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모처에 올라온 글을 보고 조금 써봅니다. SF 게시판에 쓰려다가...쓰려면 좀 더 썰렁한 곳에 쓰는 게 좋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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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에 '슈퍼'가 붙었으면 행성 하나 정도는 박살내 줘야...


 오랜 세월 동안 레이저는 SF 영상물의 단골 무기로서 그 존재감을 과시해왔고, 그만큼 일반인들에게도 무지갯빛 광선무기로서 익숙한 이미지이기도 합니다. 사실 최근 들어서는 실용적으로도 거리계측기나 포인터 등에 널리 쓰이고 있긴 하지만, 레이저 발진기라는 게 도무지 사람이 휴대할 만한 크기와 중량의 물건이 아니던 시절에도, 그리고 심지어는 레이저란 개념이 구체적으로 주장되고 그런 이름이 붙기 전에도 비슷한 개념은 SF에서 흔히 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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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도 친숙한 열선무기를 사용하는 삼발이.


 아마도 최초의 구체적인 사용예는 H. G. 웰즈의 우주전쟁에서 화성인들의 삼발이가 쏴대던 열선무기일 것입니다. 물론 웰즈 시절에는 레이저란 단어조차 존재하지 않았고 이론적 기반도 없었지만요. 1917년에 아인슈타인이 정립한 이론에 따라 1953년에 메이저(마이크로파 레이저)가 개발되고, 58년엔 최초의 적외선 레이저가 만들어지면서 SF에서도 '열선Heat ray'이니 '살인광선Death ray'니 하고 불리던 물건들에 레이저란 이름이 붙기 시작했지만, 당시 많이 쓰이던 '스타워즈' 스타일의, 그러니까 빨간색 파란색 알록달록한 색깔에 날아다니는 게 눈에 뻔히 보이는 레이저 무기는 매우 비현실적이라는 건 어느 정도 상식을 갖춘 사람이라면 다들 아시겠지요. 요즘은 그런 무기에 뭐 플라즈마 에너지 어쩌고 하는 이름을 대신 붙이는 경우가 더 많아 보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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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걸로는 영화 '엔트랩먼트'의 한 장면이 안 좋은 쪽으로 유명했었죠. 음...제겐 솔직히 좋긴 했어요. 흠흠.


 그 덕분인지 좀 더 나아가 헐리웃 액션영화에서 나오는 무기가 아닌 레이저들조차도 비현실적 묘사가 넘쳐납니다. 가령 레이저가 옆에서 봐도 뻔히 반짝반짝하고 직선으로 날아가는 게 보인다거나, 첩보영화에서는 밀가루 같은 걸 뿌려서 난반사를 일으켜 레이저 경보기를 보고 피하는 식의 묘사가 나옵니다만, 사실 그 지경이면 레이저가 난반사 덕에 목적지에 제대로 도달하지 못하므로 경보가 울리게 되죠. 혹은 저격하려는 사람 이마에 저격수가 빨간 점을 찍어준다거나 하는 이상한 묘사라던가...현실적으로 보자면, 가시광선 레이저조차 어지간한 출력이 아닌 한 먼지가 적고 직사광선이 내리쬐는 환경에서는 눈에 잘 보이지도 않을 것이며 삐융 하는 소리를 내며 날아가지도 않습니다.

 아무튼, 픽션에서는 무기로 잘도 쓰이는 레이저는 현실에서 실용화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꽤 높은 장벽을 극복해야 합니다. 충분히 효율적이고 안전하며 크기가 작고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동력원의 문제나, 대기 중에서의 회절/난반사/흡수 등으로 인한 위력 감소 문제, 혹은 레이저 자체의 에너지 효율이 낮기 때문에 발생하는 대량의 열을 식히기 위한 냉각기의 문제, 그리고 근본적으로 열을 가하여 표적을 녹이는 방식이기 때문에 심각한 피해를 주기 어렵다는 문제 등등 휴대용 무기로 사용하기엔 곤란한 점이 한둘이 아니고, 현실에서 개발되는 경우는 THEL(Tactical High Energy Laser)이나 HELLAD(High Energy Liquid Laser Area Defense System)처럼 엄청난 대형의 크기에, 도달 속도가 광속이라는 장점을 이용해 포탄이나 비행기 등을 요격하기 위한 용도로 주로 개발되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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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RPA의 스카이가드 레이저 요격 시스템 구상도.

 하지만 이렇게 트럭으로 견인해다녀야하는 수준의 무기와는 다르게, 원한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개발해서 실전 배치하고 개인이 휴대할 수 있는 레이저 무기 역시 존재합니다. SF의 영역이 아니라 얼마든 지금도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그런 '현실적'인 레이저 무기요. 이미 아시는 분들도 있을 테고 모르시는 분이라도 조금만 상식을 쓰시면 쉽게 눈치챌 수 있는 문제인데, 바로 실명을 유도하는 레이저 무기죠.


 일반적인 관점에서, 대인용으로 레이저를 사용하는 것은 납 탄두를 날려보내는 소총을 쓰는 것에 비해 더 비효율적입니다. 휴대성이나 동력원 등의 문제도 있지만 무엇보다 레이저는 사람의 피부를 태워서 피해를 주게 될 텐데, 이는 질량탄으로 사람의 몸에 구멍을 뚫는 것과는 달리 출혈이나 쇼크사의 가능성이 훨씬 줄어들게 되어 비효율적이죠. 물론 충분히 강력한 레이저라면 인체의 수분을 순간적으로 끓어오르게 만들어 수증기 폭발을 일으키면서 맞은 부근을 말 그대로 터뜨려버리는 위력을 자랑할 수도 있습니다만 현재 기준으로는 조금 무리인 편이고요. 레이저가 인체에 피해를 입히기 가장 쉬운 부분은 바로 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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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출력 레이저 장비에서 볼 수 있는 경고문에선 눈을 특별히 따로 언급하고 있죠.


 피부에 별반 피해를 주지 못할 정도의 저출력 레이저라도 눈에는 무척 해로울 수가 있습니다. 위 경고문구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그 결과는 뻔하죠. 사실 양복 윗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휴대용 레이저 포인터를 잠깐 보는 정도로 큰 피해는 입지 않지만(어쩌다 해본 입장에서 그닥 해보라고 권하고 싶진 않네요), 나이트클럽에서 레이저쇼하는 장비를 정면으로 보다가 실명되는 사례까지도 존재합니다. 물론 보다 강력한 실험용의 레이저를 잘못 보거나 해서 실명한 경우도 존재합니다. 번쩍 하고 눈부신 빛을 한 번 본 뒤로는 아무 것도 볼 수 없게 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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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의 눈은 아시다시피 수정체에 의해 굴절된 빛이 망막의 세포에 초점을 맺는 방식이므로, 강한 레이저가 조사되면 그 빛이 시세포 위의 한 초점에 집중되어 순식간에 심각한 손상을 주게 됩니다. 인체의 세포는 단백질로 되어 있으므로 불과 십여 도 정도만 체온보다 온도가 더 올라가도 망가져버립니다. 물론 시세포의 일부가 손상되는 정도로는 시력을 바로 상실하지는 않습니다. 인간의 눈에는 원래 '맹점'이라고, 보이지 않는 부분이 존재하지만 뇌가 이 부분을 보정해주기 때문에 잘 느끼지 못하고 지내죠.

 마찬가지로 시세포의 절반을 잃는다 하더라도 일상 생활에는 큰 지장이 생기지는 않습니다만, 충분히 강력한 레이저라면 눈을 말 그대로 태워서 화상을 입혀버립니다. 1, 2도 화상이라면 나을 가능성이라도 있지만 3도 화상에 도달하면 답이 없죠. 특히 충분한 출력의 적외선이나 엑스선 레이저 같은 거라면 육안에 보이지도 않으니 눈 내부의 액체가 100도에 도달해서 끓어올라 '딱' 소리가 날 때까지도 별다른 고통을 느끼지도 못한다고 하는군요. 눈 깜짝할 시간도 없이 장님이 되어버리는 겁니다.

 이런 레이저 무기는 저출력이어도 되므로 상대적으로 만들기도 휴대하기도 간편하고 탄도탄 요격이나 그런 데 쓰이는 거창한 물건보다는 훨씬 더 '현실적'이고 또 '효율적'입니다. 어차피 앞은 봐야 하므로 눈을 가리고 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고, 이런 무기를 방어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특정 파장을 차단하는 식의 고글을 끼거나 하는 건 가능하지만 그 레이저에 파장을 바꾸는 기능이 있다면 무용지물이죠. 헬멧에 비디오 카메라를 달고 앞을 보기 위해선 화면으로 보고 다닌다거나 하기도 어렵고 말예요. 최근의 개념없는 스포츠 팬들이 야구장이나 축구장에서 선수들 얼굴에 대고 휘둘러대는 경우가 종종 뉴스에 나곤 하지만, 이들이 사용하는 휴대용 레이저 포인터가 민간 시장에 보편화되기 이전부터 이미 군대에서는 관련 무기 연구를 하고 있었습니다. 굳이 실명을 유도한다기보다는, 관측장비를 무력화한다는 이름을 붙여서요.

 
 저출력 레이저를 군용의 관측장비, 그러니까 사람의 눈과 비슷한 렌즈 구조를 사용하는 비디오 카메라 같은 데 쐈을 경우는, 물론 유리는 사람 눈보다는 고열에 강하므로 직접 손상은 좀 덜 입겠지만 충분한 시간과 출력이 있다면 파괴 가능한 건 마찬가지입니다. 설령 파괴되지 않는다고 해도 대신 빔이 조사되는 동안엔 화면을 잘 볼 수 없게 되겠죠. 물론 그 렌즈 반대편에 사람 눈이 붙어 있다면, 가령 망원렌즈를 직접 보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더 치명적 피해를 입게 될 것이기도 하고요. 태양을 망원경으로 보면 더 빨리 실명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죠.

 이런 맥락에서 미래무기의 선두주자 미군의 경우는 1980년대에 C-CLAW(Close Combat Laser Assault Weapon)이라는 거창한 이름의 이산화탄소 레이저 무기를 개발하였습니다. 차량에 탑재하여 약 1마일 정도의 사거리 내에서 적의 관측장비를 파괴한다는 목적으로 2백만 달러라는 개발비용까지 들였죠. 허나 1983년 말에 언론에 노출되고 난 뒤로 사람을 실명시킬 수도 있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중량 과다를 이유로 (혹은, 차량에 탑재하려고 했다는 걸 보면 무게 어쩌고는 아마도 핑계로) 개발 취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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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소련의 야심찬 작품이 그렇듯, 현재는 어디 구석진 박물관에서 녹슬어가고 있는 1K17


 이 당시에도 미국은 소련 역시 같은 무기를 연구 개발하고 있다고 확신하였으며, 루비 레이저(루비 막대 하나의 무게가 30킬로그램이 넘는)를 사용하는 1K17 레이저 전차의 경우 최근에 박물관 신세를 지고 있는 사진이 공개되기도 하였습니다. 이 차량은 1992년 경에는 실전 배치가 가능할 정도로 완성되었지만 소련의 붕괴와 함께 유명을 달리하고 말았죠.

 이런 무기에 대해선 국제법적으론 별다른 언급이 없었지만, 슬슬 가시적 성과물이 나오기 시작하자 1995년 UN에서는 특정통상무기협약(CCCW : Convention on Certain Conventional Weapons)을 만들어 영구적 실명을 유도하는 무기를 비인도적이란 이유로 사용 금지시켰습니다. 물론 이 협약에 강제성 같은 건 없으며, 이 협약 내에서 화학무기처럼 지금 잘만 보유되고 있는 물건에 대해서도 제약을 걸고 있지만 다들 별 신경쓰지 않고 있다는 것도 염두에 둬야 합니다. 참고로 미국의 경우는 2009년에야 이 협약에 가입합니다.

 그래도 효과가 없는 건 아닌지라 같은 해인 1995년, 미국에서는 AN/PLQ-4 LCMS(Laser Countermeasure System)이라는 이름의 레이저 무기를 개발 취소합니다. 80년대보단 기술이 발전해서 '불과 21킬로그램 무게'의 보병이 휴대 가능한 크기로까지 줄어든 이 장비는 개발 목적상으로는 역시 관측장비 파괴용이었지만 1~2킬로미터 내에서는 시력에 치명적 손상을 줄 수 있는 성능을 갖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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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들리 장갑차의 포탑 좌측에 거대한 사진기 모양으로 장착된 AN/VLQ-7.


 또한 같이 취소된 장비로는 AN/VLQ-7 스팅레이라는 차량 탑재형 장비도 있었습니다. 기갑정찰조의 소대 단위로 브레들리 장갑차에 탑재하여 지상 및 공중에서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적 전차나 항공기의 레이저 거리 측정기를 감지하고 이를 자동으로 공격하는 '방어적' 용도로 쓸 예정이었습니다만, 역시 사람 눈에 노출되면 치명적 결과가 나옵니다. 1991년 걸프전 당시 이라크군이 비슷한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주장에 의해 2대가 실전 테스트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만 역시 제대로 쓰이진 않은 것 같습니다. 참고로 그 주장은 레이저 유도 미사일을 재밍하기 위한 쇼트라 계열의 장비가 와전된 것으로 기억하는데...이쪽은 관련 정보를 못 찾겠군요. 아무튼, 현재로서 미군은 비슷한 종류의 영구적 실명을 유도할 수 있는 레이저 무기를 보유 혹은 연구하지 않고 있다고 천명하고 있습니다. PHaSR 같은 일시적 시력상실을 유도하는 무기나 ABL처럼 유효사거리 내에서 맞으면 시력 걱정이 아니라 목숨 걱정을 해야 하는 무기는 제외지만요.

 아무튼 그 뒤로 서방제 장갑차량의 레이저 거리측정기나 표적유도기의 상당수가 실명 '사고'를 막기 위해 눈에 안전한 레이저(eye safe laser)로 교체하는 일이 여럿 있었습니다. 물론 눈에 안전하다고 해서 정말로 완벽하게 안전한 건 아니고, 주로 1.5마이크로미터 이상의 파장의 빔을 쏘는 경우입니다. 이 파장의 빛은 각막에서 쉽게 흡수되어서 망막까지 도달하는 양이 상대적으로 적거든요. 반면 0.35마이크로미터에서 1.4마이크로미터 사이의 경우는 각막을 거의 바로 통과해버리기 때문에 망막에 더 큰 피해를 줍니다. 물론 레이저의 출력을 올리면 각막이 먼저 타버릴 테니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해봐야 큰 차이는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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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표는 눈에 손상을 줄 가능성이 50%인 출력의 10%를 기준으로 한 레이저 시력 안전 기준표입니다.
레이저의 파장에 따라서 눈에 흡수되는 비율이 다르므로, 색깔에 따라서도 피해 정도가 달라집니다.


 조금 의외일지는 모르겠지만, 가장 최근까지 이런 무기를 개발한 것으로 알려진 것은 중국입니다. 1980년대 말에 ZM-87이라는 이름의 휴대용 레이저 무기를 개발하기 시작하여 1995년 공개 이후 2000년까지 22기를 생산하였지만, 현재는 생산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제원은 무게 35킬로그램, 15밀리와트 출력에 5Hz짜리 Nd:YAG 레이저(네오듐, 이트륨, 알루미늄, 석류석을 사용하는 액체 레이저)를 사용하며, 적외선 대역이기 때문에 맨눈으로 관측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위력은 꽤 강력해서 2~3킬로미터 거리 내에선 영구적 실명을, 10킬로미터까지 일시적인 시력 장애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꽤 무서운 성능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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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에 등장한 ZM-87의 실물 사진.


 어딘가 공개적으로 쓰였다는 주장은 없지만, 1997년에 러시아 상선의 사진을 촬영하던 미 해안경비대 소속 헬기 조종사와 사진사가 시력 손상을 겪었던 일에 쓰였다는 의혹이 있고, 2003년에는 DMZ 근처를 날던 미 육군 아파치 헬기에 북한이 사용했다는 의혹이 존재합니다. 이외에도 러시아가 비슷한 무기를 사용했다는 의혹은 좀 있는 편이긴 합니다만 확실한 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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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탑 오른쪽 위의 미사일 터렛...비슷하게 생긴 물건에 주목.


 또한 중국군은 자국의 최신형 98식, 99식 전차에 JD-3 레이저 방어 시스템을 탑재하고 있는데요. 적 전차의 거리계측용 레이저를 감지하고 자동으로 자신의 레이저를 적 전차에 조준하여 그 전차의 조준시스템에 손상을 주는 방식입니다. 위에서 이야기한 스팅레이의 업그레이드판이랄까요. 요즘 전차는 TV 화면을 보면서 조준하는 방식이긴 하지만 만약 구형의 직접조준경 같은 걸로 보고 있다면 포수가 실명될 가능성도 있고 또 그런 용도도 고려하여 개발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즉 사람 눈에 직접 피해를 주려고 작정하고 쓰이는 레이저 무기는 중국에는 확실히 있는 셈이죠. 좀 차별적인 발언이지만 중국이라면 앞으로도 그런 무기 계속 개발할 가능성이 없다곤 장담 못할 것 같아요.

 한편으로 좀 더 온건하고 약한 위력의, 순간적 시력 상실만을 일으키는 제압용 레이저 무기는 언급한 국제 협약의 제약을 받지 않고 따라서 꾸준히 개발되어 쓰이고 있는 중입니다. 굳이 레이저 방식은 아니지만 SAS가 70년대에 개발하여 지금은 비디오 게임 등에서 익숙하게 볼 수 있는 섬광폭음탄(Flashbang)과 비슷한 것이니까 말이죠. 단지 비교적 장거리에서도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이 역시 역사가 꽤 오래되어서, 1982년 포클랜드 해전 당시에 영국 해군은 근접공격해오는 적 항공기 파일럿의 시력 상실을 유도하기 위해 LDS(Laser Dazzle Sight)를 함정에 장착하여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현재는 아마 쓰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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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1995년 미 해병대가 소말리아에 갖고갔지만 사용은 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세이버 203입니다. M203 유탄발사기 내부에 레이저 발사 시스템을 장착했는데 이걸 빼고 40mm 유탄을 쏘는 것도 가능한 특이한 물건입니다. 유효사거리는 약 300미터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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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경 언론에 공개되었던 PHaSR. 이름은 Personnel Halting and Stimulation Response rifle의

약어라지만 스타트렉의 페이저에서 이름을 따온 게 뻔하죠. 이 역시 프로토타입 연구에 그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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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호신용의 소형화된 물건도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눈은 민감한 조직이고 거리에 따라 출력을 조절해야 장거리에서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잘못하면 영구적 시력손상을 가져올 수도 있어 논란거리가 되긴 합니다만...

 아무튼, SF에서는 두꺼운 철문도 간단히 잘라버릴 만큼 고출력의 레이저 무기가 흔히 나오지만, 사실 그보다 만들기 쉬운, 이러한 사람 눈을 멀게 하는 레이저 무기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가령 링월드처럼 레이저에 대해 꽤 정확한 묘사를 하는 하드 SF들조차도 그렇죠.

 사실 이런 무기용 레이저는 워낙에 강력하기 때문에. 단지 표적이 된 금속이나 유리창 표면에 그 에너지의 극히 일부가 반사되는 정도만으로도 사람의 시력을 박탈해버릴 수 있는 위력을 갖고 있습니다. 쏘는 사람조차도 근거리에서 자신의 무기의 빔이 반사되는 데 자신의 눈이 명중되어 안전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는 좀 웃긴 무기인 거죠. 물론 레이저의 위력이 약화된 유효사거리 밖에서 맞으면 직접 피해는 안 입더라도 역시 실명 관련된 피해를 입을 가능성 역시 존재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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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눈에 레이저 쏠 것도 아닌데 고글 쓰는 데는 이유가 있죠.


 물론 사람 죽이는 무기에 비인도적 인도적을 논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사실 인간의 오감에선 시각이 정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관계로 그걸, 단지 정면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간단하게 영구적으로 박탈해버린다는 건 좀 끔찍한 무로 생각되긴 합니다. 앞으로 어떤 전쟁이 벌어질지는 모르겠고 인류는 지난 두 차례의 세계대전만으로도 충분히 끔찍한 모습을 보아왔지만, 이런 '현실적인 레이저 무기'가 광범위하게 쓰이는 전쟁은 아마도 지금까지보다는 조금 더 보기 흉한 무언가가 될 것임은 틀림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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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에서 미군이 무료 사진촬영 해드립니다. 이쪽을 보고 김치~ 하면서 잠깐만 기다리세요.

언젠가는 이게 유머가 아닌 시대가 올지도 모를 일입니다. 지금도 그리 건전한 유머는 아니지만.


 그리고 아마도 그건 어디까지나 픽션이라는 관대한 기준을 갖춘 상상의 세계에서 벗어나, 진짜 현실에 발을 디디고 누군가에게 진짜로 해를 입히기 시작하는 무기로서는 겪을 수밖에 없는 숙명 같은 게 아닐까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노릇이네요. 뭐, 그래도 과학은 굴러갈 테고 사람들은 계속 새 무기를 만들 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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