비병이 나타날 경우 엄폐물 뒤에 숨어 반격을 가하고자 할 것입니다. 그리고 아군 요격 비병에 연락하여 지원을 받고자 하겠지요.

  항공기의 등장이 현대전의 양상을 완전히 바꾸어 놓은 것처럼, 비병의 등장은 판타지 세계의 전투를 완전히 바꾸어 놓을 수 있습니다. 비병의 존재는 -그것의 유지비용 등은 무시하더라도- 전쟁의 패러다임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을 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으니까요.


ps) 어쩌면 반지의 악령들은 보기와는 달리 무게가 거의 없을지도 모릅니다. 갑옷은 칼을 들었을 때 그 무게 때문에 넘어지지 않도록 준비한 것에 지나지 않고, 실제의 무게는 35g(영혼의 무게라고 알려진 무게. 물론, 과학적으로 증명된 바는 없다.)에 불과할지도 모르는 일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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