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회사의 송년 행사장에서 장식용으로 풍선을 띄워두었기에 한 20개 정도 집어다 사무실에 가져다 두었습니다. 그런데 아침이 되고 보니 -헬륨이 워낙 작은 기체라- 절반 정도 크기로 줄어들고 풍선은 바닥에 떨어져 있더군요.

  그것을 보다보니 얼마전 ucc로 나왔던 '풍선으로 자동차 띄우기'라는 것이 떠올랐습니다.

  풍선 크기가 줄긴 했지만, 그래도 헬륨 가스가 꽤 많이 남은 상황에서 풍선 하나 띄우지 못하는데 정말로 풍선으로 자동차를 띄울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던 것이지요.


우선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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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선으로 자동차를 날리는 것은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위 그림에 나온 정도로는 택도 없다... 저것이 진짜 자동차라면...

  흔히 이런 문제가 제기되면 일부 사람들은 정말로 해 보려고 합니다.

  이를테면, 헐리웃판 호기심 천국이라 할 수 있는 [미스 버스터]라는 프로에서는 정말로 풍선 만으로 사람을 띄울 수 있는지 시험해 보기 위해서, 정말로 풍선을 부풀려서 시험을 해보기도 했지요.(참고로 말하자면, 당시 4살짜리 여자애를 들어올리겠다며 만들었던 풍선의 수는 위의 그림에서 '자동차를 들어올리기 위해서 사용한 것'보다 수백배 많았습니다.)

  물론, 정말로 가능한지 아닌지는 실험을 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그것이 사람들에게 명확하게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직접 눈으로 보여주는 것이 좋겠지요.

  하지만, 무게가 다른 두 개의 물체가 동시에 떨어지는 것을 실험하기 위해 피사의 사탑에 올라갈 필요가 없는 것처럼, 자동차를 들어올리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풍선이 필요한지 실제로 시험할 필요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우리에게는 과학이라는 것이 존재하기 때문이지요.

  과학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서 모 만화에서는 "수많은 주문을 모아둔 것"이라고 이야기하면서, 주문을 외우더라도 뭔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 말도 타당합니다. 하지만, 보다 정확히 말하면 과학은 세상의 이치를 밝히고, 그것을 법칙으로 정리하는 것이라고 해야 겠지요.

  때문에 우리는 직접 실험을 해 보지 않고도 과학 법칙을 통해서, 과연 저것이 가능한지(즉, 진짜인지 아닌지) 그리고 만일 가능하지 않다면, 가능하게 하려면 어느 정도의 노력이 필요한지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간단하게 답이 나오는 것이지요. 저 위의 사진(동영상)은 조작이다!


  이를 생각하기 위해서는 초등학교~중학교 수준 정도의 과학 지식이 필요합니다.

  우선, 공기에도 무게가 있다는 것. 그리고 헬륨이 들어간 풍선은 공기가 들어간 풍선보다 가볍다는 것. 마지막으로 헬륨이 들어간 풍선이 떠오르는 것은, 같은 부피의 공기보다 가볍기 때문이라는 것을 말이지요.

  한번에 묶어서 이야기하자면, 헬륨이 들어간 풍선이 떠오르는 이유는

  헬륨 + 풍선의 질량 < 같은 부피의 공기 질량

(즉, 헬륨이 든 풍선의 밀도 < 공기 밀도 )

  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식으로 쓰면

  공기 질량 - 헬륨 질량 > 풍선 질량

  일 경우 풍선은 떠오르게 됩니다.

  이때 헬륨의 질량비는 4, 공기는 -질소 3:산소 1 정도이므로- 대략 14.5

  즉, 같은 부피일때 헬륨은 일반적인 공기에 비해 10.5 만큼 가볍다는 말이고, 헬륨의 양이 많을수록(즉 부피가 클수록) 공기와 헬륨과의 질량 차이가 커져서 풍선이 떠오를 수 있게 됩니다.
(반대로 부피가 줄어들면-즉 헬륨이 빠져나가면- 풍선조차 들지 못하고 내려앉게 되지요.)

  풍선 하나하나의 부력은 사실 대단치 않습니다. 때문에 우리가 풍선을 들고 있을때 손에는 거의 힘이 주어지지 않지요.(작은 돌 하나만 매달아 두어도 위로 올라가지 못합니다.) 바람 때문에 손이 당겨진다면 모를까 위로 떠오르는 느낌은 -[초밥왕] 급 초인이 아닌 이상- 느낄 수 없습니다.

  풍선 하나가 물체를 들어올릴 수 있는 힘은 풍선의 부피에다 헬륨의 무게, 공기의 무게 등 여러가지를 고려해야 하지만, 부피 등을 측정하고 하는 것이 귀찮기 때문에 실험을 통해서 간단히 확인해 보면 끈을 단 풍선은 대략 5g 정도의 물체를 들어올릴 수 있습니다.
(같은 부피의 풍선에 들어가는 헬륨은 대략 8~9리터 정도로 10g 정도의 물체를 들 수 있지만, 풍선과 끈의 무게를 합쳐 5g 정도 되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5g 무게 밖에는 들지 못하는 것이지요. 참고로, 1리터의 공기는 약 1.2g. 헬륨은 약 0.3g.)

  풍선의 수가 많다면 자동차도 들어올릴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 가장 가벼운 자동차인 티코의 무게는 640kg.

  티코를 들어올리기 위해 필요한 풍선의 갯수는 640kg / 5 g = 128000...

(* 참고로 4살짜리 아이를 들어올리기 위해 사용한 풍선은 3500개)

  자그마치 12만 8천개의 풍선을 불어서 연결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12만 8천개의 풍선을 구입하는 것도 장난이 아니지만 이걸 불어서 실을 연결하는 건...?

  작업 인원이 3명(풍선 불기 - 풍선 묶기 - 자동차에 연결)이라고 가정하고, 한 개에 10초가 걸린다면 대략 356시간. 15일 정도 걸리는 군요. 헬륨을 채운 풍선이 반나절 정도면 절반으로 줄어드는 건 무시하더라도 도저히 가능한 일은 아닐 겁니다.(풍선 자체를 좀 더 좋은 것을 쓴다면 그만큼 풍선은 오래 버틸 수 있습니다.)

  만화나 영화에서 풍선 때문에 하늘로 날아올라가는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에 흔히(상식적으로) 자동차를 띄우는 것도 가능하리라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래서 동영상을 보고 ‘진짜’라고 생각하기도 쉽지요.

  하지만, 과학을 조금만 알고 있으며, 조금만 더 상상력을 발휘한다면(실험이나 계산을 거치지 않더라도) 조작이라는 것을 금방 깨닫게 됩니다. 과학 법칙이라는 것은 이런 점에서 도움이 되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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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아는 이는 현재를 이끌어가고 미래를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역사와 SF... 어딘지 어울리지 않을 듯 하지만, 그럼 점에서 둘은 관련된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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