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 그릴스는 디스커버리 채널의 장수 서바이벌 쇼 <맨 대 와일드>의 진행자입니다.

전직 SAS 출신이라고 하며, 특유의 재치 있는 입담과 엽기적인 행각으로 인기가 높죠.

오지에서 홀로 떨어진 걸 가정하고, 기본 복장, 나이프, 부싯돌만 써서 살아남는 게 주된 내용.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시리즈도 장기화 되었으니 이 분야에서 엄청난 인기를 누리는 중입니다.


베어 그릴스는 예전에 가짜로 생존 다큐를 찍은 적이 있습니다. 시즌 중반이었나, 아마 그럴 겁니다.

위험한 계곡을 건너고, 한지에서 잠을 자는 장면이었는데. 사실 그게 전부 조작한 편집이었습니다.

실제로는 아마추어도 손쉽게 건너는 계곡이었고, 오지도 아니었으며, 잠은 호텔에서 잤다고 합니다.

뭐, 쇼를 찍다가 사람 잡으면 안 되니까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만. 문제는 사전에 말을 안 했다는 것.


그래서 한때는 베어 그릴스를 욕하는 동영상도 많았습니다. 사실 사기를 친 거나 마찬가지니까요.


베어 그릴스 본인도 이걸 인정했고, 그 다음부터는 연출된 상황이면 연출이라고 미리 말해둡니다.

한때 인기가 내려가나 했으나 결국에는 높은 인기를 구가하나 봅니다. 시리즈도 장수한 걸 보면요.

사기 친 전적도 있는 인간치고는 희한하게도 인지도가 높은데, 사실 이 쇼의 특징은 생존이 아니죠.

베어 그릴스는 먹을 것 없는 야생에서 영양분을 구한답시고 온갖 것을, 날것으로 씹어 먹습니다.

거미, 구더기, 전갈, 뱀, 썩은 시체…. 막 잡은 생선을 그냥 날로 뜯어 먹는 건 차라리 양반입니다.


사람들은 <맨 대 와일드>를 이야기할 때 생존보다는 엽기적으로 먹는 것부터 떠올리곤 합니다.

가끔은 이게 생존 프로그램인지, 세계 먹거리 기행인지 의문이 들 때도 있습니다.

쓸만한 생존 방법을 알려주는 데도 시청자의 눈은 먹는 것만 쏠려서 주객이 전도된 느낌도 듭니다.

홍보영상도 대개 그런 쪽이고요. 조작 영상을 찍을 때도 먹는 것만큼은 진짜를 먹었습니다.

대중이 이 쇼에 바라는 건 생존비법보다 저런 엽기행각이고, 그러니 연출된 영상도 용서가 되는 겁니다.

흠,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 쇼의 가장 특징적인 재미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 같으니까요.


동류의 생존 프로그램 진행자인 레스 스트라우드보다도 인기가 많은 이유가 이 때문일 겁니다.

스트라우드가 진짜로 혼자서 온갖 체험(삽질)을 다 하는 것보다는 엽기행각이 더 자극적이니까요.

굳이 따지자면, 스트라우드는 현실을 그대로 담고, 베어 그릴스는 연출의 비중이 상당히 높습니다.

하지만 SF든, 판타지든, 생존기든 리얼리즘을 따르면 재미 없고 로망도 없나 봅니다.

역시 어느 장르나 대중적인 아이콘으로 떠오르려면 자극이 강해야 한다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